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5700만 톤...매일 먹는 '이것' 때문?

우다영 기자 2026. 4. 29. 13: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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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중국보다 쇠고기 많이 먹는 한국
정육 1kg 온실가스 배출량, 쇠고기 > 돼지고기 > 닭고기
"도축, 가공, 유통 단계별 DB 구축해야"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우리나라 연간 육류 소비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이 5694만 톤 CO₂eq로 나타났다. 국내 석탄발전소 연간 배출량의 34% 수준이다. 하지만 축산 온실가스 통계가 농장 단계의 직접 배출 중심으로 계산돼 가공 및 유통 단계에서 발생하는 배출은 정확히 산정하기 어렵다. 

이런 가운데 한국인이 먹는 고기 가운데 쇠고기 비중이 주변 국가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육류라도 종류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 차이가 크게 벌어지는 구조에서, 이 같은 소비 패턴은 전체 배출 증가로 이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기후솔루션이 국가통계(NBS), 일본 농림수산성(MAFF), 한국육류유통수출협회(KMTA) 자료를 분석한 결과, 2024년 기준 한국 1인당 쇠고기 소비량은 약 15kg 다. 일본(5.9kg)의 약 2.5배, 중국(3.9kg)의 약 3.8배 수준으로, 같은 동아시아권에서도 한국이 쇠고기 소비 비중이 높은 구조를 보인다.
(자료 기후솔루션)/뉴스펭귄
문제는 소비량 자체보다 배출 구조다. 육류는 종류에 따라 온실가스 배출량 차이가 크다. 기후솔루션이 29일 발표한 <고기, 농장에서 매장까지; 육류 소비의  모든 과정 탄소발자국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정육 1kg 기준 온실가스 배출량은 쇠고기 58.15kgCO₂eq, 돼지고기 13.36kgCO₂eq, 닭고기 5.36kgCO₂eq로 나타났다. 쇠고기는 돼지고기보다 약 4배, 닭고기보다 10배 이상 높은 수준이다.
(자료 기후솔루션)/뉴스펭귄

이 차이는 생산 단계에서부터 발생한다. 쇠고기는 사육 기간이 길고, 사료 투입량이 많으며, 반추동물 특성상 메탄을 배출한다. 기후솔루션이 전과정평가(LCA) 방식으로 가축 사육, 도축, 가공, 유통까지 전 과정을 분석한 결과, 쇠고기 배출량 대부분이 사육 단계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소비 단계에서는 이 차이가 더 크다. 2024년 기준 한국인 연간 육류 소비량은 약 61.4kg이며, 이 가운데 쇠고기 비중은 24.4% 수준이다. 그러나 온실가스 배출량으로 환산하면 쇠고기는 전체 육류 배출의 55.5%를 차지한다. 소비량보다 배출량 비중이 두 배 이상 높다. 기후솔루션은 쇠고기 소비 증가가 국내 육류 부문 온실가스 배출 증가를 주도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국내 육류 소비 규모를 전체로 보면 영향은 더 커진다. 2024년 기준 국내 육류 소비량은 약 308만 톤으로 집계됐으며, 이에 따른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5694만 톤 CO₂eq로 추정된다. 이는 국내 석탄발전소 연간 배출량 약 34% 수준이다. 이 가운데 쇠고기 소비에서 발생하는 배출량은 약 3195만 톤 CO₂eq로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자료 기후솔루션)/뉴스펭귄

한국의 쇠고기 소비는 국내를 넘어 해외 배출과도 연결된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쇠고기 소비 약 60%는 수입에 의존한다. 주요 수입국은 미국, 호주, 뉴질랜드다. 이들 국가에서 생산된 쇠고기는 사육과 도축·가공을 거쳐 해상 운송과 국내 유통 과정을 거치며 배출을 발생시킨다.

국가별로 보면 정육 1kg 기준 배출량은 미국산 32.05kgCO₂eq, 호주산 26.82kgCO₂eq, 뉴질랜드산 20.51kgCO₂eq로 나타났다. 이를 2024년 수입량에 적용하면, 수입 쇠고기 소비로 인한 연간 배출량은 약 1252만 톤 CO₂eq로 추정된다. 한국에서 소비되는 쇠고기 상당 부분이 해외에서 발생한 배출과 연결되는 구조다.

