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이냐 '조선'이냐…'두 국가' 인정하자는 정부, 공론화 개시(종합)

김예슬 기자 2026. 4. 29. 12: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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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정치학회, 특별학술회의 개최…정치·법·외교 분야에서의 쟁점 다뤄
통일차관 "상대 실체 인정하는 언어 필요해"
지난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에 참가한 북한 응원단. 2018.2.12 ⓒ 뉴스1 임세영 기자

(서울=뉴스1) 김예슬 기자 = 정부가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정식 국호로 부르기 위한 공론화 과정을 본격화하는 모양새다.

한국정치학회는 29일 서울 프레스센터에서 '평화 공존을 위한 이름 부르기: 북한인가 조선인가'를 주제로 특별학술회의를 열었다. 통일부는 민간 학술회의를 통해 관련 논의를 공론화한다는 취지에서 이 학술회의를 후원했다.

김남중 통일부 차관도 이날 학술회의에 참석했다. 윤종빈 한국정치학회장이 개회사를 하고, 권만학 경희대 명예교수가 사회를 맡았다. 김성경 서강대학교 교수, 권은민 김·장 법률사무소 변호사, 이동기 강원대 교수 등이 발표자로 참여했다.

김 차관은 이날 축사에서 "상대의 실체를 인정하고 존중하는 언어가 제도적으로 뒷받침될 때 대결의 악순환을 끊고 평화 공존의 공간을 넓혀갈 수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불신을 키우는 언어가 아닌 긴장을 낮추는 신뢰의 언어가 필요하다"라고 강조했다.

(평양 노동신문=뉴스1) = 김정은 북한 노동당 총비서. [국내에서만 사용가능. 재배포 금지. DB 금지. For Use Only in the Republic of Korea. Redistribution Prohibited] rodongphoto@news1.kr

김성경 교수 "'북한'은 적대·혐오 축적된 비중립 용어"

김성경 서강대 교수는 '북한'이라는 호칭 자체가 이미 정치적으로 편향된 언어라고 지적했다. 그는 "'북한'은 1950년 이후 국가보안법·반공 이데올로기의 맥락 속에서 적대, 위협, 혐오가 겹겹이 쌓인 비중립적 용어"라며 "상대를 한반도의 일부로 환원해 국가성을 묵시적으로 부정하는 효과도 갖는다"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특히 "'북한'이라는 호명을 유지하는 것이 지난 80년간 통일을 앞당기거나 분단을 덜 고착한 증거는 없다"며 "오히려 불필요한 대결을 강화하고 분단 체제를 재생산해 왔다"라고 비판했다. 반면 공식 국호인 '조선' 또는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사용은 "상대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행위이자 관계 재설정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는 것이 김 교수의 생각이다.

'조선'이라는 호칭이 북한 체제의 이데올로기를 수용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반론에 김 교수는 "'조선'은 북한이 만들어낸 이름이 아니라 한반도 역사에서 500년 이상 사용돼 온 명칭"이라며 "'한국'이 '대한민국'의 약칭이지만 이를 쓴다고 대한민국 체제를 수용하는 이데올로기적 행위로 보지 않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반박했다.

권은민 변호사 "국호 사용, 헌법 위반 행위 아닌 정치적 선택일 뿐"

북한의 정식 국호 사용과 관련한 법적 쟁점을 발표한 권은민 변호사(북한학 박사)는 정식 국호 사용이 헌법 위반 행위나 북한을 국가로 승인하는 결과로 직결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가 북한을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DPRK)이라고 표기한다고 해서 북한을 국가로 승인하거나 외교관계 수립이 자동으로 구성되지 않는다"라며 "국호 사용은 표기·식별·문서 기술의 문제"라고 설명했다.

대한민국의 영토를 한반도 전체로 규정한 헌법 제3조의 영토조항과의 충돌 우려에 대해서도 "영토조항은 평화통일이 실현된 통일한국의 영역 범위를 의미하는 선언적 규정으로 해석 가능하다"라고 권 변호사는 주장했다. 오히려 헌법 제4조 평화통일 조항에서 규정하는 '긴장 완화와 신뢰 구축 조치'를 위해 북한의 국호 표기가 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권 변호사는 봤다.

권 변호사는 1991년 남북기본합의서와 이후 남북 당국 간 합의서의 서명란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이라는 국호가 사용돼 왔다는 점에서 "국호 사용은 전례 없는 급진적 변화가 아니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국제적 관행과의 괴리도 주요 쟁점으로 제기됐다. 1991년 남북한의 유엔 동시 가입 이후 국제사회에서는 'DPRK'라는 공식 국호가 일관되게 사용되고 있지만, 국내에서만 유독 '북한'이라는 비대칭적 호명이 유지되고 있다는 것이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 2026.4.23 ⓒ 뉴스1 이광호 기자

정부 "헌법적 질서, 국민적 공감대 고려할 것"…동서독 사례도 참고

김남중 차관은 이날 정부가 북한의 공식 국호 표기 및 호명을 서두르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헌법적 질서, 남북관계의 특수성, 국내 법제, 국제 관행, 국민적 공감대가 종합적으로 고려돼야 한다"라고 말했다.

다만 김 차관은 동서독의 사례를 비교 모델로 제시하기도 했다. 그는 "동서독도 1972년 기본조약을 계기로 서로의 실체를 인정하고 국호를 공식 사용하면서 교류·협력을 확대했다"며 "호칭 변경이 곧 분단 고착을 의미하지는 않는다"라고 강조했다.

yeseul@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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