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 이렇게 많은 검찰 조작 정황에도 법원에 또 발목
이재명 대통령이 일 잘한다고 극찬했던 최측근
고3 딸도 있던 자택서 체포돼…무죄 입증 자신
22대 총선 코앞 두고 재판부에 변론 종결 요청
실형·법정구속에 좌절…"검찰 의견서대로 판결"
항소심 이후 조작 수사·기소 정황 줄줄이 나와
정영학·남욱·철거업자 등 종전 핵심 증언 뒤집어
민주당 의원 70여 명이 공천 지지했지만 고배
"백의종군" 선언…정청래 "곧 더 크게 쓰일 것"
21대 총선 때 처음 도전했던 분당갑 지역구로?

지난 22대 총선을 코앞에 두고 유죄 선고와 함께 법정구속이 되면서 출마 뜻을 접어야 했던 김용 전 더불어민주당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검찰의 숱한 조작 기소 정황에도 불구하고 대법원 판단이 1년 2개월 넘게 지체되면서 이번 6월 국회의원 재·보궐선거 출마도 결국 무산됐다. 이재명 대통령이 "제 분신과 같은 사람" "큰 성과를 만들 아주 유용한 재목"이라며 일 잘한다고 극찬했던 최측근 정치인이지만 번번이 사법부에 의해 발목이 잡히는 모양새다.
이재명 "제 분신 같아" "큰 성과 만들 아주 유용한 재목"
김 전 부원장은 이재명 당 대표 선출 뒤 민주연구원 상근 부원장으로 임명된 지 불과 보름 만인 2022년 10월 19일 아침 6시 30분, 집으로 들이닥친 검찰에 의해 고3 딸아이 앞에서 압수수색과 체포를 당했다. 그리고 유동규 전 성남도시개발공사 기획본부장, 정민용 변호사와 공모해 2021년 4∼8월 대장동 민간업자 남욱 변호사로부터 4회에 걸쳐 8억 4700만 원을 대선자금 명목으로 받았다는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법무장관 수하에 있던 당시 수사 지휘라인은 송경호 서울중앙지검장-고형곤 4차장-엄희준 반부패수사1부장과 정일권 부부장, 강백신 반부패수사3부장과 호승진 부부장이었다.

1심 재판장 조병구, 조희대 체제 법원행정처 기조실장 영전
앞서 성남시의원을 두 차례 역임하고 시의회 예결위원장까지 지낸 김 전 부원장은 2020년 제21대 총선 때 경기도 대변인직을 사임하고 성남분당갑 지역구에 출사표를 던졌지만 경선에서 현역 김병관 의원에게 패해 고배를 마신 바 있다. 김 전 부원장은 22대 총선 준비에 매진하려 마음이 급했으나, 2023년 11월 30일 1심 재판장인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3부 조병구 부장판사는 김 전 부원장이 대장동 일당에게서 받았다는 돈 중 6억 7000만 원이 정치자금법 위반 및 특가법상 뇌물로 인정된다며 징역 5년에 벌금 7000만 원, 추징 6억 7000만 원을 선고하고 증거인멸 우려를 이유로 법정구속까지 명했다.
반면 돈을 전달했다는 유 전 본부장에게는 '법리적 이유'를 들어 무죄 판결을 내렸다. 유 전 본부장은 돈을 준 날짜와 장소 등에 대해 부정확하고 모순된 진술로 여러 차례 오락가락했지만 조 부장판사는 '비본질적 부분'이라는 기이한 이유로 문제 삼지 않고 진술 신빙성이 높다고 인정했다. 대구 출신인 조 부장판사는 양승태 대법원장 시절 대법원 재판연구관, 법원행정처 공보관을 지낸 보수 성향으로 도이치모터스 주가조작 사건 1심 선고 때 권오수 전 도이치모터스 회장에게 집행유예, '전주(錢主)'들에겐 무죄라는 솜방망이 판결을 내려 주목받기도 했으며 조희대 대법원장 체제에서 핵심 요직인 법원행정처 기획조정실장으로 영전했다.
"오염된 법정 증언을 유일한 증거로 삼는 사법부가 더 큰 문제"
1심 선고 결과에 관해 김 전 부원장은 최근 출간한 자신의 저서 <대통령의 쓸모>에서 이렇게 회상했다.
『법원 입구에 진을 치고 있는 많은 기자들이 심경을 묻자 나는 "이따가 나와서 말씀드리겠습니다"라고 짧게 답했다. 나의 결백과 유동규 진술의 허위성, 검찰의 불법행위를 법원이 마땅히 밝혀줄 것이라 믿었기에 무죄를 받고 당당히 법정을 나와서 소회를 밝히겠노라 자신했다. 그렇게 여유롭고 밝은 표정으로 법원에 들어섰다. 그러나 결과는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 호송버스를 타고 서울구치소로 향하던 중, 문득 아침에 나눴던 대화가 가슴을 찔렀다. 남편의 결과를 기다리려 휴가까지 내고 집을 지키던 아내에게 나는 "오늘은 일찍 들어갈게"라며 약속했다. (…)

