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당은 ‘쑥’ 실적은 ‘반토막’…SC제일은행, 10년 장기집권의 역설

공인호 기자 2026. 4. 29. 10: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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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이익 3분의 1 삼키는 ELS 과징금…지난해 실적 반토막 쇼크
실적 악화에도 고배당 고수, 한 해 순익 절반 이상 본사 송금
‘관리형 리더십’ 장기화에 조직 경직…씨티은행 전철 밟나 우려
/ 각사 제공

실적부진과 리더십 공백, 여기에 홍콩H지수 주가연계증권(ELS) 과징금이라는 악재까지 겹쳤다. SC제일은행의 현 상황이 과거 소매금융 철수를 결정했던 한국씨티은행의 전철과 흡사하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연간 순이익의 상당 부분을 잠식할 이번 과징금 사태가 본사의 한국 시장 철수를 현실화하는 명분이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SC제일은행의 한국시장 철수설이 재차 고개를 드는 분위기다. 앞서 한국씨티은행은 지난 2021년 까다로운 금융 규제(배당 제한), 5대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농협) 중심의 경쟁구도, 인터넷전문은행(카카오·케이·토스뱅크) 등장 등에 따른 시장내 입지 축소를 이유로 소매금융 철수를 결정했다.

무엇보다 코로나 사태를 계기로 순이익이 30% 이상 쪼그라든 것이 한국시장 엑시트(EXIT)의 촉매제로 작용했다.

이와 달리 SC제일은행은 지속된 실적부진에도 불구하고 한국 철수설을 공식적으로 부인해 왔다. 스탠다드차타드(SC) 그룹 차원에서도 한국 시장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입장이다.

그러나 SC제일은행의 실적이 예상보다 가파르게 감소하면서 한국시장 철수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다시 제기되고 있다. 현재 금융당국은 지난 2023년 홍콩 ELS 판매 은행을 대상으로 중징계를 예고한 상태로, SC제일은행의 경우 최대 900억원 규모의 과징금 부과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다.

KB국민·신한 등 여타 은행과 비교해 과징금 규모는 크지 않지만, SC제일은행의 최근 3년 순이익(3000억원대)을 감안하면 1/3에 육박하는 수준이다. 실제 SC제일은행은 홍콩 ELS 관련 충당금 및 일회성 비용 부담으로 지난해 순이익이 1400억원대로 떨어지며 전년 대비 반토막 났다.

이에 은행권 노조도 이례적으로 과징금 제재에 반기를 들고 나섰다. 현재 금융노조는 ELS 과징금 제재가 외국계은행의 사업 지속 여부는 물론 단기 충격으로는 ‘생존’과도 직결되는 문제라며 전면 철회를 주장하고 있다.

다만 과징금 부담은 일시적 충격에 해당하고, 수익성이 정상적으로 회복될 경우 철수까지 직접적으로 이어질지 여부는 단정할 수 없다는 점도 금융권 일각에서 지적된다.

여기에 SC제일은행의 배당 확대 및 리더십 부재론도 한국 철수설을 부추기는 요인으로 제기된다. 지난 2020년 490억원이었던 SC제일은행의 본사 배당 규모는 2023년과 2024년 2000억원대로 증가하며, 한 해 순이익의 절반 이상이 SC그룹 본사로 유입되는 구조로 변화했다.

이 같은 배당 확대는 ‘관리형 CEO’ 중심의 리더십 구조에서 비롯됐다는 시각이 있다. SC제일은행의 급격한 배당 확대는 전임 박종복 행장의 10년 장기집권(4연임) 체제 하에 이뤄졌다. 과거 한국씨티은행도 하영구 전 행장의 15년(5연임) 임기 끝에 한국 철수가 결정됐다.

지난해 취임한 이광희 행장 역시 해외파 출신의 ‘관리형 CEO’로 인식되고 있다. 이 행장이 내세운 성장 전략도 자산관리(WM) 부문 및 기업금융 강화로, 전임 행장의 방향과 일맥상통하는 면이 있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외국계은행의 경우 원활한 배당 및 구조조정을 위해서는 그룹 결정에 잘 따르는 리더를 내세울 수밖에 없다”며 “이 같은 조직의 경우 내부 줄세우기 문화와 이로 인한 내홍이 반복될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공인호 기자 ball@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