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 30만원 보험 들면 정책자금 1억”…브로커 중기·소상공인 노린다 [사기공화국의 민낯]
불법 정책자금 대출 컨설팅 활개
‘수수료 5~6%’ 대출빌미 보험 강매
‘제3자 부당개입’ 범법행위 버젓이
중기부 신고 한계, 처벌 법제화 절실
![소상공인진흥공단의 정책자금 상환연장 상담 창구 모습. [소진공 제공]](https://img2.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29/ned/20260429112434647tgzw.jpg)
“지자체랑 중진공이랑 여기저기서 받으면 1억까지는 해볼 수 있을 것 같고요. 저흰 수수료는 따로 없어요. 대신 매달 월 30만원 정도 납입하는 종신보험에 가입하시면 됩니다.”
중소벤처기업부가 태스크포스(TF)까지 꾸리면서 단속에 나섰지만, 불법 정책자금 브로커들은 여전히 활개를 치고 있었다. 생활 서비스 중개 플랫폼 ‘숨고’에 정책자금 대출 컨설팅을 원한다는 글을 올리자 10분도 지나지 않아 상담을 해주겠다는 채팅 알림이 쉴 새 없이 울렸다. 본인들을 ‘중소기업·소상공인 정책자금 대출 전문가’로 칭하는 이들은 “컨설팅만 받으면 대출 성공 확률이 95%가 넘는다”고 자신했다.
사업계획서부터 기관 인터뷰나 프레젠테이션까지 모든 과정을 도와주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기자를 안심시켰다. 대출이 가능한 금액도 최소 1000만원부터 1억원까지 천차만별이었다. 이들은 직접 본인이 이 모든 과정을 혼자 다 하려면 시간이 오래 걸리지만, 전문가랑 같이하면 빠르면 보름 안에도 대출이 나올 수 있다며 효율성을 강조했다.
▶브로커 수수료 5~6%에 보험 가입 권유까지 다양=연결된 정책자금 대출 브로커 중에는 성공보수 형식의 수수료를 받겠다는 브로커들이 가장 많았다. A컨설팅업체는 “승인이 났을 때 받은 자금에서 세금을 포함해서 6.6%의 수수료를 내면 된다”고 말했다. 또 다른 B컨설팅업체도 “창업자금 지원으로 최대 2억원까지 받을 수 있지만, 보통 5000만원에서 1억원 정도 나온다”며 “수수료는 5%를 받고 있다”고 말했다.
중기부는 모든 정책자금 관련 대출 신청은 ‘본인’이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다. 이 때문에 중기부는 정부 지원사업에서 제3자의 부당 개입을 막기 위해 인터넷 프로토콜(IP) 주소 신청 여부와 사업계획서의 유사·중복도를 점검하는 시스템도 도입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불법 브로커들의 영업도 활개를 치고 있었다. 1시간 가까이 상담을 진행한 C컨설팅업체는 기자의 재무상황을 상세히 분석하면서 시중은행에서는 대출 거절 확률이 90%에 달하지만 중소벤처기업진흥공단(중진공),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소진공) 등 기관별로 지원 순서를 잘 짜면 최대 1억원까지 시도해 볼 수 있을 것 같다고 했다. 이 순서를 짜는 것은 ‘영업 노하우’라는 점도 강조했다.
조건은 종신보험 가입이었다. 이 관계자는 “수수료는 현금으로 받진 않고, 대출금액 1000만원당 월 10만원을 내는 보험에 가입하면 된다”라고 설명했다. 보험금은 사망했을 경우에만 받을 수 있는 상품이었다. 정책자금 컨설팅을 빌미로 보험 가입을 유도하는 것은 ‘제3자 부당개입’으로 명백한 불법행위다.
C컨설팅업체 명함에는 ‘중소기업벤처부’ 등록기관 협력업체라고 쓰여있어 마치 중기부에서 인정받은 컨설팅업체라는 분위기마저 풍겼다. 기자가 망설이자 이 관계자는 “보험 가입 기간에는 각종 정부지원금도 받게 도와주고, 경영컨설팅을 해주기 때문에 직원을 고용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다”라며 “월 납부 금액이 부담스러우면 조정도 가능하다”라고 말했다.
정책자금 브로커로 돈을 벌 수 있게 해준다며 관련 강의와 책을 팔아 돈을 버는 정책자금 대출 브로커 교육기관들도 성행 중이었다. 이들은 “무자본으로 돈을 벌 수 있다”라면서 월 수천만 원의 수익을 올린 사례들을 홍보하기도 했다.
▶신고센터 ‘한계’…중기부 법 개정 나설 듯=중기부는 이같은 정책자금 불법브로커들을 근절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제3자 부당개입 문제 해결 TF’ 발족했다. TF 회의에는 경찰청과 금융감독원, 중진공, 소진공, 기술보증기금, 신용보증재단중앙회 등 정책금융기관과 창업진흥원,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 등이 총출동해 참석하고 있다. 지난 10일 기준 총 5차 회의가 진행됐다. 불법 브로커를 근절하기 위한 민관협력도 강화하고 있다. 지난 9일 중기부 관계기관 6곳과 숨고, 크몽 등 민간기업 2곳은 업무협약을 맺고 불법 브로커를 근절하겠다고 밝혔다.
또 정책금융 관련 ‘불법 브로커신고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불법 브로커를 제보하면 최대 200만원의 포상금도 지급한다. 중기부에 따르면 지난주까지 신고 접수건 수는 370여건에 달한다. 다만 80% 이상이 민원성으로 관계 기관 수사 요청 등 후속 조처에 나선 것은 많지 않다. 신고센터에 접수되는 신고에 의존하는 것만으로는 불법브로커들을 없애는 것은 한계가 있다는 소리다.
이 때문에 중기부는 중소기업진흥법 등 관련법에 제3자 부당행위와 관련된 정의와 금지 규정을 넣는 방안을 준비 중이다. 중기부 관계자는 “신고센터가 사후 조치라고 한다면 법제화는 사전적인 조치로 시장에 아예 불법 브로커들을 차단하겠다는 시그널을 주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중기부의 2026년 정책자금은 중소기업 정책자금 4조4313억원, 소상공인 정책자금 3조3620억원 등 총 7조7933억원이다. 여기에 중기부가 3월 31일 ‘전쟁 추경안’으로 추가한 긴급경영안정자금 등 정책자금(6700억원)까지 더하면 올해 시중에 풀리는 정책자금 규모는 8조4633억원에 이른다. 이는 2025년 정책자금 8조3000억원보다 1600억여원 많은 수준이다.
한편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은 29일 ‘제3자 부당 개입 신고센터’에 접수된 신고 가운데 실제 수사 의뢰로 이어진 3건에 대해 총 150만원의 포상금을 지급했다고 밝혔다. 이번 포상금 지급은 지난 1월 제도 도입 이후 첫 지급이다. 소진공은 공단을 사칭해 위조 문서를 발송한 사례, 대출을 보장하고 선지급 비용을 요구한 사례에 대해 수사 의뢰했다. 부애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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