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쾅!” 200명 숨죽였다…지리차, 충돌로 ‘안전 자신감’ 증명

정경수 2026. 4. 29.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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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 안전센터 가보니
글로벌 기자단 앞 ‘현장 공개’
1.4톤 대차로 실차 추돌
美 기준 웃도는 충돌 테스트
축구장 10개 규모 실험실
글로벌 7개 브랜드 테스트 거점
28일(현지시간) 중국 저장성 닝보에 위치한 지리 안전센터에서 시속 85㎞로 가속한 약 1.4톤 이동식 대차(MDB)가 지커의 중형 전기 SUV ‘7X’를 후방에서 추돌하고 있다. 이번 시험은 미국 기준(80㎞)을 웃도는 조건에서 진행된 가혹 충돌 테스트다. 정경수 기자

[헤럴드경제(닝보)=정경수 기자] “셋, 둘, 하나…쾅!”

시속 85㎞로 달리던 1.4톤 금속 덩어리(대차)가 전기차를 그대로 들이받았다. 추돌 순간, 현장을 지켜보던 전 세계 50여 개국에서 모인 200여 명의 기자단은 일제히 숨을 멈췄다. 잠시 정적이 흐른 뒤, 곳곳에서 박수가 터져 나왔다.

28일(현지시간) 중국 저장성 닝보에 위치한 지리 안전센터에서 지리자동차는 이처럼 ‘한 번의 충격’으로 자신들의 기술력을 증명하려 했다. 추돌 시험은 단순한 시연을 넘어 ‘기술 자신감’을 보여주는 무대였다.

이날 시험은 미국의 안전 기준을 웃도는 조건에서 진행됐다. 이동식 대차는 지커의 중형 전기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7X를 후방에서 강하게 추돌했다. 기준 속도(80㎞)보다 높은 ‘가혹 조건’이다.

추돌 직전까지 적막하던 공간은 충격과 함께 순식간에 긴장감으로 바뀌었다. 수십 대의 고속 카메라와 센서가 차량 변형과 충격 분산, 탑승자 보호 성능을 실시간으로 기록했다.

28일(현지시간) 중국 저장성 닝보에 위치한 지리 안전센터에서 시속 85㎞로 후방 추돌한 약 1.4톤 이동식 대차(MDB)가 지커 ‘7X’ 차량에 충격을 가한 직후 모습. 차체 후면은 크게 변형됐지만 탑승자 공간은 유지된 상태다. 정경수 기자
“문 열리고 배터리 멀쩡…추돌 이후도 ‘안전’”

결과는 기대한 범위 내에서 안정적으로 나타났다. 추돌 직후 차량의 고전압 시스템은 5~60초 이내 정상적으로 차단됐으며, 탑재된 NCM(니켈·코발트·망간) 배터리에서도 화재 위험은 발생하지 않았다.

차체 변형은 허용 범위 내에 머물러 2열 탑승자 공간도 안정적으로 유지됐다. 긴급 통화(E-call) 시스템과 비상등 역시 즉시 작동했다. 무엇보다 인상적인 장면은 시험 종료 이후다. 심하게 충격을 받은 차량의 문이 별다른 저항 없이 열리며 ‘탈출 가능성’을 입증했다.

지커 관계자는 “추돌 시험은 안전 기술의 출발점이자 완성”이라며 “차체 구조부터 에어백 전개, 배터리 보호까지 모든 기술이 이 순간을 기준으로 검증된다”고 설명했다.

28일(현지시간) 중국 저장성 닝보에 위치한 지리 안전센터에서 비·눈·안개 등 다양한 기상 조건을 구현한 ‘All-weather 환경 시뮬레이션 구역’에서 차량 주행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다. 실제 악천후 상황을 재현해 주행 안정성과 센서 인식 성능을 검증하는 공간이다. 정경수 기자
“영하 40도~고도 2만m…‘지구 환경’ 그대로 옮겼다”

이 같은 시험이 진행된 지리 안전센터는 지난해 12월 완공된 세계 최대 규모의 자동차 안전 테스트 시설이다. 연면적 4만5000㎡로 축구장 10개 크기에 달하며, 약 20억 위안(약 4200억원)이 투입됐다. 지리, 지커, 볼보, 로터스 등 그룹 내 7개 브랜드의 모든 차량이 이곳을 거친다.

