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조가 '초특급' 생떼? 언론의 파업 훈계 문제 없나
삼성전자 노조 파업 예고에 일방적 비판 논조 가득
"손실 규모만 부각… 갈등 원인은 조명되지 않는다"
국가적 혜택받은 산업, 사회적 책임 논의는 사라져
[미디어오늘 박재령 기자]

성과급 제도 개선을 요구하고 있는 삼성전자 노동조합(삼성전자 공동투쟁본부)이 총파업을 예고하자 경제신문을 중심으로 '국민경제를 발목 잡는 생떼'라는 비판이 나왔다. 특정 기업의 초과이익을 어떻게 나누는 게 바람직한지 사회적으로 논의가 이뤄져야 할 상황에서 기업과 경제의 피해를 강조하는 '훈계식' 논조가 다수라 본질이 가려진다는 지적이다.
국민경제 발목잡기? 노조에만 책임 묻는 언론
네이버에 '삼성전자 파업'을 검색했을 때 나오는 기사의 갈래는 크게 3가지다. 첫째, 파업으로 인한 삼성전자 피해를 강조하는 보도다. 한 민간 정책연구 포럼에서 '삼성전자 노조 파업의 파급 효과' 발표가 이뤄지자 따옴표로 기사가 쏟아졌다. <“삼성전자 파업, 수십조 피해 넘어 공급망 회복 불가 훼손”>(4월26일 연합뉴스), <수십조 손실은 시작일 뿐…“삼성전자 파업하면 회복 불가”>(4월26일 한국경제) 등이다.
삼성전자 파업과 '노란봉투법'(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개정안)을 연결 짓는 보도도 나왔다. 원·하청 교섭과 관련된 노란봉투법과 삼성전자 노조의 성과급 요구는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데도 국민의힘의 논평을 인용한 보도가 무비판적으로 이뤄졌다. <국힘 “삼성노조 파업시 10조원 손실…'노란봉투법' 일방적 노조편향 정책”>(4월27일 TV조선), <국힘 “삼성전자 파업 손실 10조원 우려…노란봉투법 고쳐야”>(4월27일 한국경제) 등이다.

삼성전자 노조 활동에 반대하는 '주주운동본부'의 주장도 '맞불집회'라는 이름으로 주요하게 소개됐다. 지난 23일 삼성전자 직원 4만여명이 평택사업장 앞에서 결의대회를 연 이후 노사 갈등으로 인한 손실 책임을 노조에만 묻는 주장이 인용됐다. 특히 “집회 주최자인 민경권 씨(79년생, 스타트업 운영)는 '직원들의 무도한 요구 속에 500만 삼성전자 주주들이 철저히 소외되고 있다'” 등 문구가 일부 언론에서 똑같이 등장해 삼성전자 측에서 배포한 것 아니냐는 의혹 제기도 나왔다. 삼성전자 측은 28일 미디어오늘에 “회사에서 그런 보도자료를 배포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경제신문은 '상황의 엄중함'을 강조했다. 글로벌 기술 전쟁이 벌어지고 있는 엄중한 상황에서 노조가 '성과급 생떼'를 부린다는 논조다. 지난 20일부터 지난 27일까지 나온 주요 경제신문 사설은 <해외 빅테크는 '초격차' 투자, 삼전 노조는 '초특급' 생떼>(4월24일, 서울경제), <“파업 땐 공급망 회복 불가” 삼성 노조가 새겨야 할 경고>(4월27일, 서울경제), <“파업땐 30조 손실… 어쩔 수 없다” 운운하는 노조 정상인가>(4월20일, 매일경제), <“반도체는 투자 전쟁 중” 성과급 잔치 경고한 경총 회장>(4월23일, 매일경제), <파업 막아선 삼전 주주들… 노조, 호황에 취할 때 아니다>(4월24일, 매일경제), <삼성전자 노조의 파업 위협… 국가경제와 국민정서 고려해야>(4월20일, 한국경제) 등이다.
노조 “총파업 이르게 된 이유에 대한 보도는 왜 없나”
삼성전자 노조는 초과이익 성과급(OPI) 상한 폐지와 연간 영업이익 15% 성과급, 성과급 제도 투명화 등을 요구하고 있다. 주요 경쟁사인 SK하이닉스가 지난해 성과급 상한을 폐지하고 영업이익의 10%를 성과급으로 지급해 내부 반발이 거세졌다. 삼성전자 노조는 결의대회에서 “잃어버린 자부심을 투쟁으로 쟁취하자”, “인재제일 경영원칙 파업으로 바로잡자” 등의 구호를 외쳤다.
삼성전자의 2026년 영업이익은 300조 원으로 전망된다. 반도체 산업이 여러 국가적 혜택을 받아 성장한 점을 고려하면 이 막대한 이익을 어떻게 나눌지 정하는 건 사회적으로 중요한 가치판단을 내포한다. 특정 기업의 성과를 두고 투자를 유도하도록 하는 게 맞는지, 사회적 책임을 강조하는 게 맞는지 등의 논의다. 최대 45조 원의 성과급 규모에 대해 고임금 노동자들의 요구가 지나치다는 지적도 있지만 그만큼 인력 유출과 근로의욕 저하가 심각해 삼성전자 노조 입장에선 절박한 상황이다.

