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나 지금 되게 신나”…뒤에서 웃는 러시아?

정다원 2026. 4. 29. 15:36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앵커]

미국과 이란의 종전 협상 성사 여부에 전 세계의 관심이 쏠려 있지만, 내심 이 전쟁이 끝나지 않기를 바라는 나라도 있다고 합니다.

바로 러시아인데요.

중동 사태의 최대 수혜자라는 평가도 나옵니다.

자세한 내용, 정다원 기자와 짚어보겠습니다.

우선 러시아가 이번 전쟁으로 경제적 이익을 톡톡히 누리고 있다면서요.

어느 정도입니까?

[기자]

네, 국제 유가가 치솟으면서, 러시아가 매달 수십조 원씩 추가 수익을 챙기고 있습니다.

러시아가 원유와 천연가스 같은 화석연료를 수출해서 얻은 수익은 최근 2년 사이 최고치를 기록했는데요.

지난달 하루 평균 수입이 우리 돈으로 1조 원이 넘는 걸로 집계됐습니다.

한 달 만에 52%나 늘었습니다.

주목할 점은 원유의 경우 수출 물량이 16% 늘었는데, 수익이 115%나 급증했다는 겁니다.

국제 유가가 크게 오른 데다가, 서방의 제재로 인해 러시아산 원유에 붙었던 가격 할인이 사실상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실제로 러시아산 원유 가격은 올해 초, 배럴당 40에서 42달러 선에서 전쟁 발발 후 116달러 선을 넘어섰습니다.

미국이 러시아산 원유에 대한 제재를 일시 해제한 게 기폭제가 됐습니다.

사실 러시아 경제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서방의 제재로 인해, 내리막길을 걷고 있었는데요.

중동 사태를 계기로 되살아난 모양새입니다.

국제통화기금, IMF는 최근 세계 경제 성장 전망치를 낮췄는데, 러시아에 대해선 이례적으로 성장률을 상향 조정했습니다.

[앵커]

2차 종전 협상이 무산된 뒤 이란의 외교 수장이 향한 곳도 러시아였잖아요.

이건 어떤 의미로 봐야 할까요?

[기자]

네, 이란 아라그치 외무 장관이 현지 시각 27일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푸틴 대통령을 만났습니다.

종전 방안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는데요.

러시아를 '친구'라고 부르면서 연대를 과시했습니다.

[아바스 아라그치/이란 외무 장관 : "이란에는 어려운 시기에 곁을 지키며 지지해 주는 러시아와 같은 친구가 있다는 점이 증명되었습니다. 러시아의 입장과 지지에 깊은 감사를 표합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주에 이미 이란 최고지도자 모즈타바 하메네이의 메시지를 전달받았다면서, 중동 지역에 평화가 조속히 정착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습니다.

[블라디미르 푸틴/러시아 대통령 : "러시아는 평화가 최대한 빨리 달성될 수 있도록, 이란의 이익과 (중동) 지역 주민들의 이익에 부합하는 모든 일을 다 할 것입니다."]

러시아가 종전의 이른바 '키플레이어' 역할을 자처한 건데요.

이란과 러시아는 지난해 무려 20년짜리 전략적 동반자 조약을 맺은 끈끈한 사이입니다.

이란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 러시아를, 러시아는 이번 전쟁에서 이란을 군사적으로 지원하기도 했죠.

이런 배경으로 미루어 볼 때, 이란 외무 장관의 이번 방문은 러시아라는 강력한 우방을 내세워 미국의 압박을 방어하려는 행보로 풀이됩니다.

전문가들은 러시아가 이번 중재를 지렛대 삼아, 우크라이나 문제에서 유리한 위치를 차지할 가능성도 높아졌다고 분석합니다.

[앵커]

그런데 미국이 중동에 집중하는 사이, 우크라이나 전쟁은 오히려 더 치열해졌죠?

[기자]

네,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역에 공습을 강화하고 있습니다.

워싱턴 근동정책연구소는 러시아가 원유를 팔아서 번 돈을 우크라이나 전선에 쏟아붓고 있다고 진단했는데요.

우크라이나 공군은 러시아 측이 지난 주말, 하룻밤에 드론과 미사일을 650발 넘게 발사했다고 밝혔습니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정유 시설과 항구 등을 공습하며 맞대응에 나섰는데요.

멀어지는 종전에 우크라이나의 초조함도 커지고 있습니다.

서방으로부터 지원받은 액수는 5천억 달러를 넘어섰습니다.

[볼로디미르 젤렌스키/우크라이나 대통령 : "우크라이나에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러시아가 이 부당한 전쟁을 종식할 용단을 내리는 것입니다. 우리는 중재국들의 역할도 높이 평가하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우크라이나 협상단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지지를 얻기 위해, 돈바스 지역 일부를 트럼프 대통령의 이름을 딴 '도니랜드'로 부르는 방안을 비공식적으로 제안했다는 보도가 나왔습니다.

뉴욕타임스는 이 협상단이 챗GPT를 이용해서 도니랜드 국기와 국가도 만들었다고 전했습니다.

[앵커]

결국 러시아는 중동 사태를 계기로 돈도 벌고, 중동 지역에서 존재감도 키우고, 우크라이나 전쟁도 계속할 수 있게 된 거네요?

[기자]

그렇습니다.

영국 가디언지는 "이번 전쟁의 유일하고도 명확한 수혜자는 러시아다"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중동 사태 이전까지만 해도 러시아는 외교적으로 고립돼 있었고요,

경제 상황도 안 좋았습니다.

그런데 전쟁을 계기로 그야말로 기사회생한 겁니다.

거기다가 애초에 러시아가 우크라이나 전쟁을 시작했던 명분이 나토의 동진 정책이었습니다.

나토가 동쪽으로 세력을 뻗치면 러시아에 위협이 된다는 논리였는데요.

중동 사태 이후 미국과 유럽의 갈등이 커지면서, 나토가 스스로 결속력이 약해졌습니다.

러시아로서는 이것도 호재입니다.

결국 누군가에겐 비극인 전쟁이 또 누군가에겐 패권과 부를 다지는 기회가 된 셈입니다.

중동 사태가 길어질수록 러시아는 힘을 얻고 있고, 이는 곧 세계 안보와 경제 지형을 뒤흔들 변수가 될 것으로 보입니다.

자료조사:전가영/영상편집:박혜민 최정현/그래픽:서수민

■ 제보하기
▷ 전화 : 02-781-1234, 4444
▷ 이메일 : kbs1234@kbs.co.kr
▷ 카카오톡 : 'KBS제보' 검색, 채널 추가
▷ 유튜브, 네이버에서도 KBS뉴스를 구독해주세요!

정다원 기자 (mom@kbs.co.kr)

Copyright © KBS.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재배포 및 이용(AI 학습 포함)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