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도권 NOW] 시흥시의 선택은… ‘노동 존중 도시’
5개년 노동정책 로드맵… 도시 미래 설계한다
생활임금제… 노동의 기본을 지키다
노동권 보호 최전선… 상담과 현장 점검
노동자의 삶을 바꾸는 복지 인프라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하다
노동존중이 도시 경쟁력이 되는 시대

노동의 가치가 도시 경쟁력이 되는 시대. 5월 1일 노동절이 법정공휴일로 지정되면서 노동의 가치와 존엄을 다시 생각하는 전환점을 맞았다. 노동이 국가와 도시를 움직이는 핵심 동력이라는 인식이 제도적으로 확인된 때문이다.
국내 최대 산업단지 가운데 하나인 시흥스마트허브를 품고 있는 시흥시는 노동을 단순한 생산 요소가 아닌 도시 발전 전략의 핵심 축으로 바라보고 있다.
제조업 종사자 비율이 전체 사업체 종사자의 36.8%를 차지하는 노동 집약형 산업 구조 속에서, 노동정책은 곧 경제정책이자 도시 경쟁력과 직결되는 요소다. 노동자의 삶의 질이 높아질수록 생산성이 높아지고, 안정적인 노동환경이 구축될수록 산업 경쟁력 또한 강화되기 때문이다.
이 같은 인식 아래 시는 노동정책을 도시 운영의 주변 정책이 아닌 핵심 정책으로 끌어올렸다. 노동 권익 보호에서 복지 인프라 구축, 안전한 노동환경 조성까지 정책의 전 영역을 확장하며 ‘노동존중 도시’로의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시흥시 노동정책의 가장 큰 변화는 ‘전담 조직 신설’에서 시작됐다. 시는 지난달 노동정책을 총괄할 ‘노동지원과’를 신설하며 지속 가능한 노동환경 구축의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 경기도내에서 노동정책을 전담하는 조직을 설치한 것은 매우 이례적인 행정적 결단으로 평가된다. 이는 노동정책을 단순 복지 정책의 영역이 아닌, 도시 발전을 견인하는 전략 정책으로 격상시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시는 노동지원과를 중심으로 노동자 권익 증진과 복지 인프라 구축, 노동환경 개선을 아우르는 통합형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특히 노동 취약계층 보호에 머물지 않고 모든 노동자의 권리와 복지를 포괄하는 정책 체계를 구축하겠다는 점에서 기존 정책과 차별화된다.
시는 이를 위해 △체계적인 노동정책 기반 구축 △노동 권익 보호를 위한 정책 지원 △노동자 안전 강화 환경 조성 등 세 가지 축에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노동정책을 장기적인 도시 성장 전략으로 정착시키겠다는 구상이다. 시는 올해 안에 ‘노동정책 5개년 기본계획(2027~2031년)’을 수립해 노동정책의 중장기 로드맵을 완성할 계획이다.
이 계획은 단순한 지원 사업을 나열하는 방식이 아니라, 산업 구조 변화와 기술 혁신을 반영한 맞춤형 전략이 될 것이란 기대를 받고 있다. 특히 인공지능(AI) 등 기술 발전으로 노동환경이 빠르게 변화하는 상황을 고려해, 새로운 산업 환경 속에서도 노동자가 안정적으로 일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하는 것이 핵심 목표다.
또한 노동정책의 당사자인 노동자와 고용주, 관련 단체 간 협력 체계도 강화된다. 노동 인식 개선 교육, 안전 수칙 교육, 직무 역량 강화 프로그램 등을 통해 노동환경의 질적 개선을 유도하고, 정책 실행력을 높이기 위한 협업 워크숍도 정례화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노사 간 협력 기반을 강화하기 위해 ‘노사민정협의회’ 운영도 내실화된다. 지역 노사 현안을 신속하게 해결하고 상생 공감대를 형성하는 통합형 거버넌스로서 역할을 강화해, 실효성 있는 정책을 지속적으로 발굴해 나갈 방침이다.
노동 존중 정책의 핵심은 최소한의 권리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것으로 시는 노동자의 안정적인 삶을 지원하기 위해 생활임금제를 운영하고 있다. 생활임금제는 정부 최저임금보다 높은 수준의 임금을 지급해 노동자의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하는 사회적 임금 제도다.
시는 매년 심의위원회를 통해 생활임금 단가를 결정하고 있으며, 공공 부문에 우선 적용하고 있다. 더 나아가 민간 기업으로의 확산을 위해 생활임금 이상의 임금 지급을 서약하는 기업에 공공 계약 가점을 제공하는 장려 정책도 시행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임금 인상 정책이 아니라, 지역 노동시장의 질을 전반적으로 향상시키는 정책으로 평가된다. 노동자가 안정된 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 때 산업 경쟁력 또한 지속적으로 유지될 수 있기 때문이다.
