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조선? 너의 이름은…이름이 논쟁인 이유

조지현 2026. 4. 29.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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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10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유엔 총회에서 남북간 설전이 벌어졌습니다. 바로 '노스코리아'라는 '이름' 때문이었습니다. 한국 대표부가 북한을 '노스코리아(north korea)'라고 지칭하자 북한 대표부는 'DPRK(Democratic People’s Republic of Korea)’라고 부르라며 항의했습니다.

그로부터 불과 1년 전만 해도 한국을 '사우스코리아(south korea)'라고 부르던 북한이 '이름'에 민감해진 건 남한과의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선언한 뒤부터입니다. 2023년 이후 북한은 공식적으로 남한에 대해 '남조선'이나 '남측'이라는 표현 대신 '대한민국'으로 지칭하고 있습니다.

그럼 우리는 이 '이름'을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요.

■ 정동영이 쏘아 올린 '조선'…이름이 논란인 이유는

북한을 어떤 이름으로 부를지, 이 논쟁의 공을 쏘아 올린 건 정동영 통일부 장관입니다. 올해 통일부 시무식에서 정 장관은 "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의 체제를 존중하며 흡수통일을 지향하지 않는다"며 이재명 정부의 대북정책 원칙을 설명하며 '북한' 대신 북한의 공식 국호인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PRK)'을 썼습니다.

지난달 25일 통일부-통일연구원 공동주최 학술회의에서 개회사를 하고 있는 정동영 장관


지난달 통일부와 통일연구원이 공동주최한 학술회의 개회사에서도 정 장관은 "남측에도 북측에도, 대한민국에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에게도, 과거가 아닌 미래를 향한 책임 있는 결단이 필요하다. 용기 있는 방향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습니다.

정 장관의 이런 메시지는 진보와 보수 양쪽에서 비판받았습니다. 북한이 말하는 '적대적 두 국가'에 동조하는 거냐, 통일은 포기하는 거냐는 등의 비판입니다.

■ '조선민주주의 인민공화국' 호칭은 헌법에 위배?

대한민국 헌법 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는 한반도와 그 부속 도서로 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우리 헌법상 남과 북은 여전히 한 나라입니다. 헌법에는 대통령의 의무로 통일을 명시하고 있기도 합니다. 그 때문에 우리 정부가 공식적으로 북한의 공식 국호를 쓰는 건 북한을 다른 나라로 인정하는 것이어서 우리 헌법 정신과 맞지 않다는 비판도 나옵니다.

북한은 2023년 말 남한과의 관계를 '적대적 두 국가'로 선언한 뒤 그 기조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올해 2월 9차 당대회에서도 김정은 국무위원장은 "가장 적대적인 실체인 대한민국과 상론할 일이 전혀 없으며 한국을 동족이라는 범주에서 영원히 배제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다만 북한이 노동당 규약과 헌법에 '적대적 두 국가'를 실제 반영했는지, '민족·통일'이라는 단어를 삭제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습니다.

결국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약칭 조선'이라는 이름을 쓰느냐의 문제는 남과 북을 두 개의 국가로 인정할 거냐의 문제와 맞닿아있습니다.

이미 북한이 '두 국가'를 선언하고 남측과 절연한 상태에서 우리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 '조선' 호칭 공론화?…남과 북 '평화 공존' 될까

정동영 장관이 쏘아 올린 '이름' 논란에 통일부는 공론화 과정을 거쳐 신중하게 판단하겠다고 했습니다.

오늘(29일) 통일부가 후원한 한국정치학회의 특별학술회의 ' 평화공존을 위한 이름 부르기, 북한인가 조선인가’도 이 '이름' 문제를 논의했습니다.

발표를 맡은 김성경 서강대학교 교수는 북한을 공식 국호로 부르는 것의 의미를 "이미 공고화된 분단을 인정하는 것"으로 봤습니다. 이 인정을 통해서 "평화공존과 통일이라는 현실을 만들어갈 수 있는 방안을 도출할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김 교수는 한국이 북한을 '조선'으로 공식 호명하면 북측에 세 가지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다고도 했습니다.

" '우리는 당신들의 존재를 있는 그대로 인정한다'는 상호 존중의 메시지와 '현실에 기반한 새로운 관계의 틀을 모색하고자 한다'는 관계 재설정의 의지, '호명의 비대칭성을 우리가 먼저 해소하고자 한다'는 선제적 신뢰 구축행위" 등입니다.

조선이라는 국호로 호명하더라도 헌법 정신에 배치되는 것은 아니라는 해석도 나왔습니다. 권은민 김·장법률사무소 변호사는 공식 국호 사용이 곧 '국가 승인'은 아니라고 설명했습니다.

권 변호사는 "국제법상 '정식 국호 사용'이 국가 승인으로 자동 연결되지 않는다"며 북한의 정식 국호 사용이 국내법상 헌법 제3·4조 및 남북관계의 '특수관계'론 안에서 설계할 수 있다고 해석했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북한을 공식적으로 다른 나라로 인정해 버리는 순간 국제 사회에서 우리가 통일을 포기한 것으로 비칠 수 있다는 반론도 있습니다.

조성렬 경남대학교 군사학과 초빙교수는 "과거 남북 정상회담 등에서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으로 불러왔고, 공식적으로 국제관계에서는 조선의 국호로 부를 수 있지만 국내적으로는 헌법정신에 맞춰 북한으로 부르는 것이 맞다"고 밝혔습니다.

북한에 대해 이중성을 유지하는 것이 실질적으로 더 낫다는 의미입니다. 조 교수는 "북한은 두 국가를 얘기하고 남을 별개의 나라로 대응하더라도 우리는 과거 서독이 했던 것처럼 '두 국가'를 명시적으로 동의하지 않은 상태를 유지하는 것이 '통일'이라는 가치를 배제하지 않는 방식"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우리 정부는 91년 남북기본합의서 체결 이후 남북관계를 '통일을 지향하는 특수관계'로 설정해왔습니다. 북한의 국가성을 인정하게 되면 헌법 등 법률 문제는 어떻게 처리할지 등 논의해야 할 문제들이 많습니다.

북이 우리를 동족 범주에서 영원히 배제하겠다고 한 상황에서 '통일'을 배제하지 않으면서 북한의 국가성을 인정하고 남북이 '평화공존'하는 길은 그야말로 고차방정식을 풀어야 합니다. 북이 전혀 호응하지 않는 상황이라는 점에서 더욱 그렇습니다.

이 고차방정식은 결국 국민들이 함께 풀어야 할 문제입니다. 이름을 둘러싼 논쟁이 단순히 논란이 아니라 국가 미래 전략을 짜는 진지한 논의가 되어야 할 이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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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지현 기자 (cho2008@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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