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물연대-BGF리테일 갈등이 남긴 과제…노란봉투법 왜 '회색' 됐나

이혁기, 조서영 기자 2026. 4. 29.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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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스쿠프 심층취재 추적+
노란봉투법 시행 2개월째
해석 엇갈리고 허점 많아
화물연대 사태 봉합됐지만
살펴봐야 할 이슈 적지 않아
노란봉투법 어떻게 바꿔야 할까

# 노동계의 숙원이었던 이른바 '노란봉투법'이 시행된 지 2개월이 흘렀습니다. 하지만 노동 현장에선 여전히 원청과 하청 노동자 사이의 교섭이 겉돌며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습니다. 최근 사망자까지 발생한 BGF리테일과 화물연대 간 갈등이 대표적입니다.

# 29일 양측이 극적으로 합의를 이루긴 했지만, 살펴봐야 할 부분은 여전히 숱합니다. 노란봉투법, 대체 무엇이 문제일까요? 정부는 무엇을 가다듬어야 할까요? 더스쿠프가 Q&A 형태로 풀어봤습니다.

노란봉투법이 시행됐지만 노사갈등은 여전하다.[사진 | 뉴시스]
지난 3월 10일 노동 현장에서 수십년간 요구해 온 이른바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이 본격적으로 시행됐습니다. 골자는 노사 관계에서 단체교섭 의무가 있는 '사용자'의 범위를 넓히고, 원청의 파업노동자를 향한 손해배상을 제한하는 겁니다.[※참고: 원청은 다단계 계약 구조에서 최상단에 위치한 경제적ㆍ사업적 지위를 의미합니다.]

그중 노동계의 기대를 가장 많이 받은 대목은 '사용자 범위 확대'입니다. 기존 법 체계에선 하청 노동자가 자신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하는 '진짜 사장'과 교섭할 법적 근거가 없었습니다. 산업 현장 상당수의 계약 형태가 중간 업체를 거치는 '다단계 위수탁 구조'로 얽혀 있기 때문이었죠.

이런 구조 아래선 하청인 노동자는 원청이 아닌 중간 업체와 서류상 계약을 맺어야 합니다. 이에 따라 원청은 실질적 결정권을 쥐고 있는데도 계약 당사자가 아니란 이유로 하청과의 교섭 책임을 피할 수 있었죠.

노란봉투법은 바로 이 문제를 정조준했습니다. 새 법령은 사용자의 범주에 '근로조건을 실질적ㆍ구체적으로 지배ㆍ결정할 수 있는 자'를 포함하고 있습니다. 근로계약 유무와 상관없이 하청 노동자가 원청과 직접 교섭할 법적 근거가 마련된 겁니다. 1953년 노동조합법 제정 이후 73년 만에 사용자의 범위를 확장했다는 점에서 노란봉투법은 한국 노동 역사의 한 획을 긋는 이정표로 평가받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평가가 무색하게도 산업현장 곳곳에선 '노란봉투법 무용론'이 터져 나오고 있습니다. 노란봉투법을 시행한 지 2개월이 흘렀지만 원청과 하청 간의 교섭이 원활히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게 논거입니다. 이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가 최근 편의점 CU 운영사인 BGF리테일과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 화물연대(이하 화물연대) 사이에서 발생한 노사 갈등입니다.

과정을 요약하면 이렇습니다. 화물연대는 올해 초부터 노동 강도 완화와 처우 개선 등을 이유로 BGF리테일에 직접 교섭을 요구해 왔습니다. 3월 10일 노란봉투법이 시행된 이후론 한층 더 적극적으로 움직였습니다. 1월부터 시도한 교섭 횟수만 총 7차례에 달합니다. 하지만 BGF리테일은 이를 번번이 거절했죠.

[일러스트 | 게티이미지뱅크]
대화 요구가 무산되자 화물연대는 4월 5일 무기한 총파업에 돌입하고 시위에 나섰습니다. 화성ㆍ안성ㆍ나주ㆍ진주 등 주요 물류센터 출입구를 봉쇄하고, 17일엔 충북 진천에 있는 BGF푸드 공장까지 막아섰습니다.

그러면서 노사 양측의 갈등은 최고조에 달했고, 결국 비극적 사고가 터졌습니다. 4월 20일, 경남 진주 CU물류센터에서 집회를 하던 화물연대 조합원 3명이 BGF 수송 화물차에 치여 1명이 사망하고 2명이 중경상을 입었습니다.

참사가 벌어지고 나서야 화물연대와 BGF리테일은 뒤늦게 교섭 테이블에 마주 앉았습니다만, 27일까지 총 3차례 교섭을 진행했음에도 좀처럼 합의에 이르지 못했습니다. 이후 5차 교섭까지 치른 끝에 양측은 29일 새벽 잠정 합의를 이뤄냈습니다. 이날 오전 11시엔 고용노동부 진주지청 회의실에서 조인식(조약 당사자가 공문서에 서명하는 의식)도 열었죠.

화물연대와 BGF리테일의 갈등이 극적으로 봉합되긴 했지만 따져봐야 할 건 여전히 적지 않습니다. 대부분 노란봉투법의 한계에서 기인한 문제들입니다. 하나씩 따져볼까요?

Q. 교섭 거부, 법 위반일까 = 일단 이 질문부터 던져보겠습니다. 노란봉투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BGF리테일이 계속해서 화물연대의 교섭 요구를 거부할 수 있었던 근거는 무엇일까요?

