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의 불행은 나의 행복? KBO 트레이드, 봄에만 조용한 이유

프로야구에서 트레이드는 선수단 전력 강화의 가장 직접적인 수단이다. 트레이드란 팀에서 부족한 포지션을 메우기 위해 다른 팀의 선수를 내부 선수, 현금, 혹은 신인 지명권과 맞바꾸는 것이다. 그러나 트레이드가 1년 내내 가능한 건 아니다. 한국야구위원회(KBO) 규약 제86조(양도가능기간)에 따르면 선수계약의 양도가 허용되는 기간은 포스트시즌 종료 다음 날부터 이듬해 7월 31일까지다. 즉 8월 1일부터 포스트시즌 종료(대부분 10월 말)까지는 트레이드가 금지된다. 따라서 트레이드는 1~7월과 11~12월에만 가능하다.
전력 강화의 가장 직접적 수단 트레이드...1~4월은 뜸한 이유
이 제한된 기간 안에서도 트레이드의 ‘온도차’는 분명하다. 가장 활발한 시기는 마감 시한 직전인 7월과, 시장이 다시 열리는 11~12월이다. 7월은 순위 윤곽이 드러나면서 구단들의 이해관계가 명확해진다. 포스트시즌을 노리는 팀은 즉시 전력감을 찾고, 하위권 팀은 미래 자원을 확보한다. 한편 11~12월은 스토브리그의 핵심 기간으로, 각 구단이 다음 시즌을 위한 선수단 구성을 본격적으로 재편하는 시기다.
이에 반해 새해 1월부터 4월까지는 트레이드가 상대적으로 조용한 편이다. 2020년부터 2026년까지 성사된 트레이드는 총 50건인데, 이 가운데 1~4월 트레이드는 13건에 불과하다. 약 26%다. 4월만 놓고 보면 5건뿐이다. 트레이드가 불가능한 8~10월(3개월)을 제외하면 실제 거래 가능 기간은 9개월인데, 이 가운데 1~4월(4개월)은 시간적으로 전체의 약 44%를 차지한다. 그럼에도 해당 기간의 트레이드 비중은 26%에 그쳐 시즌 초반 거래가 상대적으로 적다는 점이 뚜렷하게 드러난다.
2020년부터 올해까지 월별 트레이드 건수를 보면 이러한 흐름은 더욱 분명해진다.

이 기간 트레이드는 5월(9건)과 7월(9건)에 가장 활발했고, 6월(7건), 11월(6건)이 뒤를 이었다. 반면 2월(1건), 3월(2건), 4월(5건)은 상대적으로 거래가 적은 시기로 나타났다.
8월의 경우 2020년 코로나19 여파로 시즌 개막이 5월로 늦춰지면서 트레이드 허용 기간이 8월 15일까지 연장돼 2건이 성사됐다. 10월 트레이드는 2024년 한국시리즈가 10월 28일에 종료되면서 10월 31일에 1건이 이뤄진 사례다.
4월까지는 각 팀의 전력 탐색전...섣부른 트레이드는 꺼린다
1~4월, 이 기간에 트레이드가 활발하지 않은 데에는 나름의 이유가 있다. 1~2월은 스프링캠프를 준비하거나 진행하는 시기로, 새롭게 구성된 선수단을 프런트와 코칭스태프가 점검하는 시간이다. 3월에는 시범경기를 통해 전력을 다시 한 번 확인한다. 이어 4월은 정규시즌이 시작된 지 한 달 남짓 지난 시점으로, 각 구단이 상대 전력을 탐색하는 동시에 자체 전력을 평가하는 단계다.
KBO리그가 단일 리그라는 구조적 특성도 시즌 초반 트레이드를 신중하게 만드는 요인이다. 트레이드 상대팀이 곧 순위 경쟁을 벌이는 직접적인 경쟁자이기 때문이다. 미국 메이저리그(MLB)나 일본 프로야구(NPB)는 양대 리그 체제라 리그가 다른 팀과의 트레이드는 상대적으로 부담이 덜하다.

