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행료 안 낸” 일본 유조선, 호르무즈 해협 통과···이란 국영TV도 “당국과 조정” 보도

일본 유조선인 이데미쓰 마루호가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다고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 아사히신문 등이 29일 보도했다.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된 이후 일본 유조선이 이 해협을 통과한 것은 처음이다.
보도에 따르면 일본 정유사 이데미쓰 고산의 자회사가 운용하는 파나마 선적의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이데미쓰 마루호는 원유 200만배럴을 싣고 28일(현지시간) 오전 페르시아만(걸프해역)에서 출발해 호르무즈 해협을 지났다. 닛케이는 이데미쓰 마루호의 호르무즈해협 통과에 대해 일본 정부 관계자가 협상의 성과라면서 통행료는 내지 않았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란 국영 프레스TV도 해당 유조선이 이란 당국과의 조정을 통해 해협을 통과했다고 보도했다.
이 유조선은 2월 초순 일본을 떠났고, 같은 달 25일 페르시아만에 들어갔다. 지난달 초 사우디아라비아 주아이마 터미널에서 원유를 선적한 뒤 걸프해역에 정박해 있었다. 아바스 아라그치 이란 외무장관이 호르무즈 해협을 개방하겠다고 밝힌 지난 17일 페르시아만 중앙 해역까지 이동했지만, 이란이 재봉쇄를 선언하면서 다시 발이 묶였다. 27일 오후 늦게 항해를 시작한 이데미쓰 마루호는 29일 현재 오만만 공해상을 항해 중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유조선 추적 데이터에 따르면 이데미쓰 마루호가 이란 정부가 승인한 북쪽 항로인 케슘 섬과 라라크 섬 근처를 따라 해협을 통과했다면서 이 유조선의 일본 나고야 입항 일이 다음 달 18일쯤이라고 전했다. 아사히는 페르시아만에서 일본까지는 통상 약 20일이 걸리기 때문에 이데미쓰 마루호가 5월 중순쯤 일본에 도착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NHK는 이데미쓰 고산 측이 선박의 안전상 관점에서 관련 정보를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고 전했다.

이와 관련해 주일 이란대사관은 1953년 닛쇼마루호 사건을 언급하면서 “이 유산은 지금도 큰 의미를 지니고 있다”는 게시물을 엑스에 올렸다고 닛케이는 전했다. 이란과 일본의 오랜 우호관계가 이번 통과와 무관하지 않다는 얘기다. 닛쇼마루호는 이란이 석유 시설 국유화 조치 등으로 국제사회에서 고립됐던 당시 일본이 이란 석유를 비밀리에 수입하기 위해 사용했던 유조선이다. 닛쇼마루호 역시 이데미쓰 마루호처럼 이데미쓰 고산 소유였다.
일본 관련 선박은 이달 초 3척이 호르무즈 해협을 통과했으나 모두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이었고 유조선은 이번이 처음이다. 닛케이는 페르시아만에는 여전히 많은 일본 연계 선박이 남겨져 있지만 다른 배들도 이데미쓰 마루호처럼 호르무즈 해협을 나올 수 있을지는 불투명하다고 전했다.
한편 트럼프 행정부는 호르무즈 해협 통과를 위해 이란 측에 통행료를 내는 행위는 미국인에게 금지되며, 비미국인도 미국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미 재무부 해외자산통제국(OFAC)은 홈페이지를 통해 “호르무즈 해협을 안전하게 통과하기 위해 이란 정부나 이슬람혁명수비대(IRGC)에 직·간접적으로 돈을 지불하는 것은 미국 금융기관을 포함한 미국인, 또는 미국이 소유·통제하는 외국 법인에 허용되지 않는다”고 못 박았다.
김기범 기자 holjjak@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이란 측 요청으로 한·이란 외교장관 통화···“호르무즈 내 선박, 안전한 통항 재개 필요”
- “팔고 떠나라”는 5월, 7000피 앞에서 ‘하락 베팅’ 나선 개미들
- “장동혁 대표 연호하는 분들 집에 가세요”···조경태, 장동혁 면전서 “비상계엄 잘못” 질타
- 머스크 “돈 준 내가 바보” 오픈AI “오히려 지배권 요구해”···막 오른 소송전
- 충주맨도 놀랐던 ‘공사판’ 여수섬박람회장···개회 기간 섬 방문하면 숙박비 지원?
- 트럼프 “우리는 해적 같다”며 석유 압수 ‘수익성’ 언급···미 당국 ‘이란에 통행료 내면
- 결국 주독미군 5000명 철수…트럼프 경고가 현실로
- 박왕열에 마약 공급한 ‘청담사장’ 누구?···경찰 구속영장 신청
- 여야 구도 확정 후 여론조사, 미묘한 변화 감지···보수 결집 심상찮다
- 이 대통령이 던진 “잔인한 금융” 고민···SNS서 풀어놓은 김용범 실장 “신용, 인생 잘라내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