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캐즘에 갇힌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혹독한 구조조정 돌입
미국 배터리 재활용 업계 선두 주자로 꼽히던 ‘어센드 엘리먼츠(Ascend Elements)’가 이달 초 텍사스 남부 연방 파산법원에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전기차 광풍 속 투자금을 끌어모으며 한때 기업 가치 16억달러(약 2조3600억원)의 유니콘 기업으로 꼽힌 곳이다. 국내에선 SK에코플랜트가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2022년 6084만달러(약 897억원)를 투자했다.
그러나 북미 전기차 시장 성장세가 둔화하면서 유동성이 악화했고, 트럼프 행정부가 켄터키 공장 설립 보조금 4억8000만달러(약 7080억원)까지 전액 취소하면서 파산으로 이어졌다. 2024년 SK에코플랜트에서 지분 대부분을 인수한 국내 사모펀드 SKS PE는 손실이 불가피해졌다. 앞서 LG화학과 LG에너지솔루션이 600억원을 투자했던 북미 최대 재활용 기업 ‘라이 사이클(Li-Cycle)’ 역시 지난해 5월 파산 보호를 신청했다.

전기차 시대 ‘황금알을 낳는 도시 광산’으로 불리며 국내 대기업들이 앞다퉈 뛰어든 폐배터리 재활용 산업이 혹독한 구조 조정에 돌입했다. 폐배터리 재활용은 수명이 다한 배터리에서 리튬과 니켈 등 핵심 광물을 추출해 다시 활용하는 친환경 사업이다. 장기적 성장성은 뚜렷하지만, 전기차 수요 정체(캐즘) 속 무리한 설비 증설이 부메랑으로 돌아오면서 당분간 옥석 가리기가 지속될 전망이다.
◇600조 장밋빛 전망에 과잉 투자한 여파
국내 폐배터리 재활용 기업들도 고전 중이다. GS건설은 허윤홍 대표가 2020년 핵심 신사업으로 설립한 자회사 에너지머티리얼즈의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 6년간 1500억원을 쏟아부었지만, 여전히 적자에 허덕이는 탓이다. 지난해 매출은 67억원, 당기순손실은 908억원에 달했다. 삼성SDI가 지분 투자한 국내 최대 폐배터리 재활용 업체 성일하이텍 역시 2023년 3분기부터 10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고 있다.
업계에선 이 같은 실적 부진을 ‘2050년 600조원 규모’라는 시장의 장밋빛 전망만 믿고 단행된 과잉 투자의 결과로 본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실제 수명을 다한 폐배터리가 대량으로 쏟아지는 시점은 2030년 전후다. 현재 확보 가능한 원료의 대부분은 배터리 제조 공정에서 나오는 ‘스크랩(불량품·파편)’이다. 기업들이 설비를 너무 일찍 확충한 상태에서 전기차 수요까지 꺾이자, 공장에 투입할 원재료가 부족해 가동률이 뚝 떨어진 것이다.
원자재 가격의 극심한 변동성도 치명적이다. 재활용 수익을 결정하는 리튬 가격은 전기차 호황기이던 2022년 11월 1t(톤)당 59만7500위안(약 1억2900만원)에서 작년 7월 6만위안(약 1290만원)으로 90% 가까이 폭락했다. 막대한 비용이 드는 공정을 거쳐 광물을 추출하는 것보다 중국 등에서 값싼 새 원료를 수입하는 편이 더 저렴해진 것이다.
◇中 공세 속 옥석 가리기 본격화
최근 AI 데이터센터발 ESS(에너지저장장치) 수요 급증 영향으로 리튬 가격이 반등 조짐을 보이는 것은 긍정적인 신호다. 하지만 세계 최대 전기차 배터리 생산국으로 방대한 내수와 자본력을 갖춘 중국 업체의 공세가 거세다. 중국 최대 재활용 기업 브룬프는 CATL의 자회사로, 연간 12만t 규모의 폐배터리를 처리하며 200개 이상의 재활용 거점을 운영 중이다. 거린메이(GEM)는 광물 추출부터 양극재용 전구체 생산까지 아우르는 완벽한 수직 계열화를 통해 압도적 원가 경쟁력을 확보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는 “지금부터 2030년까지는 본격적인 성장에 앞서 혹독한 생존 경쟁을 벌여야 하는 ‘죽음의 계곡(Valley of Death)’ 구간”이라며 “자본력과 기술력, 그리고 안정적 공급망을 갖춘 선도 기업을 중심으로 시장이 치열하게 재편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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