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FINANCE] 은행이 실버타운 짓는다… ‘초고령사회’ 시니어 전쟁 ‘활활’
베이비부머 은퇴 본격화… 금융 수요도 변화

대한민국이 65세 이상 인구 비중 21%를 넘어서는 '초고령사회'에 진입하면서 국내 금융권이 비즈니스 패러다임을 '시니어' 중심으로 전환하고 있다.
가계대출 중심 성장에 제동이 걸린 상황에 자산 규모가 큰 시니어층을 차세대 핵심 수익원으로 낙점한 것이다. 은행들은 이제 단순한 자산관리를 넘어 요양, 주거, 건강관리까지 아우르는 '토털 라이프케어' 생태계를 구축하며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구 5명 중 1명 노인… 이제는 '뉴 시니어'시대
29일 행정안전부의 '2025년 주민등록 인구통계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65세 이상 고령 인구는 1084만8222명으로 전체 인구의 21.21%를 기록했다. 1년 새 58만4040명(5.69%)이 늘었다.
국제연합(UN)은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7%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 14% 이상이면 고령 사회, 20% 이상이면 초고령 사회로 분류한다. 한국은 이 기준을 넘어선 데 이어 고령사회(2017년, 65세 이상 비율 14% 돌파)에서 초고령사회까지 단 7년 만에 진입했다. 일본이 12년, 독일이 37년, 프랑스가 39년 걸린 것과 비교하면 세계에서 유례를 찾기 어려운 속도다.
은행 입장에서 시니어층은 단순한 고령 고객을 넘어 그룹의 미래를 좌우할 핵심 타깃이다. 평생 축적한 부동산과 연금, 저축을 바탕으로 탄탄한 자산관리(PB) 수요를 창출할 뿐만 아니라, 상속·증여·패밀리오피스 등 가족 단위의 고부가가치 비즈니스로 확장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특히 과거 '시니어'가 70대 이상 고령층에 국한됐다면 최근에는 막강한 경제력과 활발한 소비 성향을 갖춘 50~60대 '뉴 시니어(New Senior)'로
그 범위가 넓어지면서 전략적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
◇'신탁' 앞세운 5대 금융… 자산관리에 사활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는 자산 승계와 관리를 돕는 '신탁' 비즈니스를 중심으로 시니어 특화 브랜드를 앞다퉈 선보이고 있다. 가장 앞서가는 곳 중 하나인 KB금융은 특화 브랜드 'KB골든라이프'를 내세웠다. 특히 KB국민은행은 영업점에서 상속 및 치매 신탁 상담을 받는 고객에게 인공지능(AI) 인지능력검사 '알츠윈'을 무료로 제공하며 금융과 건강관리를 묶었다. 하나금융 역시 '하나더넥스트'를 출범하고 시니어 토탈 라이프케어를 정조준했다. 최근에는 하나손해보험, NS홈쇼핑이 결합한 라이프케어 세미나 페스타를 개최해 은퇴 설계, 절세, 유언대용신탁 상담을 한 번에 제공하며 비금융과 금융의 시너지를 입증했다.
신한금융은 '신한SOL메이트' 브랜드를 통해 임원진이 직접 유언대용·치매안심신탁 가입 서약에 참여하며 육성 의지를 다졌다. 후발 주자인 우리금융(우리원더라이프)과 농협금융(NH올원더풀) 역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우리금융은 인수한 생명보험사를 바탕으로 종합 자산관리 시너지를 극대화하고 있다. 농협금융은 방대한 지역 네트워크를 활용해 도시와 농촌을 잇는 특화 솔루션으로 시장을 맹추격하고 있다.
◇독거 노인 급증에… 금융사가 실버타운까지
금융지주들이 시니어 사업에서 특히 공을 들이는 분야는 요양과 주거 인프라다. '독거 시니어'가 빠르게 늘면서 관련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1인 가구 비중은 42.27%로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는데 이 중 70대 이상(21.60%)과 60대(18.90%)가 연령대별 1인 가구 1, 2위를 차지했다. 자녀에게 의존하지 않고 스스로 노후를 책임져야 하는 고령 1인 가구가 폭발적으로 늘면서 주거와 돌봄을 한꺼번에 해결해줄 서비스에 대한 수요가 급격히 커지고 있는 것이다. 특히 수도권 부동산 등을 기반으로 자산을 축적한 '에셋 리치' 시니어가 프리미엄 요양·주거 서비스의 핵심 수요층으로 떠오르고 있다. 금융그룹 입장에서는 기존 자산관리 고객을 돌봄 서비스까지 연결할 수 있는 사업 확장 기회가 열리고 있는 셈이다.
이에 하나금융은 신규 자회사 '하나더넥스트 라이프케어'를 통해 경기 도 고양시에 프리미엄 노인요양시설 건립에 착수했고 2027년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KB금융은 자회사 'KB골든라이프케어'를 통해 요양시설 2곳, 케어센터 2곳, 실버타운 1곳을 운영 중이며 올해 추가 확장을 계획하고 있다. 신한금융도 도심형 요양시설과 실버타운 등 총 6곳을 2028년까지 설립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시니어 사업이 이제 막 본격적으로 확대되는 초기 단계에 들어섰다고 전망했다. 전체 인구의 18.6%, 경제활동인구의 25%를 차지하는 2차 베이비부머(1964~1974년생)가 올해부터 법정 은퇴연령에 진입하기 시작했다. 이전 고령층보다 재정 상태가 양호하고 디지털에 친숙하며 소비 의지가 강한 이 세대가 본격적으로 시니어 대열에 합류하면 시장 규모는 지금과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커질 수 있다.
송재만 하나금융연구소 연구위원은 "초고령사회 진입 이후에도 고령화는 계속 가속화될 것"이라며 "금융회사는 시니어의 웰리빙과 웰다잉을 아우르는 맞춤형 토털 케어 솔루션을 제공하는 동시에, 시니어가 사회에 기여하고 다음 세대와 연결될 수 있는 지속 가능한 참여 모델을 함께 모색해야 할 시점"이라고 말했다.
유진아 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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