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합금'으로 강화된 전갈 집게발·독침

이병구 기자 2026. 4. 29. 09: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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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갈의 집게발과 독침을 강화하는 금속 원소들이 각 전갈의 생활사에 따라 다르게 분포하도록 진화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스미스소니언 국립자연사박물관 연구팀은 전갈의 집게발과 독침을 이루는 금속 농도와 분포를 조사하고 연구결과를 28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영국왕립학회지 인터페이스'에 공개했다.

연구팀은 고해상도 전자현미경과 X선 분석법으로 전갈 18종의 집게발과 독침에서 금속의 분포 패턴을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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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프리카 뚱뚱꼬리전갈(학명 Androctonus amoreuxi)의 독침에는 인간에게도 치명적인 강력한 신경독이 있다. Mohamed Mousaid 제공

전갈의 집게발과 독침을 강화하는 금속 원소들이 각 전갈의 생활사에 따라 다르게 분포하도록 진화했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미국 스미스소니언 국립자연사박물관 연구팀은 전갈의 집게발과 독침을 이루는 금속 농도와 분포를 조사하고 연구결과를 28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영국왕립학회지 인터페이스'에 공개했다.

절지동물인 전갈은 포식자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고 먹이를 제압하기 위해 집게발과 독침으로 무장했다. 전갈의 집게발과 독침에 포함된 미량의 금속이 강도를 높여준다는 사실은 오래전에 알려졌지만 실제 생태와의 연관성은 명확히 밝혀진 바 없다. 

인도에 사는 대형 전갈인 마이소르숲전갈(학명 Hetereomtrus tristis)은 개구리와 공생 관계를 맺는다. 마이소르숲전갈은 보통 커다란 집게발로 먹이를 잡아 으깨어 먹는다. Karan Matalia

종마다 집게발과 독침에 대한 의존도는 다르다. 집게발은 주로 대상을 붙잡고 누르거나 부러뜨리는 역할을, 독침은 찌르고 독을 주입하는 역할을 한다. 어떤 전갈은 먹이를 제압하기 어려울 때만 독침을 사용하지만 어떤 전갈은 독침을 주력 무기로 사용한다. 집게발이 크면 독침이 작고 집게발이 작으면 상대적으로 독침이 큰 경향도 있다.

연구팀은 종마다 집게발과 독침을 사용하는 행동 차이가 각 부위의 금속 종류·분포와 관련 있을 것이라는 가설을 세우고 실험을 수행했다. 연구팀은 고해상도 전자현미경과 X선 분석법으로 전갈 18종의 집게발과 독침에서 금속의 분포 패턴을 확인했다.

황제전갈(학명 Pandinus imperator)의 독침 끝부분을 X선 형광 현미경으로 관찰한 사진. 아연(빨간색)은 독침 끝부분에 집중돼 있고 망간(초록색)과 뚜렷한 경계선으로 구분돼 있다. E.P. Vicenzi/Smithsonian Museum Conservation Institute and NIST 제공

집게발은 고정된 부분인 티비아(Tibia)와 움직이는 부분인 타르서스(Tarsus)로 구분된다. 타르서스의 날을 따라 아연(Zn) 또는 아연과 철(Fe)이 농축되는 경향이 확인됐다. 집게발에서 가장 스트레스를 많이 받는 부위를 금속으로 강화한 셈이다. 철은 아연보다 경도가 높은 금속이다.

연구팀은 집게발의 으깨는 힘이 더 강한 종일수록 타르서스에 철(Fe) 함량이 높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났다. 길고 가느다란 집게발의 철 함량이 대체로 더 많았기 때문이다.

연구팀은 "길고 가느다란 집게발이 달린 전갈은 일반적으로 독침에 더 의존한다"며 "철분이 단순히 경도를 늘리기보다는 내구도에 더 큰 역할을 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독침으로 독을 주입하기 전에 먹이가 도망가지 못하도록 집게발에 철 함량을 늘리는 방향으로 진화했을 수도 있다는 설명이다.

거대털전갈(학명 Hadrurus arizonensis)의 집게발에 있는 톱날 부분을 X선 분광법으로 분석하고 아연의 농도를 색깔 척도(오른쪽)에 따라 나타낸 그림. Smithsonian Museum Conservation Institute 제공

독침 끝부분에는 주로 아연과 망간(Mn)이 층을 이루는 것으로 나타났다. 독침을 자주 사용하는 종의 경우 아연의 비중이 높아지는 등 생활사에 따라 아연과 망간의 비율이 달라졌다. 독침의 사용 방식에 따라서 무기의 '합금 비율'을 최적화한 셈이다.

집게발과 독침에 포함된 아연의 농도는 반비례했다. 집게발에 아연이 많으면 독침에는 상대적으로 적어지는 식이다. 연구팀은 전갈이 주변 환경에 따라 '잡는 무기'인 집게발과 '찌르는 무기'인 독침 중 더 중요한 쪽에 자원을 집중한 결과로 해석했다.

틱테일전갈(학명 Parabuthus granulatus)의 꼬리 부분을 촬영한 사진. 틱테일전갈은 방어를 위해 꼬리 끝부분을 몸통 등에 문질러 경고음을 내는 습성이 있다. Sam Campbell/National Museum of Natural History 제공

이번 연구 방법론은 거미, 말벌, 개미 등 다른 절지동물들에도 적용될 수 있다. 생물체 내 금속 분포가 생물체가 어떻게 환경에 적응해 왔는지 보여주는 새로운 척도가 될 수 있다는 평가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전갈의 무기에 대한 물리적 특성을 보여줄 뿐 아니라 생물체 내 금속 축적의 역할을 분석하는 새로운 접근 방식을 제시한다"고 밝혔다.

<참고 자료>
- doi.org/10.1098/rsif.2025.0523 

[이병구 기자 2bottle9@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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