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썸 오는 30일 운명 판가름···쟁점은 ‘영업행위 범위’
제재 '높이'서 '넓이'로···적용 범위 확장 여부가 관건
반대 결론이면 규제 사각·집행력 논쟁 재점화 불가피
사법 판단 가이드라인, 감독·입법으로 이어질지 주목
[시사저널e=김태영 기자] 가상자산거래소 두나무가 금융정보분석원(FIU) 제재를 법원에서 뒤집은 직후, 이번에는 빗썸 사건이 판단을 앞두고 있다. 유사한 흐름 속에서 이어진 사건이지만 쟁점은 결이 다르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이번 빗썸 사건은 단순히 규정이 불명확했느냐를 따지는 수준보다는 이용자가 자신의 가상자산을 외부 지갑으로 옮기는 행위까지 거래소의 영업행위로 볼 수 있는지가 쟁점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오는 30일 법원이 빗썸의 영업 일부정지 집행정지 신청에 대한 인용 여부를 결정한다. 업계에서는 이번 판단이 단순히 한 거래소의 제재 수위를 넘어서 가상자산 사업자의 '영업 범위'를 어디까지 인정할지에 대한 기준을 제시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금융정보분석원은 빗썸이 특정금융정보법상 미신고 가상자산사업자와의 거래금지 의무와 고객확인의무, 거래제한 의무 등을 위반했다며 총 665만건의 위반을 적발했다. 이에 지난달 16일 영업 일부정지 6개월과 과태료 368억원을 부과했고 빗썸은 당국 제재와 처분에 불복해 집행정지를 신청했다.
쟁점의 핵심은 이용자의 요청에 따른 외부 지갑 이전 행위를 특정금융정보법상 '영업 목적 거래'로 볼 수 있는지 여부다.
금융정보분석원은 해당 과정에서 미신고 사업자와의 거래가 발생했다는 점을 문제 삼았지만, 빗썸은 거래의 주체가 이용자이며 거래소는 단지 출금 기능을 제공했을 뿐이라는 입장이다. 거래소가 능동적으로 거래 상대방을 형성하거나 관여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이를 영업행위로 확대 해석하는 것은 과도하다는 주장이다.
여기까지 놓고 보면 빗썸은 앞서 두나무 사건과도 맞닿아 있다. 두나무는 금융정보분석원 제재를 둘러싼 행정소송에서 1심 승소를 이끌어냈는데, 당시 법원은 규제 기준의 불명확성과 소액 거래 중심 구조 등을 근거로 고의·중과실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특히 미신고 사업자와의 거래를 차단하기 위한 일정 수준의 조치를 취했다는 점이 처분 취소의 중요한 근거로 작용했다.
빗썸 역시 유사한 논리를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외부 솔루션을 통한 차단 시스템을 운영해 왔고 시스템 구축 이전에는 이용자 확약서 확보 등 수작업 방식까지 병행하며 주의 의무를 다했다는 것이다. 명확한 규정이 없는 상황에서 단순 거래 발생만으로 중징계를 부과한 것은 예측 가능성과 비례성 원칙에 반한다는 주장도 함께 제기된다.
다만 이번 법적 판단의 초점은 주의 의무 이행 여부를 넘어 행위의 성격 자체로 이동하고 있다. 법원이 외부 지갑 이전을 거래소의 영업행위로 본다면 향후 거래소는 이용자의 출금 요청까지도 사실상 규제 책임 하에 두고 관리해야 하는 구조로 바뀌게 된다.
이는 거래소의 내부통제 부담을 크게 높이는 동시에 서비스 구조 자체를 재설계해야 하는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
반대로 이를 이용자 주도 행위로 판단할 경우 거래소의 책임 범위는 중개 기능 중심으로 제한되며 현행 규제 체계에도 일정 부분 수정이 불가피해진다.
특히 특정금융정보법상 미신고 사업자와의 거래 금지 조항이 실제 어떤 행위를 포섭하는지에 대한 해석 기준이 보다 구체화될 필요성이 커질 전망이다.
법조계에서는 집행정지 신청이 인용될 가능성에 무게를 두면서도 본안 판단에서는 거래소 기능과 역할을 기준으로 한 정교한 법리 검토가 이뤄질 것으로 보고 있다. 은행이 고객 요청에 따라 타행으로 자금을 송금한다고 해서 은행 간 영업 거래로 보지 않는 것과 유사한 구조라는 해석도 제기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건은 가상자산 거래소를 '플랫폼'으로 볼 것인지 '거래 주체'로 볼 것인지에 대한 사법적 기준을 가르는 분기점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두나무 판결로 제재의 문턱이 한 차례 높아진 상황에서 이번 빗썸 사건은 규제의 적용 범위 자체를 재정의하는 성격이 강하다"며 "결과에 따라 거래소의 리스크 관리 방식은 물론 향후 입법 논의의 방향까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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