실제 시설 내부는 ‘실험실’이라기보다 하나의 거대한 시뮬레이션 도시에 가까웠다. 길이 293m의 실내 충돌 트랙에서는 정면·측면·후방 충돌은 물론 0도에서 180도까지 다양한 각도의 사고 상황을 재현할 수 있다.

또한 단순 충돌 시험을 넘어 비·눈·안개, 태양 복사, 고도 변화, 시속 250㎞의 바람까지 실제 주행 환경을 그대로 재현한다. 온도는 영하 40도부터 영상 95도까지, 고도는 최대 2만m 수준까지 구현돼 사실상 ‘지구 전체 환경’을 실험실 안으로 옮겨놓은 셈이다.

28일(현지시간) 중국 저장성 닝보에 위치한 지리 안전센터에서 글로벌 기자단 220명이 추돌 시험을 지켜보고 있다. 정경수 기자
“차는 이제 IT 기기…고장나면 다른 시스템이 대체”

디지털 트윈 기반 시뮬레이션도 병행된다. 실제 차량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사고 상황까지 가상 환경에서 수백만㎞ 단위로 반복 검증하며 자율주행 안전성을 끌어올리고 있다.

보행자 보호를 위한 별도 실험실도 운영된다. 보행자 보호 더미(시험용 인체 모형)에는 180개 이상의 센서가 장착돼 충돌 시 인체 각 부위에 가해지는 충격을 정밀하게 측정한다.

사이버 보안 역시 중요한 축이다. 차량 내 소프트웨어와 데이터 흐름을 검증하는 사이버 보안 테스트를 병행된다. 차량 주요 시스템은 이중 구조로 설계돼 한쪽에 문제가 발생하더라도 다른 시스템이 즉각 기능을 대체한다. 자동차가 단순한 기계를 넘어 ‘움직이는 IT 기기’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중국 저장성 닝보에 위치한 지리 안전센터에서 비·눈·안개 등 다양한 기상 조건을 구현한 ‘All-weather 환경 시뮬레이션 구역’에서 차량 주행 테스트가 진행되고 있다. 실제 악천후 상황을 재현해 주행 안정성과 센서 인식 성능을 검증하는 공간이다. [지리자동차 제공]
“총알도 버틴다…배터리 안전 ‘군용급 테스트’”

특히, 전기차 시대를 반영한 시험이 눈에 띄었다. 추돌 이후 배터리 열폭주 여부, 화재 가능성, 전기 시스템 차단 등을 동시에 점검한다. 못 관통과 고전압, 나아가 총알 관통까지 상정한 극한 테스트를 진행하며 ‘군용 수준’에 가까운 검증 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단순히 ‘충격을 버티는 차량’을 넘어 ‘사고 이후까지 안전한 차량’을 만드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다. 진바오 주 지리연구소 신에너지 시스템 통합 전문가는 “배터리는 우리의 자녀와 같다. 화재 예방부터 사고 이후 대응까지 전 생애 안전을 관리한다”고 말했다.

중국 닝보에 위치한 지리자동차 안전센터 로비에 ‘안전이 곧 지리(安全,就是吉利)’ 슬로건이 전시돼 있다. 정경수 기자
“볼보 품고 유럽과 설계…지리차 ‘글로벌 전략’”

지리차그룹은 이미 볼보, 로터스, 스마트 등 유럽 브랜드를 인수하며 안전 기술을 흡수해왔다. 여기에 자체 연구개발 역량을 더해 글로벌 기준을 넘어서는 안전성을 확보하겠다는 전략이다.

케네트 페터슨 지리 유럽 수석 엔지니어는 “2013년부터 유럽 엔지니어링 센터를 운영하며 유럽과 중국이 함께 차량을 설계하는 체계를 구축해왔다”며 “유럽 팀은 각 시장에서 요구되는 기준과 고객 기대를 반영하고, 이를 중국 개발 조직과 긴밀히 협력해 차량에 구현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리는 특정 지역이 아닌 하나의 글로벌 엔지니어링 팀으로 움직이며, 시장마다 다른 요구를 반영한 ‘진정한 글로벌 자동차’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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