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과 이란이 싸웠는데 베네수엘라가 대박 났다고요? [숫자로 읽는 경제]

황정수 2026. 4. 29. 09: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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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뉴스 깊이 읽기

글로벌 정유사, 포트폴리오 재구성
"지금은 중동과 손절할 때"

나이지리아, 베네수엘라 등 중남미와 아프리카 산유국에 미국·이란 전쟁의 반사효과가 본격화하고 있다. 엑슨모빌, 셰브런 등 주요 정유사가 중동 리스크를 피해 중남미·아프리카 투자에 속도를 내고 있어서다. 튀르키예를 비롯한 중동 주변국은 호르무즈 해협, 수에즈운하 등 석유 해상 물류의 ‘초크 포인트’(급소·병목 지점)를 우회할 무역로 구상을 공개하며 새로운 기회를 모색 중이다.

21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엑슨모빌, 셰브런 등 글로벌 대형 정유사들이 중동의 대안이 될 석유·가스 매장지를 탐사하는 데 속도를 내고 있다. 주요 후보지는 아프리카와 중남미다.


지난해 중동 사업 비중이 20%에 달한 엑슨모빌이 적극적이다. 나이지리아 심해 유전에 최대 240억 달러(약 35조원)를 투자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그리스 연안 시추를 향한 절차도 밟고 있다. 튀르키예와 가봉에서는 예비 탐사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셰브런이 점찍은 곳은 베네수엘라다. 세브런은 지난 1월 니콜라스 마두로 정권 축출 이후 높아진 미국 영향력을 활용해 하루 원유 90만 배럴이 쏟아지는 베네수엘라에서 입지를 강화하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BP는 아프리카 나미비아 연안 광구 지분을 매입했고, 토탈에너지는 튀르키예에서 탐사 계약을 맺었다.

대형 정유사의 움직임은 중동 리스크가 커지며 ‘사업 포트폴리오 분산’ 필요성이 높아진 영향으로 분석된다.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지난해 주요 정유사의 중동 사업 비중은 20~25%였다. 피해도 현실화하고 있다. 엑슨모빌은 전쟁 여파로 올해 1분기 글로벌 석유·가스 생산량이 6% 줄었다고 발표했다. 셰브런은 카타르 천연가스 시설 피해로 연간 50억 달러의 매출 손실이 예상된다고 밝혔다. JP모간체이스는 이달 6일 발표한 보고서에서 “중동 지역을 안전하게 투자할 수 있는 허브로 여기던 석유업계 인식이 흔들렸다”며 “카타르와 쿠웨이트는 단기적으로 심각한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유가 급등으로 현금이 늘어나면서 그동안 지연된 중장기 탐사 프로젝트에 투입할 자금도 마련됐다. 에너지 전문 리서치 업체 우드매켄지는 “주요 정유사들이 새로운 탐사 사업에서 총 1200억 달러 가치를 창출할 수 있다”고 평가했다.

중동 전쟁의 반사효과는 석유 운송로에도 변화를 줄 가능성이 높다. 세계 해상 원유 물동량의 약 20%를 차지하는 호르무즈 해협이 막힌 게 직접적 원인이 됐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예측 가능하면서 안정적인 무역로 수요가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 틈을 파고들고 있는 국가가 튀르키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0일(현지 시간) “튀르키예가 해협의 대안으로 ‘중부 운송로’라고 이름 붙인 육상 무역로를 홍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튀르키예는 자국에서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으로 이어지는 중부 운송로를 이용해 유럽 기업이 중앙아시아, 중국 등에 물품을 보내면 이란 영향력 아래 있는 해상 운송로를 회피할 수 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황정수 한국경제신문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