2심 재판장 백강진, 구글 타임라인도 무시…배우자 신숙희 대법관은 "이재명 유죄"
김 전 부원장은 법정구속 된 지 160일 만인 2024년 5월 8일 항소심 과정에서 보석으로 재차 풀려났다. 4월 총선은 끝난 뒤였다. 1심 판결에 충격을 받은 것은 변호인들도 마찬가지였고, 이들은 항소심에서 특히 김 전 부원장의 동선을 시·분 단위까지 기록한 구글 타임라인의 원시데이터 파일을 발굴해 법원에 제출했다. 세 곳이나 되는 공신력 있는 감정업체가 모두 삭제, 추가 등의 흔적을 발견하지 못했으며 해당 데이터는 수정 불가능하고 무결성과 정확성을 담보한다는 감정서를 냈기 때문에 김 전 부원장의 알리바이를 완벽하게 입증했다고 안도했다. 구글 타임라인 기록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수사한 박근혜 국정농단 사건을 비롯해 이미 수많은 형사사건에서 증거능력과 증명력을 인정받아온 터였다.


정영학 "사실과 다른 진술해"…다른 재판부는 남욱 진술 신빙성 배척
그러나 항소심 이후 객관적인 상황은 김 전 부원장의 억울함을 뒷받침하는 쪽으로 급격히 전개됐다. 우선 대장동 민간업자 중 검찰 수사에 가장 협조적이었던 정영학 회계사가 지난해 3월 11일 대장동 민간업자들의 배임 등 혐의 재판을 진행하는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조형우 부장판사)에 종전 입장을 180도 바꾼 의견서를 제출했다. '피고인 정영학의 기존 진술 중 객관적 사실에 부합하지 않는 부분에 대하여'라는 제목이 달린 이 75쪽짜리 의견서에서 정 회계사는 "검찰 조사를 받으면서 (수사기관으로부터 피고인이 작성하지 않은 자료를 제시받고 오인함에 따라) 객관적 사실관계와 다르게 진술하거나, 구속에 대한 두려움과 압박감, 부담감 등으로 인해 검찰 질문 방향에 따라 잘못 진술한 경우가 상당 부분 존재한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검찰이 객관적 사실관계보다 미리 정해진 결론에 맞춰 증거를 수집하고 해석하는 방식으로 '기획 수사'를 했다"고도 폭로했다.

철거업자 "유동규 3억 내가 받아"…남욱 "구글 타임라인 내용이 맞아"
아울러 민주당 의원들을 포함한 많은 사람이 "대장동 사건은 대선을 겨냥한 정치공작이었다"며 김 전 부원장에 대한 조속한 석방과 무죄 취지 파기환송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잇따라 열고 수만 명이 서명한 탄원서를 제출한 것도 영향을 미쳤는지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지난해 8월 20일 김 전 부원장을 상고심 단계에서는 극히 이례적으로 보석 석방했다. 곧이어 9월 11일엔 철거업자 강철원 씨가 "2010년 이후 유동규를 만나지 않았다"고 했던 항소심 증언을 철회하고 "유동규에게 철거공사 수주를 조건으로 3억 원을 건넸으나 약속이 지켜지지 않아 2012년 유동규를 직접 찾아가는 등 수 차례 채무 상환 독촉 끝에 2013년 말까지 전액 상환받았다"는 내용의 진술서를 대법원에 제출했다. 유 전 본부장이 2013년 무렵 3억 원을 김 전 부원장에게 뇌물로 줬다는 검찰 공소사실의 근간이 무너진 것이다. (강 씨는 지난 16일 국회에서 열린 '조작기소 국정조사' 청문회에서도 공개적으로 같은 증언을 했다.)

