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스톡커] ‘데이터센터 푸어’ 원조 AI, 연내 상장도 적신호
“오픈AI 매출 목표치 미달”...내부서도 반발
제미나이·클로드 추격 속 투자비 감당 못해
최소 2030년까지 적자인데 수익 모델 없어
“비영리 사기” 머스크는 ‘200조원’ 손배소
앤스로픽에도 투자 분산...기술주 실적 찬물

‘챗GPT’ 개발사 오픈AI가 매출과 신규 사용자 목표치 달성에 실패한 것으로 파악되면서 그간 인공지능(AI) 성장성에 기댔던 글로벌 금융시장도 급격히 흔들리고 있다. 천문학적인 규모의 데이터센터 투자를 예약한 상태에서 챗GPT의 독보적인 경쟁력이 흔들리며 자중지란에 빠진 모양새다. 구글의 ‘제미나이’, 앤스로픽의 ‘클로드’에 치이고 밀리는 사이 막대한 투자금을 감당할 수익도 내지 못하고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에 대한 내부 반발도 거세지고 있다. 올 하반기를 겨냥한 기업공개(IPO) 작업에도 당연히 지장이 생기고 있다. 월가는 이번주 줄줄이 예정된 주요 거대 기술기업(빅테크)의 실적 발표와 관련해서도 비상장사인 오픈AI의 악재와 연결한 새 해석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소식통들에 따르면 오픈AI는 지난해 말까지 주간활성이용자(WAU) 10억 명을 확보하겠다는 내부 목표와 연 매출 계획도 달성하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18일 출시된 구글의 AI 모델 ‘제미나이 3.0’이 급성장하면서 시장 점유율을 잠식한 것이 치명타가 됐다. 제미나이 3.0은 자체 AI 칩 텐서처리장치(TPU)를 활용해 출시와 동시에 AI 모델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오픈AI는 올 들어서도 기업용 시장에서 또 다른 경쟁사 앤스로픽의 ‘클로드’에 뒤진 탓에 월 매출 목표 달성을 여러 차례 실패했다. 오픈AI는 나아가 챗GPT 구독자들의 이탈을 관리하는 데에도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황이 악화하자 프라이어 CFO와 이사회는 비용 통제, 규율 관리를 강화해야 한다는 입장을 부각하고 있다. WSJ에 따르면 프라이어 CFO는 오픈AI 경영진과 이사진들에게 현 회사 상태로는 상장사에 적용되는 엄격한 공시 기준조차 충족하기 어렵다며 경영 효율화를 촉구했다. 이달 5일 정보기술 매체 디인포메이션에 따르면 프라이어 CFO는 올초에 이미 일부 동료들에게 막대한 지출과 절차적 문제를 들며 연내에 상장할 준비가 되지 않았다고 토로했다.
이는 하반기 IPO를 앞두고 기업 규모를 키우겠다는 올트먼 CEO의 경영 계획과 충돌하는 의견이다. 올트먼 CEO는 최근 AI 에이전트(업무 도우미)의 수요가 치솟고 관련 연산량이 급등하는 점을 감안해 데이터센터 계약을 공격적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전략을 유지하고 있다. 컴퓨팅 파워를 최대로 확보해야만 종국적으로 경쟁사들을 따돌릴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오픈AI는 최근 실리콘밸리 역사상 최대 규모인 1220억 달러(180조 원)의 투자를 유치한 비상장사다. 오픈AI는 일본 소프트뱅크그룹의 손정의(일본명 손 마사요시) 회장과 손잡고 5년간 5000억 달러(약 750조 원)를 투자해 미국 전역에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하는 ‘스타게이트’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애초 내년 이후로 봤던 상장 시점도 올 4분기로 당겨 자금 동원에도 속도를 내기로 했다. 올초까지만 해도 월가에서는 오픈AI가 최대 1조 달러(약 1500조 원)의 기업가치로 증권 당국에 IPO를 신청할 것이라고 봤다.

