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 터져야 대응할 것” 다이먼 경고… 美·韓 덮친 상업용 부동산 한파

글로벌 사모 신용(Private Credit)과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 구조적 부실의 그림자가 짙어지고 있다. 사모 신용(대출)은 펀드를 통해 기업에 돈을 대출하는 일종의 ‘사채’로, 은행이나 채권 시장에서 자금을 조달하기엔 신용 등급이 낮거나 대출 한도가 꽉 찬 기업들이 주로 이용한다. 장기간 이어진 저금리 기조 속에서 급격하게 몸집을 불린 신용 시장이 고금리 장기화와 상업용 부동산 가치 하락을 만나 한계에 직면했다는 분석이다. 과거 미국 대형 펀드들의 환매 압박 사태로 수면 위에 올랐던 유동성 경색 공포가 최근 국내 우량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의 법정관리 사태로까지 확인되면서,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금융 시장 곳곳에 누적된 부실이 터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 美 상업용 부동산의 늪… “손실은 예상보다 클 것” 다이먼의 경고
글로벌 금융계 수장들은 일제히 시장의 잠재적 뇌관을 지목하고 나섰다. 제이미 다이먼 JP모건체이스 최고경영자(CEO)는 지난 28일 노르웨이 오슬로에서 열린 국부펀드(NBIM) 콘퍼런스에 참석해 민간 신용 시장의 안일함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다이먼 CEO는 “현재 민간 신용 분야에서 경쟁하는 1000개가 넘는 회사가 모두 탁월할 수는 없다”며 “신용 침체가 오면 손실은 항상 예상보다 더 크다”고 직격했다. 이어 “지금 추세가 지속된다면 어떤 형태로든 채권 위기가 올 것이고, 사람들은 그때 가서야 대응하게 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러한 경고의 배경에는 막대한 자금이 물려 있는 ‘미국 상업용 부동산(CRE)’의 침체가 자리 잡고 있다. 재택근무 고착화로 주요 도시의 오피스 공실률이 급증한 가운데, 고금리로 이자 부담까지 커지자 건물 가치가 급락하며 채무 불이행이 속출하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2조달러(약 2945조원) 규모로 팽창한 글로벌 민간 신용 시장은 상업용 부동산 타격과 함께 거센 충격을 견딜 수 있는지 평가받는 혹독한 시험대에 올랐다. 국제 신용평가사 피치에 따르면 올해 초 미국 민간 신용 부도율은 5.8%까지 치솟았다. 자금난을 겪는 기업들이 현금 대신 부채를 늘려 이자를 갚는 ‘현물이자(PIK)’ 방식이 급증하는 등 차입 기업의 현금 흐름은 강한 압박을 받고 있다.

◇ 美 스타우드 사태부터 韓 제이알글로벌까지… 현실화하는 위기
사모 신용과 상업용 부동산의 동반 부실은 과거 시장에 경고음을 울린 바 있다.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지난 2024년 미국의 대형 사모 부동산 펀드인 스타우드 리츠(Starwood REIT) 등은 투자자들이 한꺼번에 돈을 돌려달라고 몰려들자 현금이 부족해 출금을 대폭 제한하는 사태를 겪었다. 이 틈을 타 행동주의 펀드인 사바 캐피털(Saba Capital) 등 외부 세력이 개입했다. 이들은 자금이 묶여 불안해하는 투자자들에게 “당장 현금을 줄 테니, 대신 지분을 30%가량 헐값에 넘겨라”라며 펀드의 위기를 파고들었다. 결과적으로 펀드 측의 만류로 헐값에 지분을 넘긴 투자자는 극소수에 그치며 외부의 지분 매수 공격은 사실상 실패로 돌아갔다. 하지만 이 사건은 대형 상업용 부동산 펀드의 현금줄이 언제든 외부의 먹잇감이 될 만큼 말라붙어 있다는 공포를 시장에 깊이 각인시켰다. 이처럼 잠복해 있는 뇌관이 고금리 기조와 맞물려 언제든 다시 터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글로벌 상업용 부동산 금융에서 불어온 한파는 최근 국내 자본시장에서도 현실화하고 있다. 이달 초까지만 해도 신용 등급 ‘A-’를 유지하며 우량 자산으로 평가받던 제이알글로벌리츠가 단기 채무 400억원을 상환하지 못해 법원에 회생 절차를 신청한 것이 대표적이다. 해외 상업용 부동산의 가치 하락이라는 외부 악재가 국내 기업의 자본 조달 통로를 막아버린 전형적인 유동성 위기가 국내 시장에서도 재현된 셈이다.
무디스 등 신용평가사들은 전통 금융기관과 사모펀드 간의 연결 고리가 깊어지면서 침체기에 위기가 전이될 위험이 과거보다 커졌다고 지적한다. 실제 무디스는 올해 발표한 ‘글로벌 사모신용 2026년 전망’ 보고서를 통해 “사모신용 펀드와 은행, 보험사 간의 연계성 확대는 경기 침체기 동안 전염과 변동성, 스트레스 전이 가능성을 높인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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