"김용 뇌물 얘기, 검사한테 처음 들어"…정영학은 녹취록 조작 폭로
결정적으로 남 변호사는 11월 7일 같은 법정에서 "저는 김용, 정진상에 대한 (뇌물) 얘기를 듣지 못했고 수사 과정에서 들은 게 명확하다. 그 외에 '유동규가 정진상과 협의했고 (이재명) 시장님께 보고해서 승인받았다' 이런 내용이 많은데 다 (당시 검사에게) 처음 들은 내용"이라며 "검사님이 '그러지 않았겠느냐'고 질문했고, 제가 경험한 사실은 아니지만 '그렇게 얘기하시면 그러지 않았겠냐' '그분들 시스템이 그렇다면 그렇지 않았겠냐'고 답변해 조서에 담겼다. 그게 판결문에 유죄 증거로 돼 있는 상황"이라고 털어놨다.
그러면서 "정일권 검사가 '배를 갈라서 장기를 다 꺼낼 수 있고 환부만 도려낼 수 있다. 그건 네 선택이다'라고 말했다. 그렇게까지 얘기를 들으면 구속된 상태에서 검사들 수사 방향을 안 따라갈 수 없다"고 울먹이며 "애들(남 변호사의 자녀) 사진을 보여주면서 '애들 봐야 할 것 아니냐. 여기 있을 거냐'고 했다. 그날 잠을 한숨도 못 잤다"고 토로했다. 또 "검사로부터 '(수사에 협조하지 않으면 뇌물 액수) 1000만 원에 1년씩, 30년은 빛을 못 볼 거다'는 말도 들었다"며 "(내 주변) 모든 사람을 끄집어내서 다 수사, 기소할 것처럼 얘기하고, 밤에 불러서 얘기하면 심리적으로 버티기가…. 저는 못 버티겠더라"고 했다.

그럼에도 대법원은 파기환송 마냥 미뤄…이재명 사건 '속도전'과 정반대
이렇게 검찰의 조작 수사, 조작 기소 정황이 줄줄이 드러났지만 대법원은 지난해 2월 6일 항소심 선고 뒤 1년 2개월이 넘도록 판단을 미루고 있다. 이재명 대선 후보의 공직선거법 사건을 전원합의체 회부 9일 만에 원심을 뒤집고 파기환송했던 '속도전'과는 딴판이다. 김 전 부원장은 세 차례 구속과 세 차례 보석을 반복하며 3년이 넘는 기간 중 절반가량을 구금 상태로 보냈다. 검찰에 체포돼 현실 정치를 강제로 떠난 지 햇수로 4년이고 나이도 1966년생으로 환갑이 다 됐다. 언제 나올지 기약이 없는 대법원 선고만 마냥 기다릴 순 없어 지난 2월부터 "나는 결백하기 때문에 이재명 정부의 성공에 조금이라도 기여하고 싶다"며 6·3 지방선거와 함께 치러지는 국회의원 재·보궐 선거에 출마할 뜻을 피력했다. 이에 계파를 불문하고 최근까지 민주당 소속 의원의 절반에 가까운 70여 명이 "김 전 부원장을 더 이상 정치검찰의 희생양으로 둘 수 없다"며 공천 지지를 공개적으로 표명했다.
그러나 당 지도부는 결국 영남 격전지를 비롯한 전국 선거 판세와 중도층 민심에 미칠 여파를 고려해 김 전 부원장을 공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조승래 사무총장은 27일 기자들에게 "김 전 부원장이 당과 대통령을 위해 기여를 했다는 점에서 당 안팎의 많은 분이 기회를 줘야 한다는 의견이 있었지만, 당은 지방선거와 재·보선 전체에 미치는 영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공천하지 않는 것이 적절하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이연희 전략기획위원장도 "김 전 부원장을 만나 전후 사정을 잘 설명드렸다"면서 "앞으로 선당후사의 큰 결단을 내려주실 것으로 기대한다"고 했다.
결국 공천 배제에 "민주당 승리 밑거름, 기쁜 마음으로 내려놓겠다"
이에 김 전 부원장도 '백의종군'하겠다고 화답했다. 그는 28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전략공천관리위원회가 내린 결정을 무겁게 받아들인다. 공관위의 고심과 전략적 판단을 존중하며 백의종군하겠다"면서 "저의 희생이 이재명 정부의 성공과 민주당의 승리에 밑거름이 된다면 기쁜 마음으로 내려놓겠다"고 했다. 다만 "저에 대한 기소는 명백한 정치검찰의 조작이자 치졸한 정치 보복임을 명확히 밝힌다. 제가 여기서 무너진다면 그것은 곧 조작 수사가 승리하는 선례가 될 것"이라며 "결코 멈추지 않고 끝까지 증명하겠다. 검찰의 조작 기소를 처절하게 깨부수고, 현장에서는 이재명 정부의 성공을 위해 가장 낮은 곳에서 헌신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청래 대표는 이날 오후 페이스북에서 김 전 부원장의 '백의종군하겠다'는 발언을 인용해 "미안하고 감사하다. 머지않아 더 크게 쓰임 받을 날이 올 것"이라며 "김용의 명예 회복을 위해 노력하겠다. 조만간 뵙겠다. 힘내시라"고 했다. 당내에서는 김 전 부원장이 이광재 전 강원지사가 하남갑 국회의원 보궐선거 후보로 전략 공천됨에 따라 공석이 된 성남분당갑 지역위원장 자리를 맡을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이 나온다. 김 전 부원장이 2020년 제21대 총선 때 처음으로 도전했던 지역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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