궁지에 몰린 오픈AI는 최근 비용 절감을 위해 동영상 생성 AI 서비스 ‘소라’ 등의 프로젝트를 중단하고 코딩 도구인 ‘코덱스’ 앱과 AI 모델 ‘GPT-5.5’ 등을 내놓기도 했다. 27일에는 수익성 확대를 위해 마이크로소프트(MS)가 그동안 독점했던 AI 모델 사용권을 아마존웹서비스(AWS), 구글 등 다른 클라우드에서도 사용할 수 있도록 바꿨다. 오픈AI는 그간 마이크로소프트의 ‘애저’ 클라우드에만 ‘GPT’ 모델을 제공했다. AWS는 바로 다음날인 28일 자사의 AI 모델 통합 플랫폼 ‘아마존 베드록’에서 오픈AI의 GPT와 코덱스를 공급한다고 발표했다.
회사가 어려움에 처한 상태에서 올트먼 CEO는 오픈AI의 초기 투자자인 일론 머스크 테슬라·스페이스X CEO와 법정에서 진흙탕 싸움까지 벌이고 있다. 앞서 머스크 CEO는 오픈AI의 공동창업자로 참여했다가 2018년 올트먼 CEO와 갈라져 이사회를 떠났다. 머스크 CEO는 오픈AI가 창업한 지난 2015년 자신이 초기 자금으로 3800만 달러를 냈으나, 오픈AI가 비영리 약속을 어기고 영리를 추구하면서 부당 이득을 얻었다고 보고 있다. 이에 2024년 캘리포니아주 북부연방지방법원 오클랜드지원에 최대 1340억 달러(약 198조 원) 상당의 손해배상액을 청구했다. 머스크 CEO는 승소해서 이를 받을 경우 오픈AI 자선 재단에 넘기겠다고 밝혔다. 소송 안건에는 올트먼 CEO와 그레그 브록먼 사장의 해임도 있다.
25일 블룸버그통신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머스크 CEO는 법원에 낸 26건의 문제 제기 가운데 24건을 취하하고 부당 이익 취득과 자선 신탁 위반 2건만 남겼다. 철회한 혐의에는 사기 부분도 있었다. 머스크 CEO는 그간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서 올트먼 CEO를 향해 수차례 “사기꾼”이라고 비난했다. 올트먼 CEO가 구글의 AI 연구기관 딥마인드에 대항해 인류의 이익을 위한 개방형(오픈소스) AI 기술을 개발하겠다며 자신을 속였다는 이유였다.
사건을 맡은 이본 곤잘레스 로저스 판사는 28일 해당 소송의 첫 변론 기일에 오픈AI 측 법률대리인이 머스크 CEO의 전날 조롱성 X(옛 트위터) 게시물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SNS를 이용하는 습관을 자제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머스크 CEO는 27일 자신의 X에 ‘스캠(사기) 올트먼’이라고 쓴 게시물을 올렸다. 이날 재판에는 원고인 머스크 CEO와 피고인 올트먼 CEO, 브록먼 사장이 모두 정장 차림을 하고 출석했다.

앤스로픽은 오픈AI 출신인 다리오 아모데이 CEO와 다니엘라 아모데이 사장 남매가 2021년 창업한 회사다. 공동 창업자 전원이 오픈AI 출신이다. 이들은 비영리 업체로 출발한 오픈AI가 마이크로소프트에 거액의 투자를 받고 영리성을 추구하자 이에 반발해 회사를 나왔다.
앤스로픽이 오픈AI보다 아직 저평가됐다는 인식이 확산하면서 투자 자금도 빠르게 몰리고 있다. 24일 블룸버그통신에 따르면 구글은 앤스로픽의 기업가치를 3500억 달러(약 520조 원)로 책정하고 최대 400억 달러(약 60조 원)를 투자하기로 했다. 앤스로픽은 AI 모델 부문에서는 제미나이와 경쟁 관계이지만, TPU 등 칩과 클라우드 영역에서는 구글의 고객사다. 구글 클라우드는 앞으로 5년간 앤스로픽에 5GW(기가와트)의 연산 용량을 제공할 예정이고, 이 규모는 더 커질 수 있다.
앤스로픽은 올 2월 12일에도 3800억 달러의 기업가치를 인정받고 블랙록, 블랙스톤, 피델리티, 골드만삭스, JP모건, 모건스탠리, 세쿼이어캐피털, 카타르투자청(QIA) 등에서 300억 달러(약 45조 원)를 조달했다. 앤스로픽의 현 기업가치는 지난해 9월 1830억 달러에서 5개월 만에 두 배 수준으로 늘어난 수치다.
오픈AI가 부진을 겪을수록 AI 업계 전반에 대한 시각은 악화할 것으로 보인다. 생성형 AI 기업들의 수익성이 예상에 못 미치면 설비 투자액도 줄어들 수밖에 없고 이는 생태계를 떠받치는 반도체 기업들에도 악재가 된다. 당장 28일에도 오픈AI 충격에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0.49%), 나스닥종합지수(-0.90%)가 모두 약세를 보였다. 주요 기술주 가운데서도 엔비디아가 1.59% 내린 것을 비롯해 아마존(-0.54%), 구글 모회사 알파벳(-0.16%), 브로드컴(-4.39%), 메타(-1.07%), 테슬라(-0.70%), 오라클(-4.05%), AMD(-3.41%), 마이크론(-3.86%) 등이 줄줄이 하락했다. 오픈AI의 악재는 29일 알파벳·메타·아마존·마이크로소프트와 30일 애플의 실적에도 새로운 해석을 불어넣을 수 있다.

뉴욕=윤경환 특파원 ykh22@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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