BGF리테일의 핵심 논리 중 하나는 '다단계 물류 구조'입니다. 현재 BGF리테일의 물류 체계는 'BGF리테일→BGF로지스(자회사)→지역 물류센터→하청 운송사→화물차 기사'로 이어지는 구조입니다. BGF리테일은 이를 바탕으로 "화물차 기사는 자신들과 직접 근로계약을 맺은 직원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습니다. 교섭의 책임은 BGF리테일이 아닌 화물차 기사와 직접 계약을 맺은 하청 운송사에 있다는 겁니다.

언뜻 봐도 노란봉투법에 정면으로 위배됩니다. 노란봉투법은 직접적인 근로계약 유무와 상관없이 '노동자의 근로조건을 실질적으로 결정할 수 있는 자'를 사용자의 기준으로 삼고 있기 때문입니다.

화물차 기사들의 업무 환경과 처우에 실질적인 지배력을 행사하는 BGF리테일은 개정법상 사용자로 해석될 여지가 큽니다. 이런 맥락에서 '계약 당사자가 아니다'는 BGF리테일의 논리는 3월 10일 노란봉투법이 시행된 이후론 법적 명분을 상실합니다.

사진은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사진 | 뉴시스]
Q. 개인사업자는 예외인가 = 논란이 된 건 또다른 근거인 '계약 형태'입니다. BGF리테일은 화물차 기사가 노동조합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는 '특수고용형태근로종사자(이하 특고)'라는 점을 강조했습니다.

이는 화물차 기사들의 실제 계약 구조에 기인합니다. 대부분의 화물차 기사는 운송업체와 고용계약이 아닌 '위수탁 계약(화물 운송을 위탁받고 수수료를 취득하는 형태)'을 맺고 일하는데, 이를 위해 노동자가 아닌 개인사업자로 등록합니다. 서류상으론 화물차 기사가 BGF리테일과 같은 '사업자'로 분류된다는 얘깁니다.

이 때문에 화물차 기사는 단체교섭권 등 노동조합법상 근로자의 권리를 보장받기 어렵습니다. 화물차 기사로 구성된 화물연대가 '법외노조法外勞組'라 불리는 이유입니다. 노동조합이 아니라 일종의 사업자 단체니까요.

문제는 노란봉투법이 화물차 기사와 같은 특고의 교섭권까지 보장하는 건 아니란 주장이 나온다는 점입니다. 이런 해석을 내놓은 주체는 다름 아닌 정부입니다. 지난 4월 21일 고용노동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사안은 개정 노조법 제2조(노란봉투법)에 따른 원ㆍ하청 교섭 문제를 넘어선 상황"이라고 밝혔습니다. 화물차 기사가 노란봉투법 적용 대상 밖이라고 선을 그은 겁니다.

Q. 노란봉투법 왜 이리 허술한가 = 하지만 이는 실제 물류 현장의 구조를 감안할 때 받아들이기 힘든 논리란 지적이 나옵니다. 형식만 개인사업자일 뿐, 화물차 기사 역시 원청의 통제를 받는 '노동자'와 다를 바 없기 때문입니다.

노란봉투법이 현장의 복잡한 고용 구조를 제대로 담지 못했다는 비판이 나오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입니다. 김성희 산업노동정책연구소 소장은 "노란봉투법이 교섭의 문을 열어주긴 했지만, 제도를 포괄적으로 개선하지 못하고 다툼의 여지를 남겨둔 것이 노사갈등의 불씨로 남아 있다"며 다음과 같이 지적했습니다.

"노란봉투법은 원청이 사용자의 책임을 거부할 수 있는 빌미를 제공하고 있다. 노사 고용 관계를 위수탁 등 다른 형태의 계약으로 포장하는 '위장 도급'을 규제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정부도 노란봉투법의 한계를 인정하는 분위기입니다. 고용노동부는 보도자료에서 "소상공인ㆍ개인사업자 등 상대적으로 취약한 지위에 있는 분들이 단결해 대화를 요구할 수 있는 구조를 마련하지 못한 것이 근본 원인"이라며 "갈등이 대화를 통해 원만히 해결되지 못하고 악화한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밝혔습니다.

다만, 정부의 입장은 오락가락하고 있습니다. 보도자료 발표 이틀 뒤인 4월 23일 정부 주장의 '결'이 살짝 바뀌었습니다. 김영훈 고용노동부 장관은 이날 SBS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특고가 형식적으로는 자영업자라 하더라도 경제적으로 종속된 관계라면 노동자라 볼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는 더 큰 문제입니다. 입장을 정리해야 할 정부의 논점이 흔들리면 대안도, 해법도 찾을 수 없기 때문입니다.

[사진 | 뉴시스]
Q. 어떻게 개선해야 = 그럼 노란봉투법이 실효성을 확보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요? 전문가들은 사용자의 정의를 넓힌 만큼, '근로자'의 범주 역시 현대화해야 한다고 입을 모읍니다.

박지순 고려대(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형식적인 계약 형태보다 실질적인 종속성을 우선시한 최근 판례의 흐름에 주목해야 한다"면서 말을 이었습니다. "최근 법원에선 특정 사업자에게 소속돼 구체적인 지시를 받는 등 실질적 근로자성이 인정된다면 개인사업자도 노동조합법의 보호 대상이 될 수 있다는 판례가 나오고 있다. 여기에 근거해 정부가 내부적인 혼선을 정리하고, 다양한 노무 제공 환경을 아우르는 입법적 보완을 진행해야 한다."

앞으로 노란봉투법은 한국 노동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요? 정부는 노란봉투법의 이상과 노동 현장 사이의 괴리를 좁힐 수 있을까요? 대책을 내놓기 전에 입장부터 정리해야 할 듯합니다.

이혁기 더스쿠프 기자
lhk@thescoop.co.kr

조서영 더스쿠프 기자
syvho11@thescoop.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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