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 김천 대기업유니투스 무기한 파업에 지역경제 ‘먹구름’

안희용 기자 2026. 4. 29. 1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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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P모빌리티 매각 추진 반발, 현대모비스 자회사 노조 전면 파업 돌입
유니투스 김천공장. 유니투스 노조 제공

김천시의 핵심 생산 거점인 김천산업단지가 차갑게 식어가고 있다. 현대모비스의 자회사인 유니투스 김천공장이 무기한 전면 파업에 돌입하면서, 지역 경제의 실무를 담당하는 컨베이어벨트가 멈춰 섰다. 잇따른 대기업 공장의 가동 중단과 매각 소식에 김천 산단 전체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본보 4월21일 12면 보도)

◆적막 흐르는 생산라인, 노사 갈등의 정점

지난 28일 오후, 평소라면 수백 대의 물류 차량과 출퇴근 인력으로 북적였을 유니투스 김천공장 정문은 적막감만이 감돌았다. 간간이 필수 설비 관리를 위한 본사 지원 인력 차량만 오갈 뿐, 생산 현장은 활기를 잃은 모습이었다. 현장에서 만난 한 관계자는 "점심시간 직후 지게차 소리가 끊이지 않던 곳인데, 오늘처럼 적막한 풍경은 처음 본다"며 씁쓸함을 내비쳤다.

민주노총 금속노조 구미지부 김천현대모비스지회(유니투스)와 경주지부 현대아이에이치엘(IHL)지회는 이날 오전 7시를 기해 무기한 전면 파업(미출근)에 들어갔다. 이번 사태의 도화선은 '램프 사업부 매각'이다. 현대모비스는 올해 초, 수익성 강화와 사업 효율화를 이유로 자동차 램프 사업부를 프랑스 글로벌 부품사인 'OP모빌리티'에 매각하기로 결정했다.

노조 측은 "원청인 현대모비스가 당사자인 노동자와 아무런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매각을 추진했다"며 "이는 노동자의 생존권을 박탈하는 처사"라고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그룹 차원의 전략적 결정임을 강조하며, 매각 이후에도 고용 승계와 사업장 유지는 보장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어 평행선은 길어질 전망이다.

◆1천100여 명 고용 흔들, 지역사회 '술렁'

유니투스 김천공장은 지역 내 단일 사업장 중에서도 손꼽히는 대형 규모다. 근무 인원만 1천100여 명에 달해, 이번 파업과 매각 향방이 지역 골목상권과 협력업체 생태계에 미치는 파괴력이 상당하다.

윤대성 금속노조 김천현대모비스 지회장은 "현대모비스가 실질적인 경영권을 행사하면서도, 매각 과정에서는 자회사를 앞세워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고 비판의 목소리를 높였다.

문제는 김천 산단의 악재가 이번이 처음이 아니라는 점이다. 지난 1월 LG화학 김천공장이 가동을 중단한 데 이어, 자동차 부품업체인 모베이스오토 역시 매각설이 돌며 노사 갈등을 빚고 있다. 여기에 지난해 한국오웬스코닝의 인도 기업 매각, 2019년 코오롱패션머티리얼의 원사 사업 중단 사례까지 소환되며 지역 내에서는 '산업단지 공동화'에 대한 공포가 확산되고 있다.

◆ '먹튀' 논란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

지역 제조업 기반이 흔들릴 때마다 반복되는 '외국계 자본의 먹튀' 논란도 다시 불거지고 있다. 이미 경주 지역에서는 프랑스계 부품사인 발레오만도가 공장부지 매각 및 기술 역수입 논란으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당시 경주 지역 노동계는 "이윤만 본국으로 챙겨가고 고용 책임은 외면하는 외국계 기업에 대해 지자체가 적극적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천 산단 역시 유니투스가 OP모빌리티로 넘어가게 될 경우, 단순한 고용 승계 약속을 넘어 중장기적인 투자 계획과 지역 사회 기여 방안이 담보되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대모비스는 최근 보스턴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용 액추에이터 양산 등 미래 핵심 전략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미래 먹거리 확보 전략이 기존 생산 거점의 희생을 전제로 한다면 지역 경제의 반발은 더욱 거세질 수밖에 없다.

김천 산단이 도심 경제의 중추 역할을 하는 만큼, 이번 사태를 노사 간의 문제로만 치부해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가 높다. 경제 전문가들은 매각 과정의 투명성을 확보하고, 고용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지자체와 정치권의 적극적인 중재 노력이 절실하다고 입을 모은다.

멈춰 선 공장의 컨베이어벨트가 다시 돌아갈 수 있을지, 아니면 김천 산단의 위기가 장기화될 것인지 지역사회의 모든 눈이 유니투스 공장 정문으로 향하고 있다. 안희용 기자 ahyon@idaegu.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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