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이젠 눈치 안보고 운동해요”… 장애인전용헬스장, 뭐가 달랐나

이민지 기자 2026. 4. 29. 1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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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서울 동작구 상도동에 위치한 동작장애인전용헬스장에서 홍성윤 체육지도사가 직접 지도하고 있는 모습이다. / 사진=이민지 기자

시사위크|상도동=이민지·이주희 기자 "파킨슨을 앓고 있는데, 여기서 근력운동 하니까 전보다는 많이 괜찮아진 것 같아요."

제법 쌀쌀한 날씨에 몸을 잔뜩 웅크린 지난 28일 오후 2시 30분. 서울 동작구 상도동의 한 헬스장 안은 차가운 바깥공기와는 달리 뜨거운 열기로 가득했다. 추위를 잊은 채 운동에 나선 장애인들이 공간을 채우고 있었던 것. 제각기 다른 장애를 가진 이들은 서로 담소를 나누며, 저마다의 방식으로 건강을 찾아가고 있었다.

'동작장애인전용헬스장'은 지난 1월 서울시 자치구 내 최초로 생긴 장애인 전용 헬스장이다. 191.74㎡ 규모의 공간에는 비장애인 헬스장과 다름없이 다양한 운동기구가 갖춰져 있었다. 러닝머신‧사이클 등 기본적인 유산소 운동 기구는 물론, 체중 감량에 효과적인 천국의 계단까지 마련돼 있었다. 근육 운동을 할 수 있는 기구도 종류별로 11대가 구비돼 있었다.

동작구에 거주하고 있는 장애인이라면 해당 헬스장은 무료로 이용이 가능하다. 별도 예약 없이 △신분증(주민등록증‧복지카드) △운동복 △실내전용 운동화 △개인물품(물병‧수건 등)만 지참하면 된다.
동작장애인전용헬스장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곧바로 입구가 나와 휠체어 이용자의 접근성을 높였다. 입구에는 경사로가 설치돼 있고, 자동문 버튼도 두 개를 부착해 휠체어에 앉은 상태에서도 쉽게 누를 수 있도록 돼 있었다. / 사진=이민지 기자

헬스장 곳곳에는 장애인에 대한 배려가 묻어났다. 동작장애인전용헬스장은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면 곧바로 입구로 이어지는 구조로, 휠체어 이용자의 접근성을 높였다. 입구에는 경사로가 설치돼 있었고, 자동문 버튼도 두 개를 부착해 휠체어에 앉은 상태에서도 쉽게 누를 수 있도록 돼 있었다. 

탈의실 역시 문턱을 없애 이동의 불편을 줄였다. 공간이 넓지는 않았지만 옷을 갈아입기엔 충분해 보였다. 일반 헬스장의 경우 기구 간 간격이 좁아 이동 시 주의를 요하는 반면, 이곳은 기구 사이 공간을 넉넉히 확보해 휠체어 이용자도 무리 없이 이동할 수 있어 보였다. 장애인이 이동하면서 부딪힐 수 있는 부분엔 스티로폼을 붙여 부상을 예방한 점도 눈에 띄었다.
동작장애인전용헬스장 내부에 마련된 탈의실의 모습이다. 문턱을 없애 장애인들의 편의성을 높였다. / 사진=이민지 기자
동작장애인전용헬스장 내부에 설치된 운동 기구들 하단에 노란색 테이프가 부착돼 있다. / 사진=이민지 기자
동작장애인전용헬스장 내 운동기구에는 장애인 당사자의 부상을 예방하기 위해 스티로폼이 붙여져 있었다. / 사진=이민지 기자

전체 조명은 비교적 밝게 유지해 저시력 장애인의 이용을 고려했다. 운동기구별 근처 바닥에 노란색 테이프를 부착해 위치를 쉽게 인지할 수 있도록 했고, 각 기구에는 번호를 매긴 뒤 점자를 함께 표기해 시각장애인의 구분을 도왔다.

