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이 시작한 전쟁을 한 번도 끝낸 적 없는 美 전쟁권한법
‘의회 승인’ 없는 전쟁을 ‘60일’로 제한했지만
역대 미 대통령은 ‘위헌’ 주장하고, 편법 쓰며 무시
조지 W 부시의 이라크 전쟁, 의회의 선전 포고 없이 8년 9개월 끌어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주 기자들로부터 이란 전쟁에 대한 종료 일정을 질문 받자 “재촉하지 말라”고 말했다. 그는 “베트남 전쟁은 18년, 한국 전쟁은 7년 걸렸다”고 했다. 그의 ‘7년’은 해방 후 미군정을 포함했거나 착오로 보인다. 취재진과 트럼프 모두 ‘전쟁권한법’을 의식한 발언이었다.
미국의 이란 공격 개시는 2월28일. 트럼프 대통령이 의회에 이를 통보한 시점은 3월2일. 따라서 1973년 제정된 ‘전쟁권한법(War Powers Act)’에 따르면, 미 의회의 선전 포고(declare war)가 없었던 트럼프의 군사 행동은 의회 통보시점을 기준으로 60일이 되는 5월1일까지 종료돼야 한다. 미 헌법에서 선전 포고 권한은 의회에 있다(1조 8항). 미국 대통령은 전쟁 수행을 지휘하지만, 전쟁을 시작할 권한은 없다.
5월1일 이후에도 이란에 대한 군사작전을 지속하려면, 원칙상 연방 상ㆍ하원으로부터 최대 30일의 추가 연장 승인을 받아야 한다.
단, 이 경우는 미군의 안전한 철수를 위해 “불가피한 군사적 필요”가 있다는 것을 대통령이 의회에 서면으로 인증해야 한다. 그러나 미군이 이란 본토에서 전투하는 것이 아니어서, 트럼프 대통령이 ‘안전한 철군을 위해서 불가피하다’고 주장하고 미 의회가 이를 인정할 근거가 부족하다.
◇제정 배경
1973년 11월 ‘전쟁권한법’이 제정된 것은 베트남 전쟁의 여파가 컸다. 미국은 1964년 8월 이른바 ‘통킹만(灣) 사건’ 이후 베트남전에 전면 개입했다.
미 구축함이 베트남 북부 통킹만에서 작전 중에 북베트남 어뢰정들과 교전했다는 이 사건을 계기로, 이전까지 군사 고문단과 남베트남군을 지원하는 수준에 그쳤던 미국 개입은 점차 확대됐다. 미군 규모는 1964년 2만 명에서 1968년엔 50만 명 이상으로 크게 늘었다. 한국의 맹호ㆍ청룡ㆍ백마 전투부대가 본격 파병된 것도 1965년부터였다.
결국 미 의회가 전쟁에 관한 권한을 다시 가져오자는 취지로 만든 법이 ‘전쟁권한법’이다. 법의 핵심은 ▲군사 행동 시작 48시간 내 의회 보고 ▲의회 승인 없으면, 60일로 군사 행동 제한 ▲철수를 위한 최대 30일 연장 가능이다.
◇미 의회는 지난 84년간 한 번도 선전 포고한 적 없어
그러나 ‘전쟁권한법’에 따라 미 의회가 대통령이 의회 승인 없이 시작한 전쟁을 종료한 적은 이후에도 단 한 번도 없다.
우선 역대 미국 대통령들은 이 법이 ‘위헌(違憲)’이라고 공공연히 무시했다.
빌 클린턴은 1990년대 이라크와 소말리아에서의 군사작전을 의회의 승인 없이 진행했다. 1993년 3월엔 유고슬라비아의 민족 학살을 막기 위해 의회 승인 없이 군사 개입을 결정했다. 이 작전은 79일간 지속됐다.
조지 W 부시 대통령은 9ㆍ11 테러 이후 2001년과 2002년 의회로부터 받은 ‘무력사용 승인 결의(AUMF)’를 계속 편법으로 썼다. AUMF는 특정한 목적과 범위 안에만 군사력 사용을 허용하는 결의다. 그러나 부시는 8년 9개월간 이라크 전쟁을 치르면서도, 한 번 의회에서 AUMF 결의를 받았으니 전쟁권한법에 따른 ‘60일 제한’ 조항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했다. 의회도 ‘전쟁 선포’도 안 한 이 군사력 사용에 계속 예산을 승인했다.
이후 대통령들도 중동에 무력 개입할 때마다 부시가 받은 AUMF를 편법으로 갖다 썼다. 오바마는 아프가니스탄과 시리아에서 이슬람테러 조직 IS와 싸우고 2014년 시리아에 미군을 파병할 때에도 부시가 받은 AUMF를 근거로 했다. 오바마는 2011년 리비아 공습 때에는 나토(NATO)가 작전을 주도하고 미군 참여는 대부분 무인공격기(드론)에 의한 것이므로 “적대행위”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트럼프가 2020년 1월 이란혁명수비대 쿠드스군 사령관 카셈 술레이마니를 살해할 때에도 2002년 부시의 AUMF를 근거로 들었다.
트럼프 백악관은 이란 전쟁과 관련, 역대 대통령과 마찬가지로 “군(軍) 최고사령관인 대통령은 미국의 이익과 군대를 보호하기 위해 제한적으로 무력 사용을 할 헌법적 권한이 있다”는 입장이다.
결국 미국의 숱한 전쟁과 무력 개입에도 불구하고, 미 의회는 2차 대전 중이던 1942년 6월 나치 독일의 동맹국인 불가리아ㆍ헝가리ㆍ루마니아에 선전 포고한 것을 마지막으로, 지난 84년간 선전 포고를 한 적이 한 번도 없다.
미국의 한국전쟁 참전도 유엔 안보리 결의만 있었을 뿐, 의회의 선전 포고는 없었다. 당시 해리 S 트루먼 대통령은 1950년 6월 29일 백악관 기자회견에서 “전쟁이냐”는 기자의 질문에 “전쟁이 아니다(We are not at war)”라고 했고 “유엔 하에서의 경찰 행동(police action)”으로 규정했다.
◇’60일 내 종료’에 현재의 휴전을 포함하느냐의 문제
2월 28일 전쟁이 시작된 이래, 미 연방 상ㆍ하원에는 미 의회의 선전 포고나 승인이 없었던 이란 무력 개입을 중단시키려는 법안이 5번 제출됐지만, 근소하게 공화당이 다수인 양원(兩院)에서 번번이 부결됐다.
또 4월8일부터 미국과 이란이 사실상의 ‘휴전’ 상태인 점을 들어, 언제까지가 ‘전쟁 개시 60일’이냐는 논란도 있다. 많은 공화당 의원은 휴전 기간은 제외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60일’이 지나도 공화당 의원들로선 선택이 쉽지 않다. 전쟁 장기화를 싫어하는 선거구민의 여론과, 전시(戰時) 대통령인 트럼프에 압박을 가했다가 그의 분노를 살 수 있다는 두려움을 다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 4건의 여론 조사 모두 미국인의 60% 이상이 이란 전쟁에 대해 부정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통령의 일방적인 전쟁 개시에 대한 위헌 논란에도, 미 법원은 전통적으로 이를 “연방 법원이 해결할 권한을 넘어서는 정치적 문제”로 간주해 개입을 피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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