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완수사 성공 사례’ 쏟아내는 검찰…곱지 않은 시선의 경찰
‘경찰 흠집 내기’ 논란도…경찰측 “기관 대 기관 다툼으로 비칠 소지 있어”
(시사저널=이강산 기자)

6월 지방선거 후 본격적인 논의가 이뤄질 것으로 전망되는 '보완수사권'을 두고 검찰이 연일 '우수 사례'에 대한 공보에 나서고 있다. 과거 1·2차 검경 수사권 조정 당시 검사들의 집단 반발이 '검란'으로 불리게 됐던 것을 감안해 국민적 지지를 얻기 위한 현장 사례 공개를 적극적으로 이어가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이를 두고 경찰 내부에서는 경찰의 수사력을 폄하하면서 공개를 삼가야 할 피의사실까지 공표하고 있다는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검찰청은 전날 '26년 1분기 사법통제 우수사례'를 발표했다. 대검이 이번 발표한 우수사례는 총 4건으로, 모두 검찰이 경찰에 보완수사·재수사를 요구했거나 직접 보완수사를 진행한 사례다.
대검은 해당 사례 발표를 통해 '경찰에 대한 사법통제'를 구현했다고 밝혔다. 대검은 고양지청의 우수 사례에서 "구속 송치된 사기 등 피의자를 조사하던 중 경찰 단계에서 피의자의 방어권이 실질적으로 보장되지 않은 사실을 발견했다"라며 "충실한 보완수사로 실체적 진실을 규명해 송치 범죄사실 중 3개 혐의에 대해 불기소 처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찰에 재발방지책 마련 등 시정조치를 요구해 피의자의 실질적 방어권 행사를 보장했다"라며 "사건의 실체를 명확히 규명하고 경찰에 대한 실효적인 사법통제를 구현한 사례"라고 했다.
이처럼 검찰이 보완수사 우수 사례를 적극적으로 홍보하는 것은 '조직적 입장'을 내는 것이 비판적 여론을 불러온다는 판단에서 나온 전략으로 풀이된다. 수사권 조정 때와 지난해 11월 대장동 항소 포기 당시 검사들의 집단 반발이 역효과를 냈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경찰 일각에서는 이 같은 검찰의 우수 사례 홍보에 대해 다양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광주지검은 지난 14일 미성년자의제강간과 아동복지법 위반, 스토킹처벌법 위반 등의 혐의로 A씨(27)를 보완수사를 통해 구속기소 했다고 했다. 검찰은 "경찰로부터 해당 사건을 불구속 상태로 넘겨받은 뒤 보완수사를 통해 범행 전반을 재구성했다"며 "특히 A씨로부터 피해자가 16세 미만이라는 사실을 인식하고 있었다는 자백을 확보했다"고 짚었다.
경찰 측은 광주지검이 발표한 해당 범죄 관련 보도자료에 대해 "수사 단계에서 이미 피해자가 16세 미만이라는 점을 인지하고 있었고 접근금지 등 잠정조치를 신청하는 등 대응에 나섰다"라며 "그럼에도 보도자료에서는 검찰 조치가 중심적으로 부각돼 경찰의 기존 수사가 충분히 반영되지 않은 채 검찰 성과만 강조된 것처럼 비칠 수 있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또 통상 수사기관이 가급적 공개하지 않는 것이 원칙인 2차 가해 우려가 큰 성범죄 사례임에도 보완수사 성과 공표를 위해 자세한 피해 내용을 공개한 것 역시 도마 위에 오르기도 했다.
특히 검찰이 지난해 요구한 보완수사 건수가 11만여 건으로 역대 최다였던 것을 두고는 '체리피킹' 논란도 나오고 있다. 보완수사 요건부터 미비해 실패로 돌아가는 사례가 적지 않음에도 극적인 성공 사례 일부를 들어 검찰 역량을 강조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 경찰에서는 검찰 보도자료를 보완수사 요구 반려 사유로 거론하거나 반박성 입장 자료 배포를 검토하는 사례도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한 경찰 관계자는 "최근 관련 사례를 전국적으로 적극 홍보하는 흐름이 있어 내부적으로 대응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며 "이런 민감한 시기에 공식적으로 보도자료를 배포하면 기관 대 기관의 다툼으로 비칠 소지가 있다"고 했다. 또 "검찰의 언론 보도로 조직 사기가 저하됐다"라고도 말했다.
아울러 현직 경찰들은 검찰이 발표한 우수사례의 상당수가 직접 보완수사 필요성을 입증하는 사례가 아닌 검경이 협력해 이뤄진 것이라고 반발했다.
유한종 서울 강동경찰서 여성청소년과장은 29일 서울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경찰이 바라본 바람직한 검찰개혁' 토론회에서 "검찰이 보완수사 우수사례로 제시한 내용을 보면 직접 보완수사 성과처럼 소개됐지만 실제로는 검경 협력으로 진행된 사건이 많다"고 말했다.
또한 유 과장은 검찰이 '단순 상해치사 송치 사건을 유사강도살인 혐의로 변경해 기소했다'고 소개한 사례에 대해 "이미 경찰 수사에서 밝혀진 부분들에 해당한 혐의였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럼에도 검찰은 경찰과의 갈등을 피하면서도 보다 더 적극적인 홍보에 나서겠다는 방침이다. 한 검찰 관계자는 "수사기관 간 갈등을 유발하려는 취지는 아닌 만큼 가급적 경찰 수사 내용을 표현할 때는 유의하고 있다"면서도 "공판에서 유죄를 입증하기 위해 합리적 의심이 없을 정도로 증거를 검찰이 보강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법정에서의 최종적인 유죄 입증 책임은 검사에게 있다"며 "그 과정에서 필요한 보완수사를 수행한 것일 뿐 특정 기관의 성과를 부각하려는 취지는 아니다"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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