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민생회복지원금 2.0…반복되는 ‘집행의 디테일’

정부의 ‘고유가 피해 지원금’ 지급이 지난 27일부터 시작됐다. 소득 하위 70%, 3577만명에게 최대 60만원을 지급하는 이번 대책은 고유가·고물가에 신음하는 서민과 소상공인에게 분명 가뭄에 단비 같은 소식이다. 집행 첫날에만 55만명이 신청해 3160억원이 투입될 만큼 현장 열기도 뜨거웠다. 대전 중앙시장의 한 상인은 “기존 소비쿠폰 지원 당시 매출이 10%이상 늘었다”며 이번 지원금이 소비의 마중물이 되길 기대했다.
다만 현장에서는 시작과 동시에 여러 한계도 드러났다. 고유가 부담 완화를 내건 정책임에도 일부 주유소에서 사용이 제한돼 혼선이 발생했고, ‘5부제’ 안내 부족으로 고령층이 헛걸음을 하는 등 이용 과정에서 불편이 이어졌다. 사실상 현 정부 들어 세 번째 소비쿠폰 성격의 지원임에도, 현장의 디테일 부족은 아쉬움으로 남는다.
정부는 그간 지역화폐 발행 수수료와 운영비 등으로 불거졌던 550억원 규모의 행정비용 문제를 점검하며 효율성 개선에 나서왔다. 그러나 지급 대상을 소득 하위 70%로 선별하는 구조는 또 다른 행정 부담을 낳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건강보험료 기준 선별은 대상자 검증과 이의신청 처리 등 단순 지급보다 많은 행정력이 필요해 ‘보이지 않는 비용’ 부담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특히 건강보험료 중심 선별 방식은 현재 소득 변화를 즉각 반영하는데 한계가 있다. 과거 재난지원금 지급 당시 약 46만건의 이의신청이 발생하는 등 형평성 논란이 불거진 바 있다.
지자체의 재정 구조도 짚어야 할 부분이다. 이번 지원금은 국비 4조8000억원에 지방비 1조3000억원이 매칭되는 ‘8대 2’ 구조로 설계됐다. 재정 여력이 열악한 지자체들은 당장 수 백억원에 달하는 지방비 분담금을 마련하기 위해 기존 복지 사업을 축소하거나 지방채를 발행해야 하는 처지다. 여기에 유가까지 잡히지 않으면 지원 효과마저 일시적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민생회복지원금의 필요성에는 이견이 없다. 다만 세 번째 반복되는 정책인 만큼, 일회성 집행에 급급할 것이 아니라, ‘정교한 복지 전달 체계’를 구축하는 근본적인 행정 변화가 필요할 때다. 이제는 ‘얼마를 풀었느냐’보다 ‘얼마나 제대로 전달하느냐’가 기준이 돼야 한다.
건설부동산 채현주 차장 1835@viva100.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