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압박 거센 보험업계…'소비자 보호' 아니면 생존 불가
보험업계 "관치금융 논란 속 이제 보험사 경영 1순위는 '고객 권익'"
![삼성생명 직원들이 소비자보호 교육을 받고 있다. [출처=삼성생명 ]](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29/552778-MxRVZOo/20260429080152627ucwj.jpg)
정권과 당국의 매서운 눈길 아래 보험사들이 경영 자원을 '고객 보호'에 집중하고 있다. 관치 금융 논란이 끊이지 않는 상황에서도 보험사들의 경영 최우선 순위는 단연 '고객 권익 강화'다.
단순한 규제 준수를 넘어, 신뢰 없이는 더 이상 영업을 지속할 수 없다는 절박한 생존 전략으로 읽힌다.
◆손보협, 금융권 첫 소비자보호 협의체 출범, 업계 자정 노력 시작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손해보험협회가 금융권 최초로 '소비자보호 협의체'를 출범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28일 열린 1차 회의는 업계가 소비자 신뢰 회복을 위해 구체적인 행동에 나섰음을 방증한다. 학계, 법조계, 소비자단체, 연구기관 등 외부 전문가와 보험업계 관계자들이 한데 모인 이 협의체는 분기별 개최를 원칙으로 실질적인 변화를 꾀한다.
가장 눈에 띄는 대목은 '자동차사고 과실 비율 인정기준 개선'이다. 그간 소비자들은 과실 비율 산정 과정에서 수정요소가 지나치게 세분화돼 있고, 주관적인 판단이 개입될 여지가 많다는 점에 지속적인 불만을 제기해 왔다.
![[출처=구글 ]](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29/552778-MxRVZOo/20260429080153940ytpw.png)
◆한화·신한라이프 '외부 자문'과 '내부 다짐'으로 신뢰 체계 강화
개별 보험사들의 움직임도 분주하다. 한화생명은 외부 전문가로 구성된 '고객신뢰+PLUS 자문위원회'를 출범했다. 이는 회사 내부의 결정에만 의존하지 않고, 제3자의 객관적이고 독립적인 시각을 반영하겠다는 취지다.
![[출처=신한라이프 ]](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29/552778-MxRVZOo/20260429080155232qmlb.jpg)
신한라이프의 행보는 내부 결속에 방점을 찍었다. 최근 개최한 '소비자보호 실천 선포식'에서 천상영 대표와 임직원들은 소비자권익 최우선, 사전 예방적 보호, 완전판매 문화 확립 등을 골자로 하는 실천 서약서에 서명했다.
![[출처=한화생명 ]](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29/552778-MxRVZOo/20260429080156534pwmq.jpg)
◆삼성생명 '소비자보호 DNA' 교육으로 현장 변화 이끌어
삼성생명은 임직원과 보험설계사를 대상으로 '소비자보호 DNA 확산 교육'을 전개하고 있다. 이는 탁상공론이 아닌 현장의 변화를 직접 겨냥한 것이다. 4월까지 전국 영업현장을 순차적으로 방문하여 진행되는 이번 교육은, 상품 설명부터 계약 체결, 사후 관리까지 전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를 소비자 관점에서 점검한다.
특히 이번 교육은 단순한 법규 교육을 넘어선다. 보장성 보험을 저축상품처럼 오인하게 설명하는 사례나, 이해하기 어려운 약관 용어 등 실질적인 민원 유형을 집중적으로 파헤친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의 6대 판매원칙을 현장에 뿌리내리게 하여, 불완전판매라는 고질적인 병폐를 원천 차단하겠다는 계산이다. 참여한 임직원들 역시 소비자 입장에서 업무를 다시 돌아보는 계기가 되었다고 입을 모은다.
◆KB라이프, 금융소비자보호헌장의 개정 선포
KB라이프는 금융소비자 보호를 핵심 경영 가치로 재정립하고 실행력을 강화하기 위해 '2026 소비자보호 실천서약식'을 지난달 31일 개최했다. 이번 행사는 임직원이 직접 참여하는 프로그램을 통해 금융소비자 보호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조직 전반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한편, 금융소비자보호법 준수 의지를 명확히 선언하기 위해 마련됐다.
