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해병대수사단 실력 얼마나 된다고 화를 내나”…‘VIP 격노설’ 재판 시작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결과에 외압을 행사했다는 의혹으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첫 재판에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재판장 우인성)는 29일 윤 전 대통령과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 신범철 전 국방부 차관,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 유재은 전 법무관리관, 박진희 전 군사보좌관, 김동혁 전 검찰단장, 김계환 전 해병대 사령관 등 8명에 대한 1차 공판을 열었다. 이 재판부는 이른바 ‘VIP 격노설’에서 시작된 채상병 순직사건의 수사외압 의혹을 심리한다.
VIP 격노설은 윤석열 전 대통령이 2023년 7월31일 대통령 주재 수석비서관 회의에서 채상병 순직사건에 대한 해병대수사단 초동수사 결과를 보고받은 뒤 “이런 일로 사단장까지 처벌하면 앞으로 누가 사단장을 하겠느냐”고 격노했고, 이종섭 전 장관 등을 크게 질책하는 등 방식으로 수사기록 이첩을 막는 등 외압을 행사했다는 내용이다. 해당 의혹을 수사한 이명현 특별검사팀은 윤 전 대통령과 이 전 장관과 국방부·대통령실 관계자들을 한꺼번에 재판에 넘겼다.
윤 전 대통령 측은 이날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윤 전 대통령 측 변호인은 “격노설은 실체가 없다. 피고인은 임성근을 전혀 모르고 수사에 개입할 동기도 없다”고 주장했다. 법률가로서 수사결과에 대한 의견을 줬을 뿐이지, 수사결과를 바꾸라는 식으로 구체적인 지시를 내린 적은 없다는 게 윤 전 대통령 측 주장이다.
윤 전 대통령은 발언 기회를 얻고 “제가 화를 냈다고 하면 박정훈(전 해병대 수사단장)이 아니라 (수사결과를 보고한) 임기훈(전 대통령실 국방비서관)에게 한 것”이라며 “해병대 수사단이 수사한다고 하더라도 그 실력이 얼마나 된다고 대통령이 화를 내겠나”라고 했다. 이어 해병대 수사단은 군 사망사고에 대한 수사 권한이 없기 때문에 자신이 그 권한 행사를 방해했다는 특검의 논리 자체가 잘못됐다고 주장했다.
함께 재판에 넘겨진 이 전 장관과 조 전 실장 등 나머지 피고인들은 윤 전 대통령과 공모가 없었고, 대통령의 지시를 단순히 전달하는 역할만 했을 뿐이라는 취지로 혐의를 모두 부인했다.
특검 측은 윤 전 대통령이 사고의 책임자로 지목됐던 임성근 전 해병대 1사단장이 혐의자에서 제외되고, 초동수사를 이끈 박정훈 전 단장에 대한 항명 수사가 진행되는 전 과정에 영향력을 행사했다고 주장했다. 윤 전 대통령이 사건을 재검토한 국방부 조사본부에 ‘임성근을 혐의자에서 빼라’는 취지의 지시를 전파한 이후 조사본부가 내부 결론을 뒤집은 점, 윤 전 대통령이 이 전 장관 등에 ‘박정훈을 징계할 수 없냐’고 물은 뒤에 박 전 단장에 대한 체포영장이 청구됐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었다.
특검 측은 “이처럼 위법한 일들이 발생한 배경에는 대통령의 격노가 있었고, 누구도 진실을 말하지 않아 특검이 출범했다”며 “대통령의 불법 지시에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군 경력이 희생된 장교와, 20살이었던 순직 해병의 유족에게 정의로운 판결로 답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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