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썰물밀물] 다카이치 총리가 더 세지고 있다

중동 전쟁이 벌써 두 달을 넘기고 있다. 협상한다더니 무산되는가 하면, 제안에 역제안이 오가면서 전쟁의 출구는 갈수록 꼬이고 있다. 양쪽 모두 더는 안 되겠다 싶어선지 호르무즈 해협과 핵 프로그램을 놓고 강대강 대치가 계속되고 있다. 이란이 궁지로 몰리고 있는 것이 분명하다. 특히 경제적인 어려움은 생각보다 더 심각해 보인다. 미국도 점점 고립되고 있는 것은 부인하기 어렵다. 특히 트럼프 대통령의 입지는 전쟁 이후가 더 걱정될 정도다. 네타냐후의 이스라엘은 세계적인 신뢰를 잃어버렸다. 광기에 사로잡혀 길을 잃어버렸다. 홀로코스트 피해국이 어느새 그 가해국으로 변질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중동 전쟁으로 세계가 몸살을 앓고 있을 때 한 발 물러서 전열을 다듬는 나라도 있다.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는 크게 한 숨 돌렸다. 세계의 시선이 중동으로 쏠리는 사이, 러시아의 영향력은 몰라보게 달라졌다. 반면 미국만 바라보던 우크라이나의 입지만 난처하게 됐다. 러시아보다 더 세계질서에 민감한 중국은 새로운 기회를 잡은 듯하다. 미국이 고립되는 만큼 중국의 존재감은 더 커졌다. 실제로 세계 주요국 정상들이 앞다퉈 중국을 찾고 있다. 게다가 대만 공격의 명분도 얻었다. 이 틈에 일본의 군사 대국화 노선은 더 노골적이다. 지난 2월 중의원 선거에서의 압승이 최대 동력이다.
지난 주 다카이치 총리는 태평양전쟁 A급 전범 14명이 합사된 야스쿠니 신사에 공물을 봉납했다. 과거에는 직접 참배한 대표적인 인물이지만, 이번엔 공물로 대신했다. 일보 전진을 위한 이보 후퇴다. 당일 각료회의에서는 보라는 듯이 '방위장비품의 수출 규제'를 대폭 완화했다. 살상 능력이 있는 무기도 수출하겠다는 것이다. 2014년 아베 정권이 열어놓은 무기 수출의 길을 전면화한 셈이다. 일본 유력 언론도 우려할 정도의 평화주의 노선 종언이며, '여자 아베'다운 극우 행보다. 이번 야스쿠니 공물과 살상무기 수출은 한 묶음이다. 전후 평화주의 노선을 폐기하고, 본격적으로 '전쟁 가능한 국가'로 가겠다는 의지를 행동으로 보인 것이다.
다카이치 정권의 극우 군국주의 노선은 이미 예상했던 일이다. 앞으로 평화헌법도 바꿀 것이다. 그리고 대중국 강경노선은 더 격화될 것이다. 중동 전쟁 이후 세계 질서가 재편되는 과정에서 동아시아 정세도 매우 불안정할 것이다. 미중 패권이 충돌하는 최전선에 남북이 자리 잡고 있지만, 최근의 대만 문제는 더 심각해 보인다. 중국이 결심만 한다면 대만 공격은 시간 문제다. 이럴 경우 미국은 일본을 앞세워 개입할 것이다. 어쩌면 주한미군도 투입될 것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어떻게 할 것인가. 강력한 방위력을 구축하되, 어느 쪽이든 끌려가는 것은 금물이다. 이젠 우리 운명은 우리가 결정토록 차근차근 준비해야 한다.
/박상병 시사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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