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가 팍 죽은 메릴 스트립의 '미란다'…앤디는 백수 신세

유승목 2026. 4. 29. 17: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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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에서 메가 흥행작의 속편 제작은 당연한 수순처럼 여겨진다.

숱한 화제작이 속편 기획 단계에서 어그러지기 일쑤다.

그렇게 몇 해쯤 지나면 속편에 대한 기대감은 사그라든다.

이 와중에 잘 나가는 뉴욕 정론지 기자에서 하루아침에 백수가 된 앤디(앤 해서웨이)가 위기에 빠진 '런웨이'를 되살릴 구원투수로 낙점돼 영락한 미란다와 재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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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악마는 프라다…2'
광고주에 치이고 SNS에 밀려
'20년 전 비서' 앤디와 고군분투

할리우드에서 메가 흥행작의 속편 제작은 당연한 수순처럼 여겨진다. 과정은 녹록지 않다. 숱한 화제작이 속편 기획 단계에서 어그러지기 일쑤다. 그렇게 몇 해쯤 지나면 속편에 대한 기대감은 사그라든다. 주연 배우가 나이 들어 본래 캐릭터 이미지를 유지하기 어렵거나, 그새 변해버린 시대상을 시나리오로 담아내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기 때문이다.

29일 개봉한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는 이런 점에서 영리한 선택을 했다. 20년의 간극에서 의미를 찾아내 서사의 동력으로 삼았기 때문이다. 쏜살같이 흘러버린 세월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그새 바뀐 산업 구조와 시대의 권력 구조를 이야기의 중심에 놨다.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 2’의 주인공 미란다(메릴 스트립·왼쪽)과 앤디(앤 해서웨이). /월트디즈니컴퍼니코리아 제공


권위 있는 패션 매거진 ‘런웨이’의 편집장. 미란다(메릴 스트립)의 명함은 그대로지만 세상은 달라졌다. 부하에게 외투를 벗어 던지던 보스는 이제 낑낑대며 직접 옷을 건다. 명품 브랜드가 앞다퉈 머리를 조아렸던 시절도 옛날이다. 이젠 대형 광고주인 그들을 달래러 편집장인 미란다가 출동해야 한다.

그녀가 평생을 바쳐 일군 ‘런웨이’ 역시 예전 같지 않다. 종이매체의 힘은 소셜미디어로 대표되는 디지털 플랫폼 앞에 영향력을 잃은 지 오래다. 판매 부수가 줄자 ‘런웨이’ 역시 종이 잡지 발행을 포기하고 온라인 ‘클릭 수’ 경쟁에 뛰어든다. ‘의미를 짚는 기사’가 아니라 ‘좋아요 많이 눌리는 기사’가 우선순위가 된 건 당연지사다.

이 와중에 잘 나가는 뉴욕 정론지 기자에서 하루아침에 백수가 된 앤디(앤 해서웨이)가 위기에 빠진 ‘런웨이’를 되살릴 구원투수로 낙점돼 영락한 미란다와 재회한다. 둘은 각자의 방식대로 일자리를 잃지 않기 위해 애쓴다. 특종 인터뷰를 따내 매체 신뢰도를 높이고, 외부 인수합병 리스크를 제거해내고, 제대로 취재할 편집권을 보장받는 등 결말까지 일련의 서사가 매끄럽다.

영화는 패션이건 미디어건 과거의 영광을 되찾는 게 가능하다고 말하지 않는다. 인공지능(AI)이 인류를 대체해가는 시대에서 ‘오트쿠튀르(최고급 맞춤복)’나 ‘특종, 단독’ 같은 장인정신을 앞세운 전통적인 패션·미디어산업의 구조는 한계가 뚜렷하기 때문이다.

대신 디자인과 문장을 프롬프트가 대신 만들어내는 시대에서 무엇을 아름답다고 느끼고, 어떤 태도로 대할지는 인간의 몫이란 점을 강조한다. 전편이 ‘세룰리안 블루’로 대표되는 컬러와 미적감각 등 대중이 잘 몰랐던 패션의 세계 그 자체를 보여주는 영화였다면, 속편은 ‘인간다움’의 가치를 되짚는 드라마로 이해하는 게 타당하다. 119분.

유승목 기자 mok@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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