이에 비해 KBO리그는 단일 리그이면서 1위부터 5위까지 모두 뚜렷한 의미를 갖는다. 1위는 한국시리즈 직행, 2위는 플레이오프 직행, 3위는 준플레이오프 직행이다. 4위는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홈경기를 치르며 1승만 거둬도 준플레이오프로 올라갈 수 있고, 5위는 단판 승부에서 탈락하더라도 포스트시즌에 진출했다는 성과를 남긴다.
이처럼 10개 구단 가운데 절반인 5위 안에만 들어도 시즌 실패를 면할 수 있기 때문에 순위 경쟁은 MLB나 NPB보다 더욱 치열하게 전개된다. 특히 시즌 초반에는 팀 간 승차가 촘촘하게 형성되면서 10개 구단 모두가 포스트시즌을 꿈꾼다.
이런 환경에서는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이자 ‘남의 행복이 나의 불행’이 되는 구조가 형성된다. 상대 팀이 트레이드를 통해 전력 강화에 성공할 경우 자신의 팀에는 곧바로 위협이 된다. 반대로 자신의 팀이 트레이드로 영입한 선수가 기대에 미치지 못할 경우, 그 부담은 그대로 순위 경쟁에 악영향으로 돌아온다. 이런 ‘부메랑 효과’에 대한 우려도 시즌 초반 트레이드를 더욱 신중하게 만드는 요인 가운데 하나다.
즉시 전력감 찾는 상위권 팀과 유망주 찾는 하위권 팀간 빅딜...6,7월에 활기
그러나 시간이 지나 순위가 어느 정도 윤곽을 드러내면 구단들의 트레이드 방향도 점차 정리된다. 이때부터 시장이 본격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하며, 통상적으로 5월을 기점으로 트레이드 시장이 활기를 띤다.
6월에서 7월로 접어들면 상황은 더욱 명확해진다. 상위권 팀은 포스트시즌을 겨냥한 ‘윈나우’ 전략에 집중하고, 하위권 팀은 미래를 위한 유망주 확보에 나선다. 서로의 이해관계가 맞물리면서 트레이드가 활발해지는 시점이 바로 이때다.
MLB의 경우 트레이드 마감일에 거래가 집중되는 경향이 뚜렷하다. KBO리그 역시 마감일이 다가올수록 트레이드 가능성이 높아진다. 실제로 2020년대 들어 마감일 트레이드는 2021년과 2025년 두 차례 있었다.
2021년에는 당시 1위 팀 kt 위즈가 8위 롯데 자이언츠로부터 포수 김준태와 내야수 오윤석을 영입하고, 유망주 투수 이강준을 내주는 트레이드를 단행했다. 2025년에도 당시 1위 한화 이글스는 8위 NC 다이노스에서 외야수 손아섭을 데려오며 타선 보강에 나섰고, 그 대가로 신인 3라운드 지명권과 현금 3억 원을 내줬다.
두 사례 모두 선두 경쟁을 벌이던 팀이 하위권 팀과 트레이드를 통해 즉시 전력을 보강하는 대신, 유망주나 지명권 같은 미래 자산을 내줬다는 공통점을 지닌다. 이는 순위 구도가 뚜렷해진 시점에서야 비로소 구단 간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며 트레이드가 성사된다는 점을 잘 보여준다.
2020년부터 2026년까지 1~4월에 이루어진 트레이드를 대상으로, 양 구단이 주고받은 선수들의 가치를 비교했다. 이를 위해 각 선수의 전년도 WAR(대체선수 대비 승리기여도)을 정리했으며, WAR은 기록 통계 사이트 ‘스탯티즈(Statiz)’ 기준을 적용했다.

이 기간에 이뤄진 트레이드를 살펴보면 전년도 WAR 기준으로 가장 높은 선수는 박동원(당시 키움)의 3.14였다. 이어 손아섭(당시 한화) 1.98, 김민성(당시 LG) 1.92, 이원석(당시 삼성) 1.69 순이다. 나머지 선수들은 대부분 WAR 1 이하였고, 음수 WAR를 기록한 선수들도 적지 않았다.
박동원의 경우 해당 시즌 종료 후 FA 자격을 얻기 때문에, 키움이 선수와 신인지명권, 현금을 함께 받는 조건으로 트레이드를 단행한, 다소 예외적인 사례로 볼 수 있다. 일반적으로 대부분의 구단은 4월에 주전 포수를 트레이드 시장에 내놓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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