개인 단위에서도 영향은 적지 않다. 기후솔루션은 한국인 1명이 1년 동안 육류를 소비하며 배출하는 온실가스를 약 1115kgCO₂eq로 추정했다. 이는 김포-제주 편도 항공편을 약 21회 이용할 때 발생하는 배출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국내 축산 온실가스 통계, 수입산은 어디로?

다만 이는 정확한 숫자가 아니다. 현재 배출 관리 체계는 이러한 전 과정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기후솔루션은 국내 축산 온실가스 통계가 농장 단계의 직접 배출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도축·가공·유통 등 이후 단계에서 발생하는 배출은 충분히 포함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소비자 관점에서 확인할 수 있는 정보도 제한적이다. 육류 제품에는 가격, 원산지, 등급 등은 표시되지만, 제품 단위의 탄소배출 정보는 제공되지 않는다. 이 같은 정보 공백이 식생활과 기후 영향의 관계를 인식하기 어렵게 만드는 요인으로 지적된다.

이는 고기 소비가 기후에 미치는 영향을 '제품 단위'로 제시한 첫 사례로 알려진다. 기후솔루션은 육류 소비 문제를 소비량 자체가 아니라, 배출 강도가 높은 품목 중심의 식단 구조와 전 과정 배출 구조에서 찾아야 한다고 밝혔다. 

기후솔루션 심현정 연구원은 "국내 축산 온실가스 통계는 농장 직접 배출량 중심으로 구성돼 있어, 그 이후 배출량 데이터는 사각지대에 있다"며 "정부는 특히 사료 생산, 사육, 도축, 가공, 유통 단계별 데이터를 표준화한 국가 차원 축산물 전과정목록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고, 이를 소비자 친화적인 정보 체계로 전환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온실가스 탄소세, 축산업에도 도입"
(사진 클립아트코리아)/뉴스펭귄

실제로 해외에서는 이 같은 구조적인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정책을 구체화하고 있다. 로이터 등 주요 외신 보도에 따르면 덴마크 정부는 2030년부터 축산업에서 발생하는 온실가스에 탄소세를 부과하는 정책을 도입할 계획을 2024년 발표했다. 소·돼지·양 등 가축이 배출하는 온실가스에 대해 톤당 300덴마크 크로네(약 43달러)를 부과하고, 2035년에는 750크로네까지 인상하는 구조다. 덴마크 정부는 이를 통해 1990년 대비 2030년까지 온실가스 70% 감축 목표 달성에 기여할 것으로 보고 있다.

세금 외에도 생산 단계 감축 정책도 병행하고 있다. 덴마크 정부는 메탄 배출량을 줄이기 위해 사료 첨가제 사용을 지원하는 정책을 추진 중이다. 해당 첨가제를 사용할 경우 소에서 발생하는 메탄 배출을 최대 30%까지 줄일 수 있으며, 이를 위해 정부는 약 5억1800만 덴마크 크로네(약 7400만 달러)를 투입했다.

유럽 전반에서는 소비 구조를 조정하려는 논의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1월 국제학술지 Nature Food에 게재된 연구에 따르면 일부 국가에서 적용 중인 육류 부가가치세(VAT) 감면을 일반 세율로 전환할 경우 식품 소비로 인한 온실가스 배출과 물 사용, 토지 이용, 생물다양성 손실 등을 3.5~5.7% 줄일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육류에 대한 세제 혜택을 없앨 경우 가격은 평균 10.6% 상승하고, 이에 따라 육류 소비는 약 8~11%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일부 소비는 채소, 식물성 유지, 수산물 등으로 이동하는 경향도 확인됐다.

온실가스 배출량에 따라 가격을 부과하는 방식도 제시된다. 연구는 톤당 약 51.6유로 수준의 탄소 가격을 식품 전반에 적용할 경우, 쇠고기 등 배출 강도가 높은 식품의 가격 상승 폭이 커지면서 소비가 줄어드는 효과가 나타난다고 설명했다. 이 경우 쇠고기 소비는 평균 10% 이상 감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정책은 온실가스뿐 아니라 다른 환경 지표에도 영향을 미친다. 세제 개편만으로도 온실가스 배출은 약 4.96%(약 2990만 톤 CO₂eq) 감소하고, 질소·인 배출, 물 사용, 토지 이용, 생물다양성 손실도 함께 줄어드는 것으로 나타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