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희토류처럼 … 韓·日, 대체불가 상품으로 대미 협상력 키워라"
韓·日 대미투자 사실상 강탈
美, 시장 무기로 교역국 압박
정권 바뀌어도 정책 유사할것
각국 전략자산으로 대응해야
EU, 위험관리 전략으로 선회
일본은 전력반도체 소재 확보

"한국과 일본의 대미 투자협정이 사실상 강탈에 가깝다는 점을 대부분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
제18회 세계정책콘퍼런스(WPC)가 열린 지난 24일 프랑스 샹티이 도멘 레 퐁텐. 이곳을 찾은 지정학·산업 전문가들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무역 정책을 입을 모아 비판했다. 국제 통상 질서를 위태롭게 흔들었을 뿐 아니라 미국이 향후 노선을 변경하더라도 교역 상대국의 신뢰를 회복하기는 쉽지 않다는 분석이다.
WPC는 대표적 외교·안보 싱크탱크인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IFRI)가 주최하는 국제 포럼이다. IFRI를 창설하고 지금도 맡고 있는 티에리 드 몽브리알 소장은 프랑스 외교부 정책 기획 조직인 '분석·예측센터'의 초대 소장을 지낸 인물이다.
'규칙보다 힘: 국제무역의 도전' 세션에서 마커스 놀런드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 선임부소장 겸 연구총괄은 미국이 관세를 무기로 우방인 한국과 일본에도 가혹한 조건을 내걸고 있는 점을 지적했다. 그는 "일본의 5500억달러 대미 투자 약정은 사실상 1차 세계대전 패전국 독일의 배상금에 비견될 정도의 부담"이라며 "미국이 (2차 세계대전 후) 80년 시차를 두고 승자의 권리를 행사한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한국과 일본이 원금과 이자를 상환받은 뒤에는 미국이 수익의 90%를 가져가는 분배 구조도 문제 삼았다. 한국은 미국의 고율 관세 압박에 3500억달러(약 516조원) 규모의 현지 투자로 합의한 바 있다. 놀런드 선임부소장이 속한 피터슨국제경제연구소는 미국 워싱턴DC 소재 싱크탱크로 세계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다. 그는 국제무역에 악영향을 미칠 요인으로 경제 정책의 혼란을 꼽으며, 트럼프 대통령이 문제라고 잘라 말했다.
◆ 트럼프 관세폭탄에 각국 혼란 고조
트럼프 대통령이 촉발한 불안정한 무역 환경에 대한 쓴소리는 계속됐다. 브라이언 킹스턴 캐나다 자동차제조협회장은 "무역 정책에 대해 말할 때마다 하는 주의사항이 있다"며 "트루스소셜(트럼프 대통령이 운영하는 SNS)에 글이 올라오는 순간 모든 게 달라질 수 있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특히 미국의 무역장벽 강화로 인한 각국의 피해는 컸다. 킹스턴 협회장은 "캐나다 국민소득 3분의 1이 수출에서 나오고, 전체 수출의 74%가 미국으로 향한다"며 "미국이 고율 관세를 부과한 이후 캐나다의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 전망은 1.5%포인트 줄었고, 제조업 고용도 거의 1% 감소했다"고 했다. 그는 "캐나다는 51개국과 자유무역협정(FTA)을 맺었고 오랫동안 교역 다변화를 시도했지만 잘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현재 미국은 캐나다산 철강·알루미늄에 50%, 자동차·트럭에 25% 관세를 부과하고 있다.
한국에서 온 박태호 전 외교통상부 통상교섭본부장은 "(미국의 상호관세로) 2012년 3월 발효돼 양국 교역의 98% 이상에서 관세를 철폐한 한미 FTA가 사실상 하룻밤 사이에 무력화됐다"며 "한국은 수출 주도 성장과 작은 내수시장에 의존해왔기 때문에 최근 통상 환경 변화가 큰 도전"이라고 강조했다.
◆ 韓·日 전략자산 무기화 속도 내야
바뀐 통상 질서에 대응하기 위한 해법으로는 '대체 불가능성' 확보가 제시됐다. 스즈키 가즈토 도쿄대 교수는 "특정 국가들이 자신들의 대체 불가능한 지위를 무기로 다른 나라의 교역 방식을 바꾸도록 압박하고 있다"며 "미국은 규모 때문에 너무나 중요한 자국 시장을, 중국은 희토류 같은 특수 상품의 필수성을 활용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일본은 전략 분야를 지정해 집중적으로 글로벌 공급망에서 자국의 지위를 높이고 있다"며 "차세대 전력반도체의 핵심 소재가 될 수 있는 합성 다이아몬드가 그중 하나"라고 밝혔다. 전력반도체는 전류·전압을 조절하는 칩으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로봇 등 미래 유망 산업이 모두 전기로 구동되는 만큼 그 가치가 높다.
자국의 강점을 무기로 상대를 압박하는 무역 구조는 한동안 지속될 전망이다. 전문가들은 2028년 다가오는 미국 대선에서 민주당이 승리하더라도 큰 변화는 없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세바스티앵 장 프랑스 국제관계연구소(IFRI) 지경학부문 부소장은 "무역에서 상호 의존은 신뢰를 전제로 하는데, 그 신뢰가 이미 훼손됐다"며 "한 번의 선거만으로 회복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유럽연합(EU)도 이제는 미국과의 관계에서 위험 관리 전략이 필요하다는 공감대를 갖고 있다"고 했다.
차오이더 상하이발전연구재단 부이사장은 "전임 조 바이든 행정부 역시 중국을 겨냥한 제한 조치를 사용했다"며 "새 행정부가 들어서면 어느 정도 예측 가능성이 생길 수는 있지만, 미국의 대중 통상 정책 자체가 크게 바뀔 것으로 보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샹티이 김희수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한국인들 ‘빨리빨리’ 너무 매력적”...공장까지 세운 인도 회장님 - 매일경제
- 압구정 신현대 보유세 ‘1858만원→2919만원’…서울 공동주택 공시가격 18.60% 껑충 - 매일경제
- “기업들도 힘들겠지만, 우린 죽을 판”…자영업자 체감경기 ‘급랭’ - 매일경제
- “시장 붕괴 올때마다 더 부자 됐어요”…곧 큰 기회 온다는 ‘부자아빠’ - 매일경제
- “대출 안 나와요? 다 방법 있어요”…집주인이 돈 빌려주는 ‘신박한’ 거래 - 매일경제
- “집으로 돌아오는 길”…‘이혼 6년’ 딸 홀로 키우는 조윤희 우간다 간 까닭 - 매일경제
- “아빠가 사준 SK하이닉스 주식이 대박”…선물 고르는 척하다 절도 - 매일경제
- 새벽에 고속도로 달리는데 갑자기…공포의 불청객 만나지 않으려면 - 매일경제
- ‘N잡’ 보험설계사 1.2만명 늘어…월평균 소득은 13만원 불과 - 매일경제
- “마지막 목표는 KBO였다”…일본·대만 러브콜 뿌리치고 울산 유니폼 입은 최지만 - MK스포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