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헤럴드광장] AI 임진왜란, 청년의 입직 사다리를 사수하라

대학 교정으로 향하는 발걸음이 무겁다. 이번 학기에도 강단에 서지만, 무엇을 가르칠지보다 이 교육이 과연 학생들의 미래에 유효한가를 자문하게 된다. 인공지능(AI)이라는 거대한 기술 전환의 문턱에서 기성세대는 불편한 질문과 마주한다. 우리는 과연 청년에게 지속 가능한 미래의 문을 열어두고 있는가. 지금 이 질문에 답하지 못한다면, AI가 바꾸는 것은 산업 구조가 아니라 우리 사회의 기회 구조 그 자체가 될 것이다.
430여년 전 임진왜란은 단순히 외세의 침략 사건이 아니었다. 변화하는 질서를 읽지 못한 리더십의 실패가 불러온 구조적 재난이었다. 오늘날 진행 중인 AI혁명 역시 같은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 생산성 혁신이라는 기대 뒤에는 노동시장 구조 자체를 뒤흔드는 충격이 도사리고 있다. 이를 관리할 전략이 부재할 경우, AI는 혁신의 도구가 아니라 낡은 시스템의 근간을 해체하는 위험 요인이 될 뿐이다.
과거 자동화가 주로 육체 노동을 대체했다면, 이번에는 전문직과 지식노동의 ‘초입 구간’이 먼저 잠식되고 있다. 판례 검토, 회계 분석, 코드 작성 등 이른바 전문직 주니어 단계의 핵심 업무가 빠르게 AI로 이전되고 있다. 문제는 이 영역이 단순한 일자리가 아니라 숙련으로 나아가는 ‘입직(入職)의 사다리’였다는 점이다. AI가 이 사다리의 첫 번째 칸을 집어삼키면서 기업은 주니어 채용을 줄이고 있다. 기업 입장에서는 즉각적인 비용 절감 효과가 나타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는 인재 육성 기반을 스스로 허무는 근시안적 실책이다. 청년이 성장할 경로가 사라진 사회는 결국 미래의 리더를 잃는다. 이는 개별 기업을 넘어 국가 경쟁력의 문제다. 따라서 대응은 단순한 고용 대책을 넘어 ‘구조 설계’의 문제로 접근해야 한다.
첫째, 청년 채용을 비용이 아닌 ‘국가적 인적 인프라 투자’로 재정의해야 한다. AI 도입 과정에서 청년 인력을 채용·훈련하는 기업에 대해 세제와 재정 지원을 결합한 파격적인 인센티브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기술 전환의 비용을 기업에만 맡길 것이 아니라 사회 전체가 분담하는 구조가 필요하다.
둘째, 교육당국의 권한을 내려놓는 ‘교육 대개조’가 시급하다. AI시대의 역량은 단순 지식이 아니라 AI를 도구로 난제를 푸는 ‘기획력’과 ‘판단력’이다. 학생들이 인문학적 성찰과 기술적 이해가 결합된 통합적 사고를 키울 수 있도록 교육부는 규제 지위를 내려놓아야 한다. 대학이 기업 현장과 결합해 실무 인재를 양성하도록 자율권을 폭넓게 허용해야 한다.
셋째, AI시대의 실패를 가치 있는 ‘데이터와 경험의 축적’으로 봐야 한다. 창업 실패 시에도 그 과정에서 얻은 무형의 자산을 국가가 매입해 ‘실패를 공적 경력’으로 인정하는 보증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아울러 실직 청년에게 ‘생애 전주기 업스킬링 바우처’를 지급해 그들이 AI를 지휘하는 핵심 인력으로 재탄생할 수 있도록 두터운 사회적 안전망을 마련해야 한다.
역사는 반복되지 않지만, 실패의 방식은 유사하다. 변화의 신호를 읽지 못하고 대응을 미루는 순간, 그 대가는 다음 세대가 치른다. 청년의 입직 사다리를 지키는 일은 이제 선택이 아니라 국가의 존망이 걸린 책무다. 430년이 지난 지금, 역사는 다시 묻고 있다. “대한민국은 지금 미래 세대를 지킬 준비가 되어 있는가?”
이영 제4대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KAIST 문술미래전략대학원 초빙석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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