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진아의 금쏭달쏭] 엉뚱한 계좌로 보낸 내 돈…1억 원까지 나라가 찾아준다?

#최근 공모주 청약을 위해 자금을 이체하던 직장인 A씨는 아찔한 경험을 했다. 마음이 급해 계좌번호 숫자 하나를 잘못 입력하는 바람에 전혀 모르는 타인 명의의 증권 계좌로 1억원을 송금해 버린 것이다. 깜짝 놀라 5분 만에 은행에 자금 반환 신청을 접수했지만 돌아온 대답은 절망적이었다. 간신히 연락이 닿은 수취인이 “이미 다른 곳에 돈을 써버려 당장 돌려줄 수 없다”며 반환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A씨는 “두 달 가까이 피가 마르는 심정이었다. 내 실수이긴 하지만 뻔히 잘못 들어온 돈인 줄 알면서도 안 돌려준다는 게 도무지 이해가 안 됐다”며 “경찰서도 가보고 밤잠을 설쳤다. 최악의 경우 내 전 재산이나 다름없는 돈을 다 날릴까 봐 오금이 저렸다”고 토로했다.
모바일뱅킹과 간편송금이 일상화되면서 A씨처럼 계좌번호를 잘못 입력하거나 ‘최근 이체 목록’에서 대상을 잘못 선택해 모르는 사람에게 돈을 보내는 ‘착오송금’ 사고가 꾸준히 늘고 있다. 최근에는 이체 목록에서 수취인을 잘못 선택하거나 금액을 잘못 입력하는 단순 실수뿐 아니라, 공모주 투자 등을 빙자한 사기로 엉뚱한 계좌에 송금하는 피해까지 이어지고 있다.
공공데이터포털에 따르면 지난 2024년 한 해 동안 예금보험공사에 접수된 착오송금 반환청구 건수는 1만6753건에 달했다. 착오 사유별로는 계좌번호를 잘못 입력하거나 금융회사를 혼동한 경우가 가장 많았고, 송금 수단 중에서는 스마트폰 모바일 앱(모바일뱅킹 및 간편송금) 비중이 압도적으로 컸다.
착오송금을 인지했다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본인이 거래한 금융회사를 통해 반환 요청을 하는 것이다. 과거에는 은행 콜센터에 전화하거나 영업점을 직접 방문해야 했지만, 최근에는 모바일 앱 안에서 바로 신청할 수 있는 기능이 도입되고 있다.
접수가 완료되면 은행이 수취인에게 연락해 자진 반환을 유도하는 절차가 진행된다. 수취인이 동의하면 깔끔하게 돈을 돌려받을 수 있지만, 문제는 A씨의 사례처럼 수취인이 은행의 연락을 피하거나 이미 돈을 썼다며 반환을 거부할 때다.
이때 활용할 수 있는 제도가 바로 예금보험공사의 ‘착오송금 반환지원’ 제도다. 송금인이 예금보험공사에 반환지원을 신청하면 공사가 대신 수취인의 정확한 연락처를 확보해 자진 반환을 권유하고 필요하면 법원의 지급명령을 통해 강제 회수에 나선다. 소송 없이도 신속하게 돈을 회수할 수 있도록 돕는 장치로 회수 관련 평균 지급률은 95.6%에 달한다.
특히 지난해부터 제도가 대폭 개선되면서 혜택 범위가 넓어졌다. 기존에는 5000만원 이하까지만 지원됐지만, 이제는 건당 5만원 이상 1억원 이하의 착오송금이라면 누구나 신청할 수 있다. 앞서 1억원을 오송금해 피가 말랐던 A씨 역시 예금보험공사의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범위에 들어온 셈이다. 수취인에 대한 자진 반환 요구 기간도 기존 3주에서 2주로 단축돼, 돈을 돌려받기까지 애태우는 송금인의 기다림도 한층 짧아졌다.
단 제도를 신청한다고 해서 모든 착오송금이 100% 반환되는 것은 아니다. 예금보험공사에 반환지원을 신청하기 전, 반드시 해당 금융회사를 통해 사전 반환 요청 절차를 거친 이력이 있어야 한다. 착오송금일로부터 1년 이내에만 신청할 수 있다.
자금 회수가 구조적으로 어려운 예외 사례도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잘못 송금한 계좌가 사기·보이스피싱 등 범죄에 이용됐거나 의심되는 경우, 계좌가 압류 등 법적 제한 상태이거나 지급정지된 경우, 수취인이 사망하거나 폐업한 법인인 경우에는 반환지원이 어렵다. 토스나 카카오페이 등 간편송금을 이용했더라도 계좌번호가 아닌 연락처 송금 방식을 이용해 수취인의 실명 확보가 불가능한 경우 역시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다.
결국 가장 확실한 방법은 예방이다. 송금 전 계좌번호와 예금주명, 금액을 한 번 더 확인하는 습관만으로도 대부분의 착오송금을 막을 수 있다. 금융당국 역시 “간편송금 이용이 늘어난 만큼 송금 전 확인 절차를 생활화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유진아 기자 gnyu4@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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