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에 닥친 최악 시나리오”…전쟁도 합의도 없는 21세기 ‘냉전’
트럼프 “장기 봉쇄 대비하라”

미국과 이란이 29일(현지시각)로 개전 60일째를 맞은 전쟁을 두고 뚜렷한 해법을 찾지 못하는 가운데,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대이란 봉쇄 작전의 장기화에 대비하라고 참모들에게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쟁도, 합의도 없는 교착 상태가 장기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고, 이번 사태가 ‘냉전형 대치’로 굳어질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28일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전날 상황실 회의를 포함한 최근 회의들에서 이란 핵 프로그램의 완전한 해체를 압박하기 위해 이란에 대한 장기 봉쇄에 대비하도록 지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봉쇄 유지가 이란에 대한 추가 폭격보다 위험 부담이 낮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고 한다. 그는 이날 소셜미디어 트루스소셜에 “이란이 ‘붕괴 상태에 있다’고 알려왔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원유수출 ‘비밀 카드’ 쥔 이란, 더 버틸 것”
하지만 봉쇄의 실질적인 효과와 지속 가능성에 대해서는 회의론이 적지 않다. 2015년 포괄적 공동행동계획(JCPOA) 협상 당시 이란 제재 설계에 참여했던 리처드 네퓨 전 미 국무부 제재정책 수석부조정관은 이날 한겨레와 인터뷰에서 “이란은 밀수 경로를 통한 원유 수출 등의 카드가 있어 생각보다 훨씬 오래 버틸 수 있다”며 “5~6주간의 집중 폭격에도 이란이 핵 양보를 거부한 점을 보면, 봉쇄가 그보다 더 강한 압박이라고 단정하기 어렵다”고 분석했다.

현재 협상은 사실상 교착 상태다. 월스트리트저널에 따르면 이란은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와의 협의를 이유로 추가 시간을 요청했으며, 중재국들도 돌파구 마련 가능성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폭스뉴스는 중재 과정에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하메네이가 부상을 입어 소통에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갈등 동결해도…커지는 불안 3가지
액시오스는 폭격은 멈췄지만 전쟁도 합의도 없이 금융 제재, 군함을 동원한 해상 차단, 외교적 공전이 장기화하는 현재 상황을 ‘냉전적 국면’으로 규정했다. 특히 오는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이러한 교착은 정치·경제적으로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트럼프 대통령 측근은 “‘동결된 갈등’은 트럼프에게 최악의 시나리오”라고 평가했다. 에너지 가격 상승 압력도 수개월간 지속할 가능성이 크며, 언제든 전면전이 재개될 수 있는 불안정성도 동반된다.
이란은 현재 호르무즈해협 재개방과 미국의 해상 봉쇄 해제를 맞교환하는 ‘소규모 합의’를 제안하고 있으나, 트럼프 행정부는 ‘핵프로그램 폐기’ 원칙을 굽히지 않고 있다. 네퓨는 “포괄적 합의에 집착하기보다 우선 기뢰를 제거하고 해협을 여는 데서 출발하는 것이 현실적”이라고 조언했다.
워싱턴/김원철 특파원 wonchu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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