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년 세월에 밀려 ‘런웨이’ 좁아졌지만… 그녀들의 투샷은 ‘짱짱’[더 리뷰]

이민경 기자 2026. 4. 29.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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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더 리뷰 - 오늘 개봉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
디지털 점령에 입지 줄어든 잡지
뒤바뀐 처지로 시대 변화 그려내
배우들 조우, 동창회 같은 재미
곳곳에 1편 연상 ‘이스터 에그’
새캐릭터 연출 ‘과욕’은 아쉬워
20년의 세월이 지나 만난 미란다(왼쪽)와 앤디는 매서운 상사와 어리바리 신입의 관계가 아닌, 서로 의지할 수 있는 동료 관계로 성장했다. 월트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미국 뉴욕 직장인 여성의 출근길 로망을 불러일으킨 시크한 오프닝 신부터, 할인마트 패션에서 하이패션으로 의상을 체인지하는 주인공, 수면 아래 암투가 판치는 오피스 라이프까지…. 시대의 아이콘과 같은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가 20년 만에 2편으로 돌아왔다. 29일 개봉하는 영화에는 이번에도 동시대의 공기를 타임캡슐처럼 포착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가 곳곳에서 엿보인다. 다만, 2006년이 디지털로 넘어가기 직전 아날로그 매체의 마지막 황금기였다면, 2026년은 알다시피 완전히 디지털 매체가 점령한 새로운 시대다.

주인공 두 사람 앤디(앤 해서웨이)와 미란다(메릴 스트리프)의 외모는 세월을 잘 피해 간 데 반해 이들이 속한 인쇄 저널리즘 업계는 세월을 정통으로 맞았다. 단적으로 미란다는 예전엔 ‘입술 오므리기’ 하나로 패션계 인사들을 눈치 보게 만드는 거물이었다면, 이제는 디올, 티파니, 펜디, 불가리 등 대형 광고주들의 심기 변화에 떠는 힘없는 샐러리맨으로 처지가 바뀌었다.

수천만 원이 든 기획기사도 감각이 떨어지면 막판에 갈아치울 정도로 자부심이 넘쳤던 ‘런웨이’라는 패션 잡지도, 이제는 광고가 없으면 ‘치실’처럼 얇디얇을 정도로 내실이 없다. 급한 대로 애드버토리얼(기사형 광고)을 실어 일거양득을 노리지만, 광고한 곳이 블랙기업으로 드러나면서 매체의 신뢰도와 수익을 둘 다 잃을 위기다.

1편의 엔딩에서 정통 저널리즘의 길을 걷기 위해 미란다를 떠났던 앤디는 어떤가. 탁월한 탐사보도로 언론인상을 받는 자리에서 회사 부도 소식과 함께 문자로 해고 통보를 받아든다. 이제는 돈이 안 되는 정통 저널리즘의 서글픈 현실을 보여주는 장치 같다. 그러나 공교롭게도 같은 시기 위기에 처한 두 매체로 인해 다시 미란다와 앤디가 만나게 되는 서사가 매끄럽게 깔린다.

2006년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의 사회초년생 앤디(앤 해서웨이·왼쪽)와 패션 거물 미란다(메릴 스트리프). 퍼스트런 제공

영화의 처음 절반은 마치 ‘동창회’처럼 인물들이 다시 만나고, 서로 그간의 인생을 따라잡으며, 관객에게도 함께 추억을 반추하게 한다. 1편 팬들이 즐거워할 이스터에그(숨겨진 메시지)도 선물처럼 준비됐다.

앤디가 ‘그 물건들’(Stuff)이라고 비하했다 미란다에게 수모를 당했던 세룰리안 블루색의 허리벨트를 뉴욕 노점상들이 팔고 있다. “세상 모든 여자들이 이 일을 하고 싶어 난리”(A million girls would kill for this job)라는 그 유명한 대사를 미란다의 새 비서도 여전히 듣고 있어 웃음을 자아낸다.

또 여전히 나이젤(스탠리 투치)은 키다리 아저씨처럼 앤디를 위해 창고에서 명품옷 샘플을 꺼내준다. 미란다는 시그니처 포즈 중 하나였던 ‘책상에 코트 던지기’를 못한다. 바뀐 시대 흐름상 인사과에서 경고를 먹은 것. 무거운 모피코트를 힘겹게 옷장에 거는 그의 모습에 웃기면서도 어딘가 짠한 마음이 올라온다.

반면, 에밀리(에밀리 블런트)는 캐릭터의 결이 완전히 변했다. 1편에서 앤디를 골려 먹는 선배에서 차츰 인간적 면모를 보이는 허당으로 변한 그가 이번 영화에선 미란다를 위협하는 광고주로 ‘영전’했다. 이뿐만 아니라, 부유한 후원자와 교제하면서 그의 재력을 이용해 더 큰 야망을 품는다. 1편에서 미란다가 자신의 자리를 위협하는 경쟁자를 슬그머니 치워버린 것처럼 에밀리도 술수를 부리려는 듯하다. 다만 에밀리라는 그림자를 밟고 미란다의 노련함을 더욱 빛내려는 의도가 느껴지기에, 에밀리 캐릭터를 아끼는 관객들에겐 불만스러운 선택일 수도 있다.

하지만 전설과도 같은 1편의 뒤를 잇는 2편이 으레 선택하는 ‘과욕’은 아쉽다. 앤디의 새 남자친구로 나오는 부동산업자의 ‘지역(호주) 농담’, 패션 테러리스트 시절 앤디를 연상시키는 중국인 모범생 비서 캐릭터, 카메오로 출연한 루시 리우, 밀라노 패션쇼에서 펼쳐지는 레이디 가가의 화려한 무대 등.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다 집어넣은’ 제작진의 의욕에 조금은 숨이 찰 수 있다. 12세 관람가.

이민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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