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으로 사고, 배당으로 뺐다"…MBK, 홈플러스 책임론 정조준

최수진 기자 2026. 4. 29. 1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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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입매수 이후 배당·이자 명목으로 대규모 현금 유출
우량 점포 '세일 앤 리스백'으로 막대한 고정비 발생
[출처=연합]

오는 5월 4일 법원이 홈플러스 회생계획안에 대한 가결 여부를 앞두고 있는 가운데,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의 홈플러스 차입매수(LBO)가 홈플러스 재무적 위기를 초래했음에도 책임을 지속적으로 전가하고 있어 비판의 목소리가 끊이질 않고 있다.

MBK는 2015년 특수목적법인(SPC) 한국리테일투자를 통해 영국 테스코로부터 약 7조2000억원에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문제는 이 인수 자금의 절반 이상을 금융기관으로부터 자금을 차입했다는 것이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는 인수 직후 대주주에게 1조원대의 상환전환우선주(RCPS) 부채를 짊어지게 됐다. 홈플러스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홈플러스는 한국리테일투자에 RCPS에 대한 막대한 이자비용을 인식해왔다. 인수 직후인 2016년부터 연간 1000억원 가량의 이자비용이 발생해 2025년 2월까지 약 9510억원에 달한다. RCPS 원금 상환도 이루어졌다. 홈플러스는 7차례에 걸쳐 3425억원 가량을 상환했다.

대규모 배당도 이어졌다. 홈플러스 인수 직후인 2016년 약 5035억원, 2017년 약 3672억원의 대규모 중간배당이 실시됐다. 배당이 중단된 2019년 회계연도까지 진행된 연차배당을 포함하면 총 1조3344억원의 대규모 재원이 대주주로 귀속됐다. RCPS 이자와 원금상환, 배당까지 더하면 홈플러스가 대주주 등에 지급된 비용이 2조5000억원을 훌쩍 넘는다.

◆막대한 인수 빚에 짓눌린 펀더멘털

이자비용 및 배당 등으로 현금 유출이 지속되자 홈플러스의 이익 규모도 급감했다. MBK 인수 직후 2016년 연간 3231억원의 순이익을 거둔 홈플러스는 2018년 순이익이 1762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이 시기는 대규모 배당이 이뤄졌다. 매출은 6조원대 중반을 유지하고 있었으나 이익 규모가 급감했다는 것은 유출된 현금이 많았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다.

현금 유출 규모가 커지자 홈플러스는 전국 요지에 위치한 핵심 점포를 펀드나 리츠 등에 넘기고 현금을 챙긴 뒤 매월 임차료를 내고 빌려쓰는 세일 앤 리스백(Sale & Leaseback)에 나섰다. 2020년 3월 울산점·구미광평점·시화점을 3002억원에 매각하고 임차 계약을 맺었고 이후 부산 가야점, 대구 내당점, 부천 소사점 등 우량 점포들이 줄줄이 매각 후 임차 방식으로 전환됐다. 점포의 영업을 종료하고 다른 용도로 매각하는 방식도 다수 진행됐다.

이 같은 방식은 단기 현금 흐름을 개선할 수는 있지만 막대한 임차료 부담이 더해지면서 홈플러스의 리스부채로 재무제표상 비용 인식이 됐다. 지난해 2월 말 기준 홈플러스의 리스부채 총액은 약 3조4540억원에 달한다. 이 회계연도에 점포를 빌려 쓰는 대가로 사용권자산 감가상각비 약 2910억원이 영업비용으로 리스 이자비용 1408억원이 영업외비용으로 계상됐다.

본업인 유통업에서 아무리 아끼고 노력해도, 1년에 4300억원이 넘는 막대한 임차 관련 고정비가 빠져나가 구조적으로 적자 늪에 빠질 수밖에 없었다는 분석이다. 홈플러스의 2024년 영업손실은 3141억원, 당기순손실은 6758억원에 이르렀다.

경쟁사가 미래 생존을 위해 물류 인프라 구축과 온라인 채널 전환에 대규모 설비투자에 나서며 경쟁력 제고에 나섰으나 홈플러스는 영업활동 현금흐름의 상당 부분이 이자 상환, 임대료 등으로 빠져나가면서 미래 투자 재원을 확보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졌다.

다만 MBK파트너스 관계자는 "MBK파트너스가 홈플러스 인수를 위해 투자한 자금은 약 3조2000억원이고 이 중 인수금융은 약 2조7000억원으로 당시 홈플러스의 상각전영업이익(EBITDA)은 연 약 8000억원에 이르러 차입금 이자 비용을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규모였다"고 해명했다.

이어 "홈플러스의 비용 상승은 전 직원 정규직화에 따른 인건비와 복지비용 상승 타격을 받은 영향이 컸다"며 "홈플러스는 점포가 물류센터 개념이라 매장에서 직접 배송하는데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매월 일요일 2회 휴무와 영업시간 제한 규제를 받아 홈플러스만 새벽배송 시장에 뛰어들지 못한 것이 비용 상승 및 경쟁력 저하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MBK파트너스 [출처=연합]

◆"경영 책임 다했다" vs "피해 전가 중단해야"

MBK는 대주주로 경영 실패 책임을 다하고 있음을 강조하고 있다. 한국리테일투자는 홈플러스와 지난해 2월 RCPS 상환에 대한재량권을 홈플러스가 보유하는 것으로 합의하며 그동안 부채로 계상돼 있던 1조원 대 RCPS를 자본으로 변경할 수 있도록 했다. 이에 단기적으로 홈플러스이 부채비율을 낮추는 효과로 이어졌다.

또 지난해 9월 2조5000억원 규모의 보통주 무상 소각을 결정하고 설립자의 사재 출연 및 연대보증 등을 포함해 홈플러스에 총 3000억원의 재정 지원과 향후 발생한 MBK 운영수익 중 일부를 활용해 최대 2000억원을 홈플러스에 증여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는 긴급운영자금대출(DIP) 1000억원을 집행했다.

배당과 관련해서도 홈플러스 배당은 RCPS 투자자들에게 지급된 것이고 홈플러스에서 지주사로 이동한 자금도 대주주의 이익 챙기기가 아닌 차입금 상환 목적으로 쓰였다는 설명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대주주가 직접적인 이익을 챙기지 않았더라도 홈플러스의 지배회사로 막대한 규모의 배당금과 이자비용 등이 유입됐고, 이 때문에 홈플러스 재무 위기가 촉발됐음을 지적하며 MBK가 보다 책임을 져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근 MBK는 홈플러스 사태에도 3호 펀드 전체로는 원금의 2.1배 수준의 성과를 유지하고 있으며, 작년 기준 연평균 IRR 15.4%를 방어했다고 투자자 레터를 통해 언급한 것이 밝혀졌다. MBK는 수익을 내고 있는 상황에서 채권자들에게만 피해를 전가하고 있다는 불만이 나오는 이유다.

홈플러스 물품구매전단채피해자 비상대책위원회는 전날 "MBK와 홈플러스는 더 이상 시장 자율 뒤에 숨지 말고 최대주주의 사재출연, 추가 자본확층, 선제적 피해자 구제 방안 마련 등 실질적 자구책을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나아가 "정부와 국회는 홈플러스 사태를 계기로 사모펀드의 LBO 방식의 차입매수 인수금융구조, 점포 매각과 재임차 구조, 회생 직전 구조화 단기채 발행 등의 제도 개혁에 착수해야 한다"고도 강조했다.

금융권 관계자도 "홈플러스 파산 시 대규모 실직 사태 등이 발생하는 것을 두고 채권자들을 압박하고 책임을 떠넘기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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