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고장 멸종위기종] 청주에 터 잡은 물속의 포식자, 물장군

물장군은 몸집이 작은 곤충이지만 커다란 황소개구리도 제압한다. 심지어 뱀과 대결해도 물러서지 않는다. 낫처럼 생긴 날카로운 앞발과 강력한 신경독, 그리고 재빠른 몸짓 덕분이다. 이를 바탕으로 곤충 중에서는 최상위 포식자로 군림한다. 장군이라는 이름과 어울리게 '물속의 호랑이'라는 별명으로도 부른다.
주로 작은 물고기나 올챙이 등을 사냥하는데 때로는 개구리도 잡아먹는다. 먹이를 포획하고 움켜쥐는 데 유리한 앞발로 사냥감을 제압하고 다리로 완전히 잡은 후에는 소화 효소를 먹이 몸 속에 주입해 단백질을 분해하고 먹는다. 자기보다 몸집이 큰 먹이도 먹을 수 있는 비결이다.
"큰 적과도 맞서지만...강해 보인다고 안전한 건 아냐"
이강운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소장은 이 과정에 대해 "다리로 완전히 잡은 후에 신경독을 넣어 먹이를 완전히 마비시키고 몸 안에 있는 것들을 녹여서 빨아먹는다"고 설명했다. 먹이를 물자마자 물살을 빠르게 헤쳐 나가기 때문에 물린 먹이가 제대로 저항하지 못하는 것도 사냥술의 비결이다.
강력한 사냥술에도 불구하고 물장군은 현재 멸종위기다. 예전에는 우리나라 전역에 널리 분포했으나 연못, 웅덩이 등의 습지가 줄고 농약 과다 사용으로 인한 수질오염 등으로 서식지가 훼손된 탓이다.

이런 물장군에게 최근 희망의 땅이 된 곳이 있다. 충청북도 청주다.
청주에서는 상당산성 일대 습지를 중심으로 물장군 복원 사업이 진행됐다. 청주시와 금강유역환경청 등이 지역 멸종위기종 살리기 사업을 추진하면서 지난 2022년 이후 3년에 걸쳐 물장군 210개체를 방사했다.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에서 증식한 물장군을 자연에 되돌려보낸 방식이다.
급격한 도시화 겪은 청주...물장군 터 잛은 까닭은?
금강유역환경청에 따르면 청주지역은 급격한 도시화로 많은 서식지가 파괴되어 생태계 보전 및 복원이 필요한 지역이다. 이에 따라 환경청은 2022년 10월 청주시와 홀로세생태보존연구소, 그리고 LG에너지솔루션과 함께 협약을 맺고 물장군 살리기 사업을 진행했다. 이후 여러차례 방사와 모니터링 등이 이어졌고 지난해 11월, 청주 물장군 복원 최종 보고회에서 "상당산성 습지에서는 언제든 물장군을 만날 수 있다"는 설명이 나왔다.
청주 상당산성 인근은 미꾸라지나 잠자리 애벌레 등 물장군 먹이가 되는 수생생물이 풍부하고, 물장군이 산란할 수 있는 애기부들, 달뿌리풀 등 수초가 적당히 분포해 개체수가 유지되는데 도움이 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같은 조건이 복원 사업의 기반이 된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물장군 복원이 단순히 한 종을 되살리는 데 그치지 않는다고 본다. 물장군은 습지 생태계의 상위 포식자로, 개체군이 안정적으로 유지된다는 것은 그만큼 먹이 생물과 서식 환경이 함께 회복되고 있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주목할 점은 '강한 종'조차 주변 환경이 무너지면 쉽게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다. 동시에, 적절한 서식 조건이 마련되면 다시 돌아올 수 있다는 가능성도 청주 사례가 보여준다.
수컷이 알 보살피는 물장군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물장군은 노린재목 물장군과에 속하는 곤충이다. 몸 길이 50~70mm로 폭이 좁고 다소 편평한 장타원형 모양이다. 머리는 비교적 작고 광택이 있는 암갈색 겹눈과 손가락 모양의 더듬이가 있다. 앞다리는 납작한 낫 모양의 포획다리로 발달했고, 앞다리의 발목마디에는 갈고리 모양의 발톱이 1개 있다.
1년 1세대 또는 2~3년에 1세대로, 월동한 개체는 4월경 동면에서 깨어나 활동하다 6월 말경부터 짝짓기를 한다. 교미 후 암컷은 60~100개의 알을 한 덩어리로 부들 등의 정수식물에 부착한다. 알은 수컷이 보살피며 약 10일 후 부화한다. 1~5령 유충까지 약 40일의 성장기간을 보낸 후 성충이 되며 여름부터 가을까지 작은 물고기나 올챙이 등 다양한 수생생물을 포식하며 생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