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풍경] 식물과 기후 변화

김정선 2026. 4. 29.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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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날씨는 계절을 혼동하게 한다.

계절에 따른 식물의 변화는 기후 변화를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가 돼 준다.

식물에 대한 기후 변화의 영향을 보여주는 국내 연구는 이미 나와 있다.

기후 변화가 식물에 미치는 영향은 광범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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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연합뉴스) 김정선 선임기자 = 가끔, 날씨는 계절을 혼동하게 한다. 최근에만 해도 일부 지역의 기온이 초여름처럼 높은가 하면 기온이 크게 내려가면서 한파주의보가 내려지기도 했다. 계절이 봄을 지나 벌써 여름으로 향하고 있다는 느낌이 들다가도 금주 들어선 "아직 봄이구나" 싶을 정도의 날씨를 접하는 것 같다. 당장 올여름 날씨도 궁금하지만, 미래 세대가 접할 계절의 모습이 어떨지 가끔 상상해 보곤 한다.

4월 하순 연둣빛 북한산 [촬영 김정선]

겨울이 지나 날씨가 따듯해지면 사람들은 봄꽃의 개화를 기다린다. 신록의 계절에는 산과 숲에서 새롭게 돋아난 연둣빛 나뭇잎을 바라본다. 연둣빛은 상록수의 짙은 녹색과 어우러져 산이나 숲에선 이때만 볼 수 있는 빛깔을 만들어낸다. 올해 산철쭉의 개화는 경남지역에서 시작됐는데, 지난해보다 빨랐다고 한다. 계절에 따른 식물의 변화는 기후 변화를 일상에서 체감할 수 있는 지표 중 하나가 돼 준다.

식물에 대한 기후 변화의 영향을 보여주는 국내 연구는 이미 나와 있다. 2021년 12월 산림청 국립수목원은 서울대와 공동으로 국내 산림의 '계절 시계'가 기후 변화의 영향으로 점점 빨라진다는 연구 결과를 국제학술지에 발표했다고 밝힌 바 있다. 10여년 간 국내 산림에 자생하는 식물 25종의 관측자료를 분석해 보니 봄철 식물의 잎이 펼쳐지는 시기가 빨라지고, 가을철 단풍이 드는 시기는 늦어지면서 식물의 1년 생육기간이 점점 늘어난다는 연구 결과였다. 물론, 식물에만 변화가 일어나는 것은 아니다. 국립공원공단이 지난해 9월 밝힌 '생물계절' 관찰 결과에선 개구리와 새의 산란 시기도 앞당겨진 것으로 나타났다.

한라산 영실 등반로 주변서 고사한 구상나무들 [촬영 김호천]

개별 수종에 관한 이야기를 들어보면, 체감의 정도가 달라진다. 환경단체인 녹색연합은 올해 식목일에 '백두대간 국립공원 기후 위기 침엽수 보고서'를 발표했다. 녹색연합은 "10년간의 조사 결과, 한반도 백두대간과 국립공원에서 기후 위기로 인한 생물다양성 위기가 본격화되고 있음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특히 "한라산과 지리산을 중심으로 구상나무와 가문비나무는 빠른 속도로 집단 고사가 진행되며 멸종 단계에 진입한 것으로 나타났다"고 평가했다.

기후 변화가 식물에 미치는 영향은 광범위하다. 국립산림과학원은 소나무재선충병 확산을 막기 위해 재선충병에 강한 '내병성 소나무'를 이달 초 시범 식재했다. 기후 변화 등의 영향으로 소나무재선충병 피해가 증가세로 전환됐다고 한다. 2015년 피해가 극심한 지역에서 살아남은 개체를 선발해 종자 채취, 인공접종 등을 거쳐 내병성 소나무를 최종 선발했다. 이러한 자료들을 들여다보면, 기후 관련 사안이 짧은 기간에 대응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님을 알 수 있다.

특산식물인 섬괴불나무 [촬영 김정선]

최근 다녀온 서울대 안양수목원에서 리기테다소나무를 처음 봤다. 리기다소나무와 테다소나무를 결합한 것이다. 줄기가 위로 곧게 자라 키가 커 보였다. 생장이 빠르고 재선충 피해에 강해 기후 위기에 대응할 수 있는 자원 중 하나로 거론되기도 한다. 소나무 외에도 줄기가 굵은 음나무, 단풍나무, 벚나무, 특산식물인 섬괴불나무 등 다양한 수종을 이곳에서 관찰했다. 여러 식물의 안내판에는 잎 모양과 개화 시기, 열매 익는 시기 등이 각각 적혀 있다. 50년, 100년 후에는 식물들의 생육 주기나 서식지 등에 어떤 변화가 있을까.

기후과학자 정수종은 저서 '붉은 겨울이 온다'(2025)에 "개화 시기가 빨라진다는 것은 종 다양성의 위기를 의미한다"고 적었다. "기후 감수성을 갖추고 좀 더 예민하게 기후 위기에 대응해야 한다"는 책 속 문장을 곱씹게 된다.

js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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