가장 대중적인 운동기구인 러닝머신에도 점자 버튼이 마련돼 있었다. 완벽하진 않지만 시각장애인의 이용 편의를 높이기엔 충분해 보였다. 기구에서 멀어져 안전핀이 떨어지면 즉각 멈추도록 한 안전 기능도 장착돼 있었다. 실제 한 시각장애인은 직원의 안내를 받아 러닝머신 앞에 선 뒤, 손끝으로 버튼을 더듬어 기구를 작동시키고 자연스럽게 운동을 이어갔다. 
동작장애인전용헬스장 내 마련된 러닝머신에는 기구에서 멀어져 안전핀이 떨어지면 즉각 멈추도록 하는 안전 기능이 탑재돼 있었다. / 사진=이민지 기자
러닝머신 버튼에 점자가 표기돼 있는 모습이다. / 사진=이민지 기자
운동기구마다 부착돼 있는 번호판에 점자가 함께 표기돼 있는 모습이다. / 사진=이민지 기자

무엇보다 이 헬스장의 가장 큰 장점 중 하나는 장애 유형별 맞춤 운동 방법을 알려줄 체육지도사가 상주해 있다는 점이다. 홍성윤 체육지도사는 장애 유형에 따라 지도 방식도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시각장애인의 경우 먼저 손으로 기구를 만져보게 한 뒤, 사용법을 알려드리면 스스로도 잘 이용 하신다"며 "청각장애인은 입모양을 읽기 때문에 동작을 설명할 때 입 모양을 크게 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이어 "정신장애인은 '들었다 내렸다'처럼 간단한 동작 위주의 운동을 안내한다"며 "어린 이용자의 경우 숙이는 동작에서 '숙여'라고 말하면 잘 이해하지 못하더라. 그래서 '안녕하세요'라고 표현하면 자연스럽게 숙이는 동작을 한다"고 덧붙였다.
동작장애인전용헬스장에 상주하고 있는 홍성윤 체육지도사가 파킨슨병을 갖고 있는 장애인 당사자에게 운동을 알려주고 있는 모습이다. / 사진=이민지 기자

기자가 방문한 시간대에는 고령 이용자가 대다수를 이뤘다. 헬스장이 처음 오픈했을 때부터 이용해왔다는 김모(74) 씨는 "오른쪽 편마비로 다리 힘이 부족한데 이렇게 운동할 수 있어 좋다"며 "다른 헬스장을 이용하려 했지만 대부분 거절당했다. 보호자를 데려오라고 하는데, 자식들도 모두 일하는 상황에서 함께 갈 사람이 없었다"고 토로했다.

또, 이모(72) 씨는 "다른 헬스장은 똑같이 돈을 내는데도 비장애인들에게 밀리고 눈치 보여서 스트레스를 너무 받게 된다"며 "이 헬스장은 나오면 마음이 편하고 즐겁다"고 말했다.

헬스장을 운영하고 있는 서울특별시 시각장애인연합회 동작지회 이승민 지회장은 "장애인이니까 이곳에 오셔서 운동을 하세요가 아닌, 여기서 경험을 쌓아서 내 집 앞에 있는 헬스장으로 가실 수 있게 하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는 게 목표"라고 밝혔다.

이어 "장애인 프로그램이 없는 국민체육센터도 많고, 시각장애인 프로그램은 없고 발달장애인 프로그램만 운영하는 곳도 있어 지역별 편차가 크다"며 "헬스장을 만들어보니 운동을 하지 않더라도 집 밖으로 나와 사회적 관계를 맺고 활동하는 것 자체가 건강에 긍정적인 영향을 주는 것 같다. 집에만 있으면 병이 더 생길 수 있는데, 나올 명분을 운동으로 만들어드린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끝으로 이승민 지회장은 "날씨에 따라 편차는 있지만 최근 하루 40~50명 정도가 이용하고 있다"며 "향후 하루 이용객 100명 이상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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