김재원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 정책기획국장은 미디어오늘에 “언론에서 노조가 요구하고 있는 성과급 규모가 강조되는데, 이는 노조의 요구를 '액수 프레임'에 가두려는 시도”라며 “노조가 요구하는 것은 특정 액수가 아니라 투명하고 상한 없는 OPI(초과이익 성과급) 제도로의 개선”이라고 밝혔다. 김 국장은 “파업으로 인한 피해 규모만 부각되고, 정작 그 원인은 조명되지 않는 점이 유감스럽다”며 “반도체 사업장의 총파업이 가져올 파장은 누구보다 노조가 무겁게 인식하고 있다. 그럼에도 노동자들이 총파업이라는 결단에까지 이르게 된 이유에 대한 성찰이 보도에서 빠져 있다”고 했다.
김 국장은 “일회성 포상안만을 고수하며 협상을 난항에 빠뜨린 사측의 책임도 함께 조명돼야 한다. 파업과 교섭 결렬의 책임이 일방적으로 노조에 있는 것처럼 보도되어서는 안 된다”며 “성과급 제도 개선 요구는 2019년부터 일관되게 제기되어 온 사안이다. 삼성의 무노조 경영, 노사협의회를 통한 노조 탄압, 성과급 제도 개편 요구에 대한 외면이 누적되어 오늘날 직원들의 분노로 이어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성과급 문제 이전에 어떤 사회적 공헌 가능한지 논의해야”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노조를 비판하는 식의 일방적인 보도가 문제 해결을 돕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삼성전자) 노조만 일방적으로 비판을 받고 있는데 그건 맞지 않다. 사측에서도 '이니셔티브'를 정해야 되는데 안 하는 측면이 있다”며 “구체적인 계획에 대한 설득을 회사가 못하고 있으면서 언론에 의존해 노조를 압박하는 자세만 취하는 건 바람직하지 않다. (노조가) 이기적으로 이익을 추구한다고 하는데 그런 비판은 회사에도 똑같이 할 수 있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삼성전자가 안 좋을 때는 정부가 세금을 깎아주는 식으로 지원을 많이 해줬다. 기본적으로 국민이 세금을 메워준 것이나 다름없는데 이에 대한 사회적 책임은 잘 보이지 않는다”며 “반도체 산업이 인공지능(AI) 특수로 막대한 이익을 올렸으면 사회적으로 나누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노조도 사측도 기본적으로 자기들 주장을 관철하려면 국민적인 공감대를 얻어야 한다”며 “지금은 어려울 때 공동체가 힘을 모아 도와줬더니 대박 난 다음 공동체는 외면한 채 자기들끼리 싸우는 모양새다. 성과급 문제 이전에 어떤 사회적 공헌을 할 수 있을지가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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