‘딸깍 출판’ 위기에 머리 맞댄 출판인들···“인간 보증? AI 포섭?” 묘수 찾을까

고희진 기자 2026. 4. 29.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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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문화산업진흥법, 출판 문화 진흥 넘어서
“데이터 보호, AI 활용, 독자 신뢰까지 포괄해야”
“AI 시대 창작, 인간의 무기는 구체성과 고유성”
29일 열린 ‘AI 시대의 출판 생태계, 기회와 위기 사이에서 길을 찾다’ 포럼 현장. 한국출판인회의 제공

인공지능(AI)을 활용한 저작물이 늘어나며 출판계가 위기에 빠졌다. 출판사들은 책에 ‘인간 저술’을 보증하는 마크를 달거나, 문학 작품에 AI 사용을 금지하는 원칙을 제정하는 등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으나 개별 출판사 차원의 단발적 대책이라는 한계가 있다. 이에 현장의 위기를 포괄적으로 진단하기 위한 포럼이 열렸다. AI를 활용한 ‘딸깍 출판’이 이슈가 된 후 출판계 인사들이 대거 참여해 공식적으로 AI 대응책을 논의한 행사는 이번이 처음이다.

29일 한국출판인회의 주최로 서울 마포중앙도서관에서 긴급 포럼 ‘AI 시대의 출판 생태계, 기회와 위기 사이에서 길을 찾다’가 열렸다. 이날 객석에는 출판계 관계자 300여명이 참석했다.

생성형 AI의 보급은 출판계의 변화를 예고한다. 출판계에서는 최근 5년간 연평균 약 6만2000종의 신간이 출간됐지만, 앞으로는 이 숫자가 매해 20~30만권 수준으로 불어날 것이라고 예상한다. 실제 지난해 ‘딸깍 출판’으로 논란된 출판사는 직원 3~4명 규모임에도 한 해 9000여권의 책을 펴냈다. 이대로 가다간 수 년내 AI가 쓴 책이 인간이 쓴 책의 수를 넘어설 지도 모른다.

AI 시대의 출판과 출판 진흥 정책을 재정의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기조발제를 맡은 박정인 덕성여대 AI DynaInfo 연구소 교수는 “AI 시대 출판은 단순 제작업이 아니라 검증된 지식과 책임 있는 편집을 공급하는 산업이라는 점에서 콘텐츠 사업이 아니라 ‘신뢰 인프라 사업’으로 재정의 해야한다”고 주장했다. 이어 “출판문화산업진흥법의 정책 목표도 단순한 출판 문화 진흥에서 나아가 출판 데이터 보호, AI 활용, 독자 신뢰 유지까지 포괄하도록 바뀌어야 한다”고 말했다.

29일 열린 ‘AI 시대의 출판 생태계, 기회와 위기 사이에서 길을 찾다’ 포럼 현장. 한국출판인회의 제공

최근 커뮤니케이션북스가 ‘AI문고 집필 가이드라인(윤리 서약)’을 발표하며 이 기준을 통과한 저작물에 ‘인간 저술 출판물’임을 보증하는 마크를 넣기로 한 것처럼, 저작물에 인간이 쓴 것인지 AI가 쓴 것인지를 정확히 밝히자는 논의도 있었다.

출판인회의 AI미래전략위원장장인 윤성훈 클에이하우스 대표는 저작물을 3단계로 나눠 1단계는 인간 저자의 저작물, 2단계는 AI 생성 저작물이되 인간 저자의 통제와 검증이 충분히 이뤄진 작품, 3단계는 인간 저자의 검증 없이 AI에 의해 생성된 저작물로 구분하자고 제안했다.

AI 출판물을 시장에 포섭하면서도 독자의 신뢰를 잃지 않는 전략이 필요하다는 얘기도 나왔다. 류영호 교보문고 부장은 “글로벌 플랫폼은 AI 콘텐츠를 별도의 영역으로 분리하거나 배제하지 않고 시장 내부에 포함하되 신뢰를 훼손하지 않도록 통제한다”며 “아마존의 경우 독자가 상세페이지의 설명을 통해 AI 개입 여부를 확인할 수 있게 하고 AI를 활용한 대량의 저품질 콘텐츠 방지를 위한 ‘1일 내 출판 권수 제한’ 조치 등을 운영한다”고 밝혔다.

AI 시대 창작자로서의 윤리를 고민하는 목소리도 있었다. 소설가 문지혁은 “미래의 창작 윤리는 도구 자체보다 그 도구를 사용하는 작가의 위치와 판단, 책임을 묻는 방향으로 더 정교해 질 것”이라며 앞으로 인간 저자에게 요구되는 항목은 구체성과 고유성“이라고 말했다.

한국출판인회의는 오는8월 완료를 목표로 ‘AI 기술이 출판 산업에 미치는 영향 및 제도적 개선 방안 연구’ 진행 중이다. 7월에 기술 환경 시대 출판 산업의 미래를 모색하는 특별 강연을, 9월에 관련 국회 토론회를 열고, 올 가을에는 세계 출판인들을 서울에 초청해 함께 논의를 이어나갈 예정이다.

고희진 기자 goj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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