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SH 신약, ‘섬유화 15% 개선’ 넘어야 급여 문턱 넘는다”

이재원 기자 2026. 4. 29. 13: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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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료반응 임계치 첫 정량화...초기 효과 15%·지속효과 3%가 경제성 기준
레즈디프라·위고비 등장에도 ‘고가·장기투여’ 부담...가치 입증 잣대 구체화
MASLD 전반 시뮬레이션...중증 섬유화 환자일수록 비용효과성 높아

[의학신문·일간보사=이재원 기자] 대사 이상 관련 지방간염(MASH) 치료제의 국내 허가시 건강보험 진입 여부를 좌우할 '효과 기준선'이 처음으로 정량화됐다. 연구 결과, 신약이 경제성을 인정받기 위해서는 기존 치료 대비 간섬유화 개선 효과가 최소 15% 이상 높고, 장기적으로도 3% 이상의 효과 차이를 유지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나 고가 신약의 가치 입증 기준이 구체화됐다.

전 세계 성인의 약 30%가 앓고 있는 대사질환인 지방간 치료에 마침내 신약 시대가 열리고 있다. 2024년 3월 FDA승인을 받은 마드리갈의 레즈디프라(성분명 레즈디프롬)와 2025년 MASH 치료 적응증으로 FDA 승인받은 위고비(성분명 세마글루타이드)가 대표적이다. 

국내도 MASH 치료제 개발에 도전중이다. 한미약품의 GLP-1/GCG 이중 작용제 에피노페그듀타이드(Efinopegdutide)는 2020년 8월 머크에 최대 8억 7000만 달러 규모로 기술이전된 후보물질이다. 머크가 F2/F3 MASH 환자 360명을 대상으로 임상 2b상을 진행 중이다.

한미약품이 자체 개발 중인 GLP-1/GIP/GCG 삼중 작용제 에포시페그트루타이드(HM15211)의 MASH(F1~F3) 임상 2b상은 2026년 6월 종료 예정이다.

이외에도 디앤디파마텍의 MASH 치료제 후보물질 DD01은 GLP-1/Glucagon 이중 작용제로, 현재 F1~F3 MASH / MASLD 환자 대상으로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동아에스티 관계사 메타비아는 MASH(대사이상 관련 지방간염) 치료제로 개발 중인 '바노글리펠(Vanoglipel, 프로젝트명 DA-1241)'의 임상 2a상 결과를 지난해 공개하기도 했다.

FDA 허가 및 신약 개발에 따라 향후 국내에도 MASH 치료제의 도입이 전망되는 중이다. 하지만 남은 과제가 있다. 만성질환 특성상 장기간 투여해야 하는 고가의 신약들이 과연 건강보험 재정과 환자의 지갑을 열 만큼 그 가치를 충분히 하느냐는 문제다.

삼육대 약학대학 김혜린 교수 연구팀이 이 실질적인 물음에 과학적 근거를 제시했다. 쏟아지는 대사 관련 지방간염(MASH) 신약들이 의료 현장에서 경제적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반드시 도달해야 할 최소한의 합격선, 이른바 '치료반응 임계치'를 정량적으로 확인한 것이다.

이번 연구는 한양대병원 소화기내과 전대원 교수 연구팀과의 공동연구로 진행됐으며, 간장학(Hepatology) 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권위 있는 학술지이자 대한간학회(KASL) 공식 학술지인 'Clinical and Molecular Hepatology(CMH, IF=16.9)'에 게재되며 학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논문 제목은 'Evaluating treatment response thresholds for cost-effective treatment in metabolic dysfunction-associated steatotic liver disease(대사이상 지방간(MASLD) 치료약물의 비용-효과성을 확보하기 위한 치료반응 임계치 평가 연구)'로, MASH보다 넓은 개념의 MASLD를 대상으로 했다.

유병률이 매우 높은 대사 이상 지방간(MASLD)은 그간 마땅한 치료 약물이 없어 식단조절과 규칙적 신체활동 등 생활습관 교정에 의존해 왔다. 그러나 2024년 '레스메티롬'이 미국 FDA 허가를 받으며 최초의 치료제로 등장했고, 현재 다양한 효능을 가진 후속 약물들이 출시되거나 임상 개발 중이다.

치료 옵션이 확대됨에 따라 임상현장에서는 '다양한 약제 중 어떤 환자에게 어떤 약을 쓰는 것이 가장 합리적이고 경제적인가?'라는 의사결정 차원의 새로운 질문이 대두됐다.

특히 질환 특성상 치료약제를 장기간 투여하게 되므로, 누적되는 치료비가 환자와 국가에 큰 부담으로 작용한다. 김 교수팀의 연구는 '새로운 약물이 고가의 비용을 지불할 가치를 입증하려면, 최소한 어느 정도의 치료효능을 보여야 하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서 출발했다.

연구팀은 특정 약물을 대상으로 사후 경제성을 평가하는 기존 방식에서 벗어나, 가상의 치료제를 설정하고 20년간의 질병 경과를 예측하는 시뮬레이션 모델링을 수행했다.

분석 결과, 신약이 비용-효과적인 대안이 되기 위해서는 비교약제 대비 간섬유화 개선효과 차이가 최소 15% 이상 높아야 하며, 시간이 지나 효과가 감소하더라도 최소 3% 이상의 효과차이는 유지되어야 한다는 '임계치'를 확인했다. 초기개선 효과와 유지효과의 다양한 조합 및 약가수준에 따라 임계치가 변화하는 범위도 함께 제시했다.

아울러 질환 초기 환자보다는 간 손상이 어느 정도 진행된 섬유화 단계(F3 이상)의 환자에게 약물을 투여할 때 비용 대비 성과가 훨씬 크다는 점도 입증했다. 

이번 연구는 효과의 크기와 효능기전이 서로 다른 신약들이 시장에서 가치를 인정받기 위해 도달해야 할 임상적 치료효과의 기준선을 역으로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연구팀은 더욱 정밀한 분석을 위해 간 질환뿐만 아니라 지방간 환자에서 중요한 합병증인 심혈관계 질환 예방 효과까지 통합 분석해 모델의 현실성과 타당성을 높였다.

또한 미국 의료환경을 기준으로 한 기본 분석에 더해, 한국 의료환경을 반영한 시나리오 분석에서는 비용-효과성을 나타낼 수 있는 효과의 범위가 더 넓게 나타나, 국내 보건의료 정책에의 적용가능성도 함께 확인했다.

이번 연구 결과는 향후 임상 현장에서 최적의 치료제를 선택하는 가이드라인이 될 뿐만 아니라, 정부의 건강보험급여 적정약가 설정 및 제약 산업계의 신약 R&D 목표 효능치 설정에 실질적인 근거로 활용될 전망이다.

김혜린 교수는 그간 국내 유수 병원의 임상전문의들과 협력해 간질환 분야의 경제성평가 및 약무정책 연구를 꾸준히 수행해 왔다. 현재 간암 선별검사 및 마약류 투여 집단에서의 C형간염 선별검사 등 다양한 간질환 분야의 후속 경제성평가 연구를 활발히 진행 중이다.

김 교수는 "앞으로도 동료 연구자, 임상 전문의들과의 협업을 통해 실제 의료현장과 보건의료 관련정책에서 필요로 하는 과학적 근거를 생산하는 데 매진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