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산행 수필 ] ② 굽어살펴 주시옵소서

[<사람과 산> 황대연 객원기자] 우리나라의 수많은 산신 중 대표적인 산신으로는 태백산 산신과 소백산 산신을 꼽을 수 있다. 백두대간 고치령 산령각(山靈閣)에는 태백산 산신과 소백산 산신이 함께 모셔져 있다.
왜 이곳에 두 분의 산신을 함께 모셔놓았을까? 그건 고치령이 태백산과 소백산 사이인 양백지간(兩百之間)으로, 두 분이 언제든 만날 수 있는 곳이 어서라고 한다. 아마도 지금 이 시각에도 두 분께서는 과거의 설움과 회한을 모두 내려놓고 숙부와 조카로서 돈독한 정을 나누고 계실 것만 같다.
누가 태백산 산신이 되었는가? 단종(端宗)이다. 조선 제6대 왕으로 수양 숙부에 의해 유배되어 생을 마감하고 태백산 산신이 되었다. 단종은 부왕인 문종이 승하하자 그 뒤를 이어 12세의 어린 나이에 즉위했다. 단종 3년에 숙부인 수양대군에 의해 왕위에서 물러났다.
사육신 단종 복위운동에 연루되었다 하여 노산군으로 강봉되어 영월 청령포로 유배되었다. 그 후 금성대군의 단종 복위운동이 실패하여 세조는 단종에게 사약을 내렸고, 단종은 17세의 나이에 승하하였다. 단종이 세상을 뜨자 후환이 두려워 아무도 거두지 않았는데, 영월 호장 엄흥도가 찾아가 통곡하고 관을 마련하여 장사를 치렀다. 그곳이 바로 영월 장릉(莊陵)이다.


소백산 산신은 누구인가? 금성대군(錦城大君)이다. 세종의 여섯째 아들이며 단종의 숙부이다. 사육신 단종 복위운동에 연루되어 친형인 수양대군에 의해 순흥으로 유배되었다. 거처를 벗어나지 못하도록 땅바닥에 구덩이를 파고 돌로 벽을 쌓아 둘레에 탱자나무를 촘촘히 심어 가시울타리를 만들었다. 한 평 남짓한 바닥은 축축하여 누울 수도 앉아 있을 수도 없다. 이른바 위리안치(圍籬安 置)의 형벌.
그러나 서슬 퍼런 감시와 핍박에도 금성대군의 절개를 꺾지는 못했다. 순흥부사 이보흠 및 지역 사림과 함께 단종의 복위를 도모하였다. 그러나 관노의 밀고로 실패하였고, 결국 금성대군은 사사되었다. 함께 처형당한 300여 명의 피가 마을 앞을 흐르는 죽계천을 핏빛으로 물들였다.
핏물은 십여 리를 흘러가다 멈추었 고, 그곳 마을이 피끝마을로 불리고 있다. 그로부터 영주는 충절의 고장으로 불리게 되었고, 충절의 상징인 금성대군은 이곳을 감싸고 있는 소백산 산신이 되었다.
몇 해 전 태백산 산신을 뵙기 위해 태백산 단종비각과 단종이 잠들어있는 영월 장릉을 둘러보았다. 하지만 아직 소백산 산신이 계신 곳은 찾아뵙지 못하였다. 때마침 시산제를 마치고 시간 여유가 있었다. 소백산 산신을 알현하기 위해 순흥에 있는 금성대군 신단을 찾아갔다.
경북 영주시 순흥면 '금성대군 신단 단종 복위운동성지'에 이르러 조선시대의 슬픈 역사 속으로 들어가려니 저절로 옷깃부터 여며진다. 신단은 텅 빈 집처럼 고적만 감돈다. 가까이에 있는 소수 서원이나 선비촌에는 많은 사람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데, 이곳은 찾는 이도 없는 듯하다.
신단 중앙에 '금성대군지위(錦城大君之位)'라고 쓰인 제단과 '제명조선단종조충신 금성대군성인신단지비(齊明朝鮮端宗朝忠臣 錦城大君成仁神壇之碑)'라고 쓰인 비석이 자리하고 있다. 그 좌측에 부사 이보흠의 제단(府使李公甫欽之位), 우측에 함께 죽은 선비들을 추모하는 제단(諸 義士之位)이 자리하고 있을 뿐이다.
그러나 차가운 제단과 비석은 아무런 말이 없다. 500여 년의 오랜 세월 동안 이렇게 말없이 서 있었을 것이다. 한 많은 세월을 살다간 금성대군. 금성대군이 사사된 슬픈 역사의 장소에서, 충절이 서려 있는 제단 앞에서 두 손 모아 넋을 기려본다.


글.사진 황대연 객원기자 │ 백두대간 종주 등 2,900여 개의 국내 산과 킬리만자로 등 9개의 해외 산에 올랐다. 저서 『백두대간에 서다』, 『은퇴산꾼 고산에 서다』, 『헤어날 수 없는 사랑』, 『맹물에 조약돌을 삶아 먹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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