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선박 ‘호르무즈 통행료’ 안 낸 이유…이란 “1953년 닛쇼호 우정”

홍석재 기자 2026. 4. 29. 14: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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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 이후 일본행 유조선의 호르무즈해협 통과를 처음 허용한 이란 정부가 '1953년 닛쇼호'를 언급해 주목된다.

닛쇼호는 1953년 영국의 이란 봉쇄를 뚫고 이란산 원유를 일본에 실어온 유조선이다.

이 사건 직후 이란 모사데크 정부가 미국과 영국에 의해 전복돼 팔레비 정권이 들어섰지만, 닛쇼호 사건은 이란-일본 간 우호 관계의 상징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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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란 원유 수송 둘러싼 오랜 인연 영향
1953년 영국 봉쇄 때도 닛쇼호 이란 원유 수입
지난 8일 일본 가나가와현 가와사키시 항구에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이 정박해 있다. AFP 연합뉴스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 이후 일본행 유조선의 호르무즈해협 통과를 처음 허용한 이란 정부가 ‘1953년 닛쇼호’를 언급해 주목된다. 닛쇼호는 1953년 영국의 이란 봉쇄를 뚫고 이란산 원유를 일본에 실어온 유조선이다.

주일 이란대사관은 29일 소셜미디어 엑스(X·옛 트위터)에 “이데미쓰코산이 소유했던 닛쇼호가 1953년 이란산 원유를 일본으로 수송했던 역사적 항해는 이란-일본 간 오랜 우정을 증명하는 사례로 남아 있다”며 “이런 유산은 지금도 여전히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고 적었다. 전날 이데미쓰코산의 대형 유조선 이데미쓰호가 일본행 유조선으로 처음 호르무즈해협을 통과했는데, 이란 정부가 과거 사례를 들면서 그 의미를 높이 평가한 것으로 보인다.

이데미쓰코가 호르무즈해협을 빠져나온 데는 일본과 이란 정부 사이에 원만한 협상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본 정부 관계자는 이날 언론을 통해 “정부 간 협상을 통한 성과이며 통행료는 내지 않았다”고 밝혔다. 더불어 일본-이란 간 원유 수송을 둘러싼 오랜 ‘인연’도 구실을 한 것으로 보인다.

이란대사관이 이날 언급한 ‘1953년 닛쇼호’는 이 인연을 상징하는 유조선이다.

1950년대 초 국제 자본이 중동의 석유 자원을 지배했고, 이란 석유 자원도 영국의 ‘앵글로-이란 석유회사’(AIOC·현재의 브리티시페트롤리엄)의 관리 아래 있었다. 1951년 모하마드 모사데크 이란 총리가 자원 민족주의와 반외세 등을 앞세워 자국 내 외국 기업을 포함한 석유 국유화를 선언하자, 영국은 페르시아만에 군함을 파견해 해상 봉쇄를 실시했다. 당시 이탈리아 유조선이 영국 해군에 나포되기도 했다.

이때 이데미쓰코산 창업자인 이데미쓰 사조가 비밀리에 이란산 원유 수입에 나섰다. 닛쇼호에서 목적지를 아는 이들은 닛쇼호 선장과 기관장 뿐이었다고 한다. 닛쇼호는 해상에서 아예 무선을 끊고 이란 남서부 유전지대 근처인 아바단 항구로 조용히 입항했다. 이어 석유 2만2천킬로리터를 실은 뒤 영국 해군의 감시망을 뚫고 1953년 5월9일 일본 가와사키항으로 복귀했다. 이 사건 직후 이란 모사데크 정부가 미국과 영국에 의해 전복돼 팔레비 정권이 들어섰지만, 닛쇼호 사건은 이란-일본 간 우호 관계의 상징이 됐다.

이후에도 일본은 1970년대 중동 오일쇼크 당시 서방과 중동 사이에서 원유 수급과 관련한 균형 외교를 택했고, 이스라엘보다 아랍 쪽과 거리를 좁혀 왔다. 1953년 닛쇼호로 인연을 맺은 데다, 석유 자원이 부족한 일본과 안정적 구매자가 필요한 이란의 이해 관계가 70년 넘게 유지돼온 것이다. 2019년 아베 신조 당시 일본 총리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1기 행정부 때 핵 문제로 이란과 갈등이 심해지자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와 직접 만나 중재에 나서기도 했다.

이번 미국·이스라엘-이란 전쟁에서도 다카이치 사나에 총리가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미국은 동맹국이며 이란과는 역사적으로 관계를 맺어왔다”며 미국-이란 사이에 중재자로 나설 뜻을 밝히기도 했다.

도쿄/홍석재 특파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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