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탈퇴까지…UAE, 사우디 주도 중동 질서에 정면 도전
사전 조율 없이 발표…GCC 내부 균열 노출
“증산 카드로 영향력 확대”…사우디 유가 통제력 흔들
美 밀착 속 ‘각자도생’ 가속…걸프 안보 체제 재편 신호
파키스탄·예멘까지 충돌…역내 주도권 경쟁 전면화
![지난 16일(현지시간) 두바이 국제공항 인근에서 발생한 화재로 인해 연기가 치솟는 가운데 아랍에미리트(UAE) 항공기가 착륙하고 있다. [AFP]](https://img4.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29/ned/20260429141505496oqwb.jpg)
[헤럴드경제=서지연 기자] 아랍에미리트(UAE)가 석유수출국기구(OPEC) 탈퇴를 전격 선언하면서 사우디아라비아가 주도해온 중동 에너지·안보 질서에 균열이 본격화하고 있다. 이란 전쟁이라는 위기 국면 속에서 드러난 이번 결정은 단순한 산유 정책 변화가 아니라, 걸프 지역 주도권을 둘러싼 구조적 충돌이 수면 위로 올라온 사건으로 평가된다.
UAE 정부는 28일(현지시간) 국영 통신을 통해 다음달 1일부터 OPEC과 OPEC+에서 탈퇴한다고 밝혔다. 표면적으로는 “장기 전략과 에너지 투자 확대를 반영한 결정”이라고 설명했지만, 시장에서는 사우디 중심의 산유 질서에서 벗어나겠다는 ‘독립 선언’으로 해석하는 분위기가 강하다.
특히 UAE가 사우디 제다에서 열린 걸프협력회의(GCC) 긴급회의에서 별다른 사전 협의 없이 탈퇴 방침을 발표한 점은 상징적이다. 걸프 지역 ‘맏형’ 역할을 자임해온 사우디 입장에서는 사실상 체면을 구긴 셈이다. GCC 내부 결속이 약화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번 결정의 핵심은 ‘증산 카드’다. UAE 국영 석유회사 ADNOC는 하루 약 340만 배럴 수준인 생산량을 2027년까지 500만 배럴로 확대할 수 있다는 계획을 제시한 상태다. OPEC 감산 기조와 무관하게 독자적으로 생산을 늘릴 경우, 사우디가 주도해온 가격 조정 메커니즘은 상당한 제약을 받을 수밖에 없다.
에미리트정책센터의 에브테삼 알케트비 소장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UAE는 스스로를 ‘조정 생산자’로 재정의하며 글로벌 공급에 직접 영향력을 행사하려 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OPEC 내부 결속력을 약화시키는 동시에 UAE의 시장 지위를 강화하는 전략이라는 설명이다.
이 같은 행보는 이란 전쟁과도 맞물려 있다. 전쟁 기간 동안 UAE는 2000차례가 넘는 드론·미사일 공격에 노출되며 직접적인 안보 위협을 경험했다. UAE는 걸프 국가들의 공동 대응을 요구했지만 실질적인 협력은 이뤄지지 않았고, 결국 미국과의 안보 협력에 더 무게를 두는 방향으로 전략을 전환했다.
안와르 가르가시 UAE 대통령 고문은 “이번 전쟁에서 GCC의 입지는 역사상 가장 취약했다”며 지역 협력의 한계를 공개적으로 지적했다. 그는 “미국의 역할은 오히려 더 중요해졌다”고 강조하며 사실상 안보 축 이동을 시사했다.
실제 UAE는 외교·경제 측면에서도 독자 행보를 강화하고 있다. 파키스탄이 이란과의 중재 과정에서 중립적 태도를 유지하자, UAE는 보유 외환의 약 20%에 해당하는 35억달러 규모 예치금을 회수하며 압박에 나섰다. 이에 사우디가 곧바로 파키스탄 지원을 선언하면서 양국 간 경쟁 구도는 더욱 뚜렷해졌다.
군사·지정학적 갈등도 확대되는 양상이다. 예멘과 수단 등 분쟁 지역에서 UAE와 사우디는 서로 다른 세력을 지원하며 사실상 대리전을 벌여왔다. 지난해에는 사우디가 예멘에서 UAE 지원 세력을 겨냥한 공습을 단행하며 양국이 군사 충돌 직전까지 치닫기도 했다.
경제 분야에서도 경쟁은 심화하고 있다. UAE가 두바이를 중심으로 투자·관광 허브 역할을 선점해온 가운데, 사우디는 ‘비전 2030’을 통해 금융·관광 중심지로 도약을 시도하며 맞불을 놓고 있다. 걸프 지역 내 ‘경제 패권’ 경쟁이 에너지·안보 갈등과 맞물리는 구조다.
영국 이코노미스트는 이러한 갈등 배경에 지역 내 위계 질서에 대한 인식 차이도 작용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우디는 스스로를 걸프 지역의 중심국으로 여기지만, UAE는 이에 도전하는 ‘자율적 강국’으로 자리매김하려 한다는 분석이다.
시장 영향도 주목된다. UAE 탈퇴로 OPEC의 생산 조절 능력이 약화될 경우, 유가 변동성은 커질 가능성이 있다. 특히 사우디와 UAE는 ‘유휴 생산 능력’을 보유한 핵심 국가였다는 점에서, UAE 이탈은 카르텔 구조 자체에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평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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