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일민족 시대가 저물고 있다

광주일보 2026. 4. 29. 12: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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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사회가 다문화 사회로 접어들기 시작한 것은 혼인 적령기를 놓친 농촌, 미혼 남성 위주로 국제결혼이 이뤄지면서부터다.

2007년 통계에 따르면 전체 결혼의 10%가 국제결혼이고 농촌 남성 10명 중 4명이 외국인 배우자를 맞이할 만큼 다문화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추세였다.

이제 우리 사회는 단일민족이라는 오랜 외투를 벗어 던졌다.

다문화 사회는 선택이 아니라 우리의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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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민석 수필가·전 대학입학사정관
우리 사회가 다문화 사회로 접어들기 시작한 것은 혼인 적령기를 놓친 농촌, 미혼 남성 위주로 국제결혼이 이뤄지면서부터다. 2007년 통계에 따르면 전체 결혼의 10%가 국제결혼이고 농촌 남성 10명 중 4명이 외국인 배우자를 맞이할 만큼 다문화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추세였다.

“흰 우유를 마시고 목욕 수건으로 얼굴을 힘껏 문질러 봤어요. 그렇게라도 하면 하얗게 되는 줄 알고” 피부색이 검은 다문화가정 자녀의 울컥했던 고백이 떠 오른다. 우리가 은연중에 그어놓은 ‘차별’이라는 차가운 선 때문이다. 그 말속에는 어린 마음이 감당해야 했던 상처와 우리 사회의 시선이 고스란히 담겨 있다.

오래전 KBS 시사교양 프로그램 ‘러브 인 아시아’를 즐겨 본 기억이 새롭다. 아시아를 넘어 유럽과 남미까지 세계 구석구석까지 꿈과 사랑을 이어가는 다문화 가족들의 이야기가 정겹기만 했다. 언어가 다르고 피부색이 달라도 이제 그들은 결혼이민자로, 외국인 근로자로 우리가 함께 부대끼며 살아가야 할 이웃들의 모습이 잔잔한 감동으로 다가왔다.

요즘 지방 대학 중에는 외국인 유학생이 없으면 정원을 채우기 어려운 곳이 날로 늘어나고 있다. 수도권 대학들조차 연구실 운영에 어려움을 겪는다고 한다. 서울 시내 중심 대학가에서는 내국인 학생을 위한 원룸이 사라지고 있다. 외국인 유학생의 급증이 만들어 낸 새로운 풍경이다.

우리나라는 심각한 저출산, 고령화 문제와 K-컬처가 불러온 국가 위상의 상승으로 ‘살고 싶은 나라’로 바뀌고 사회구조의 밑바탕부터 흔들리면서 지금 거대한 전환점에 서 있다. 이제 우리 사회는 단일민족이라는 오랜 외투를 벗어 던졌다. 외국인 취업자 110만 명, 거리 곳곳을 채운 그들의 모습은 우리가 이미 다민족 국가로 진입했음을 알리는 이정표다. 단일민족의 시대가 저물고 다민족의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과거 어려웠던 시절 하와이, 멕시코 사탕수수 농장 노동자와 러시아 연해주를 떠돌던 고려인들도 이주 외국인과 같은 ‘낯선 타인’이었음을 잊지 말자. 광부와 간호사로 독일에 갔고, 월남전 기간에는 베트남에도 파병됐다. 1980년대에는 중동에서 건설노동자로 일했고, 농업 이민은 남미에 정착했던 우리가 아닌가. 작년 말 통계에 따르면 해외로 이주해 간 우리 동포가 181개국에 740만 명에 이를 정도로 세계인들이 한 울타리 안에서 공존하는 다문화 시대가 되었다. 다문화 사회는 선택이 아니라 우리의 현실이다.

흔히들 사람의 품격은 자신보다 약한 이를 대하는 태도에서 결정된다고 한다. 국가의 품위 또한 그와 같다. 피부색과 출신 국가로 차별하는 편견의 틀을 깨지 못한다면 우리가 지향하는 선진국의 미래는 신기루일 뿐이다. 과거 재외 동포들이 겪었던 고통을 이주민들에게 되풀이해서는 안 될 일이다. 현재 한국은 ‘군사력 5위, 경제력 10위권 선진 민주국가’로 평가받고 있다.

아프리카 우간다 출신의 이주민 2세가 세계의 심장인 뉴욕시장이 되는 시대다. 이중 잣대는 우리가 반드시 넘어야 할 문턱이다. 우리도 이제 편견의 틀을 깨고 넓은 세상으로 나아가야 한다. 차별을 두지 않는 열린 사회만이 가질 수 있는 진정한 경쟁력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위대한 혁신의 역사는 서로 다른 문화의 만남에서 비롯되었다. 동양과 서양이 만난 르네상스가 그러했고, 다양한 문명의 교차로였던 실크로드가 이를 증명한다. 미국의 실리콘밸리가 혁신의 중심이 된 것도 전 세계에서 모여든 문화적 다양성 덕분이다. 단일민족의 신화에서 벗어날 때가 되었다. 힘없는 소수자를 존중하고 배려하는 사회가 진정한 민주사회다.

/송민석 sms0505@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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