노동 취약계층을 위한 정책 가운데 가장 주목받는 사업은 ‘유급병가 지원 사업’이다. 생계 부담으로 인해 아파도 쉬지 못하는 노동자들이 여전히 많은 현실 속에서, 시흥시는 노동 취약계층의 건강권 보호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이 사업은 시흥시에 거주하는 기준중위소득 120% 이하 노동취약계층을 대상으로 한다. 입원 치료나 건강검진으로 발생하는 소득 감소분을 일정 부분 보전해 노동자가 치료에 집중할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일용직, 단시간 노동자, 특수형태 근로자 등 기존 사회보장 체계에서 보호받기 어려운 노동자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고 있다. 단기간 소득 공백이 장기적인 생계 위기로 이어지는 것을 방지하는 사회 안전망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노동 권익 보호를 위한 현장 중심 정책도 확대되고 있다. 시는 산업재해 위험이 높은 건설 현장을 대상으로 ‘노동안전지킴이’ 사업을 지속 추진하고 있다. 현장을 상시 점검해 위험 요소를 사전에 제거함으로써 안전사고를 예방하는 것이 목적이다.
또한 노동자와 소상공인을 위한 무료 법률·노무 상담을 제공하는 ‘노동상담소’도 연중 운영하고 있다. 임금 체불, 부당 해고, 근로계약 문제 등 다양한 노동 분쟁을 전문가의 도움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지원해 노동자의 권익 보호를 강화하고 있다.
이는 단순한 상담 서비스를 넘어 노동자가 자신의 권리를 정확히 이해하고 행사할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제도적 기반으로 작용하고 있다.
시 노동정책 가운데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복지 인프라 확충이다. 시는 올해 약 400억원을 투입해 ‘MTV근로자지원시설’을 건립할 계획이다. 지상 10층 규모로 조성되는 이 시설은 숙박과 교육, 편의 기능을 갖춘 복합 공간으로 조성될 예정이다.
근로자의 휴양과 연수 기능을 동시에 수행하는 이 시설은 증가하는 복지 수요를 충족하는 동시에 시민들에게 문화 공간으로도 활용될 예정이다. 이는 노동자 복지와 지역 경제 활성화를 동시에 달성하려는 복합형 정책 모델로 평가된다.
이미 운영 중인 복지 시설들도 노동자의 삶의 질 향상에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시흥시 근로자종합복지관은 문화와 교양 프로그램을 제공하며 노동자의 여가 활동을 지원하고 있다. 이동노동자를 위한 쉼터 ‘온마루’는 배달·운송 노동자들이 안전하게 쉴 수 있는 공간으로 자리 잡았다.

또한 노동자지원센터는 노동 상담과 인권 교육을 통해 노동자의 권익 보호 기능을 수행하고 있으며, 작업복 세탁소 ‘블루밍’은 영세 사업장 노동자들의 건강권 보호를 위한 실질적인 지원 사업으로 자리 잡고 있다.
작업복 세탁소 ‘블루밍’은 시흥시 노동 복지 정책의 상징적인 사업으로 꼽힌다. 유해 물질에 노출되는 제조업 노동자들에게 작업복 세탁은 단순한 편의 문제가 아니라 건강과 직결되는 문제다. 하지만 비용과 시간 부담으로 인해 제대로 관리되지 않는 경우가 많았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시는 2023년부터 저렴한 비용으로 작업복 세탁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업을 시작했다. 이후 이용자가 꾸준히 증가하며 현장의 만족도가 높아지고 있다. 이 사업은 ‘건강하게 일할 권리’를 보장하는 가장 현실적인 정책 사례로 평가된다.
산업 구조가 빠르게 변화하는 시대, 도시 경쟁력은 더 이상 인프라 규모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사람이 중심이 되는 도시, 노동이 존중받는 도시만이 지속 가능한 성장을 이룰 수 있다는 인식이 확산되고 있다. 시는 노동정책을 도시 운영의 핵심 축으로 전환하며 새로운 도시 모델을 만들어가고 있다. 노동자의 권리를 보호하고 삶의 질을 높이는 정책은 단순한 복지가 아니라 도시 경쟁력을 높이는 전략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노동이 존중받는 도시, 안전하게 일할 수 있는 도시, 그리고 누구나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도시. 시흥시가 추진하는 노동정책은 단순한 행정 프로그램을 넘어 도시의 미래를 설계하는 새로운 방향을 제시하고 있다. 노동이 존중받는 도시가 결국 가장 강한 도시가 된다는 사실을 시흥이 증명해가고 있다.
시흥=김춘성 기자 kcs8@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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