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협법 개정 속도 내는 정부…농협 내부 "개혁" vs "개악" 시끌

농림축산식품부와 여당은 지난 3월 11일과 4월 1일 당정 협의를 거쳐 농협 개혁안을 발표했다. 정부는 개혁안을 기반으로 한 농협법 개정안 입법을 추진 중이다. 개혁안의 골자는 △농협감사위원회 별도 법인 신설 △농협중앙회장 선출 방식을 전체 조합원 직선제로 개편 △농협경제지주의 구조 개편 등이다.
농협감사위원회가 별도 법인으로 설립되면 중앙회 내부에서 수행하던 중앙회, 조합, 지주 등의 감사를 외부 기구가 맡게 된다. 농식품부의 지도·감독 권한을 중앙회, 조합에서 지주와 자회사로 확대하는 내용도 담겼다. 조합원 직선제의 경우 중앙회장 선거의 비리와 금품 수수를 줄이기 위한 방안으로, 2028년 3월 회장 선거부터 적용할 예정이다. 현재 농협중앙회장은 조합장 1110명의 투표로 뽑는 간선제로 선출된다.
송미령 농식품부 장관은 27일 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지방선거 이후 개혁안 관련 입법을 추진하면 정쟁에 휘말린다. 5월에 속도감 있게 입법을 추진하겠다”며 “오는 6월에는 경제 사업 활성화, 조합 규모화 등을 담은 2단계 개혁안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입법 추진에 속도가 붙자 농협은 연일 반대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28일 오전 9시 농협 자율성 수호 비상대책위원회는 전국 농축협 조합장과 농업인 단체 등 500여 명이 참여한 가운데 국회에서 ‘농협 자율성 수호 농민공동선언식’을 열었다. 이들은 △관치 감독 중단 △독소조항 폐기 △자회사 지도·감독권 존치 △감사 기구 신설안 철회 △중앙회장 조합원 직선제 변경 중단 등 5개 사항을 국회에 요구했다.
같은 날 오후 2시에는 국회 앞에서 농협 개혁안이 ‘졸속 개악’이라는 노조 측의 집회가 열렸다. 전국금융산업노동조합 NH농협지부는 정부 추천 중심의 감사위원회가 초월적 감독권을 갖게 돼 관치를 강화한다며 위원회 설립을 반대했다. 더불어 특별 감사에서 비위 의혹이 나온 강호동 농협중앙회 회장의 해임을 촉구했다. 28일은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농해수위)가 법안 심사 소위를 개최한 날로, 이날 합의안은 도출되지 못했다.

정부와 농협은 개혁 추진에 대한 상반된 설문조사 결과를 내기도 했다. 정부는 조합원을, 농협중앙회는 조합장을 대상으로 했다는 점에서도 주목받았다. 27일 농식품부는 농협 조합원과 일반 국민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조합원의 94.5%, 국민 95.1%가 농협 개혁에 찬성했다고 밝혔다. 농협감사위원회 설치에 대해서는 조합원의 85.8%, 국민 93.3%가 찬성한다고 답했다. 농협중앙회 지주사와 자회사에 대한 정부의 감독권 신설에 대해서는 조합원 68.9%, 국민 79.7% 찬성했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이 4월 21~24일 농협 조합원 1079명과 일반 국민 1000명을 대상으로 한 인식 조사 결과였다.
농협중앙회가 실시한 조사는 정반대 결과를 내놨다. 중앙회에 따르면 4월 9~10일 농축협 조합장 110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응답자 871명 중 96.4%가 농협 감사위원회 외부 기구 설치에 반대했다. 농림축산식품부의 직접 감독권 확대에는 96.8%가, 농협중앙회장 선거의 전체 조합원 직선제 도입에 대해서는 96.1%가 반대했다.
정부뿐만 아니라 조합 내부에서도 “지금이 개혁 적기”라며 입법에 속도를 내려는 움직임이 나오고 있다. 지역 농축협 근로자가 소속된 사무금융노조 전국협동조합본부는 “농협 개혁은 더는 미룰 수 없는 과제”라며 “농협 개혁 입법을 신속하게 처리하고 강호동 회장을 엄중하게 수사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전국협동조합본부 관계자는 감사 기구 설치가 관치라는 주장에 대해 “농협중앙회 내부 감사 기구가 있지만 회장 비위나 조직 비리가 오히려 늘고 있지 않나. 자정 능력이 있다는 건 어불성설”이라며 “개혁을 위해선 외부 독립 감사 기구가 필요하다. 조합원 직선제 도입, 외부 감사 기구 설치 등은 2018년부터 논의한 것으로 졸속 입법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조합 내 갈등은 21일 집회 이후 심화하는 모양새다. 21일 농협 자율성 수호 비상대책위원회가 국회 앞에서 개최한 개혁 반대 집회에 조합원을 강제 동원했다는 논란이 일면서다. 사무금융노조 전국협동조합본부는 입장문을 내고 “중앙회가 지역 농축협에 동원령 문서를 보내 할당된 인원을 채우라고 종용했다”며 ‘필수 인원은 조합당 버스 1대 이상’ 등의 내용이 담긴 문서를 공개했다. 이날 집회에는 비위 의혹을 받는 강호동 회장이 직접 참석해 비판이 나왔다.
심지영 기자(jyshim@bizhankook.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