![[출처=KB라이프 ]](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29/552778-MxRVZOo/20260429080157821fpnk.jpg)
이날 행사에서는 금융소비자보호헌장의 개정 선포가 이루어졌다. 기존 헌장에 완전판매 원칙을 반영한 항목이 새롭게 포함됐다. 개정 헌장은 ▲금융소비자에 대한 공정한 대우 ▲명확하고 투명한 정보 제공 ▲고객 자산 보호 ▲개인정보의 적법한 활용 ▲공정한 민원 처리 ▲금융소외계층 지원 ▲불건전 영업행위 금지 등을 핵심 가치로 담고 있다.
![[출처=DB생명 ]](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29/552778-MxRVZOo/20260429080159137pkul.jpg)
DB생명도 소비자보호 중심의 경영 문화를 확립하고 실천 의지를 결집하하기 위해 경영진 서약식을 지난 1월 열었다.
서약식은 DB생명의 2026년 핵심 전략 방향에 맞춰 소비자보호에 대한 인식을 제고하고 실행력을 높이기 위해 마련된 행사로, 대표이사를 비롯해 금융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 각 본부장 등 주요 경영진이 참석했다. DB생명은 이번 행사의 슬로건을 'DB생명은 소비자보호를 최우선 가치로 삼겠습니다'로 정하고, 소비자 중심 경영에 대한 전사적 의지를 공유했다.
![[출처=한금서 ]](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29/552778-MxRVZOo/20260429080200446jnud.jpg)
한화생명 자회사 보험대리점인 한화생명금융서비스는 지난달 초 '고객신뢰경영 선포식'을 개최했다. 행사에는 한금서 최승영 대표이사를 비롯한 본사 임직원 180여 명이 참석했다.
'고객과 함께 걸어온 5년, 신뢰로 완성하는 미래'라는 슬로건으로, 고객신뢰경영 의지를 담은 실천서약을 선언했다. 지난 5년의 성장을 바탕으로, 앞으로는 금융소비자 보호를 최우선 과제로 삼는 질적 성장에 주력하겠다는 취지다.
그 일환으로 4월부터 '데이터 기반 내부통제 체계'를 구축한다. 기존에 지역본부, 지역단 차원에서 표준 모델 없이 관리되던 지표를 정교화하고, 이를 본사 차원에서 총괄 관리할 수 있도록 시스템화했다. 최근 GA업계의 선제적 리스크 관리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데이터 기반의 정밀 분석으로 불건전영업을 원천 차단하겠다는 구상이다.
그 예로, 보험영업 현장에서 유의 계약으로 의심되는 계약인 △같은 고객에게 서로 다른 설계사가 체결한 보험이 여러 건인 계약 △기존 보험을 해지한 후 새로운 보험으로 설계된 계약 등 불건전영업으로 이어질 소지가 있는 항목들을 구체적으로 수치화했다.
![지난달 8일 서울 중구 롯데손해보험 본사에서 홍성훈 롯데손해보험 장기총괄장(왼쪽)과 이준목 토스인슈어런스 부사장이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한 뒤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출처= 롯데손해보험]](https://img3.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29/552778-MxRVZOo/20260429080201737ldom.jpg)
보험사와 GA 간 협업형 소비자보호도 진행 중이다. 롯데손해보험은 지난달 9일 법인보험대리점(GA) 토스인슈어런스와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양사는 보험 모집과정의 건전성과 투명성을 강화하고, 건전한 영업 문화 정착을 위해 협력할 예정이다.
협약식에는 홍성훈 롯데손보 장기총괄장과 이준목 토스인슈어런스 부사장 등이 참석했다. 협약에 따라 양사는 △금융소비자 보호를 위한 완전판매·민원예방과 처리 업무 △위·수탁 업무 관련 개인정보보호·관리 체계 구축 업무 △위·수탁 업무 관련 내부통제 강화·점검 업무 등에 협력할 예정이다.
![앞줄 왼쪽부터) 이영대 한국일보 논설위원, 강병호 카이스트 교수, 표창원 한림대학교 특임교수, 김우찬 고려대 교수, 이찬진 금융감독원장, 정운영 금융과행복네트워크 이사장, 이정민 한국금융소비자보호재단 연구위원, 김종보 참여연대 소장 (뒷줄 왼쪽부터) 김복대 금융감독원 부원장보, 황선호 금융감독원 부원장, 김성욱 금융감독원 부원장, 이선호 금융감독원 수석부원장, 배재규 한국투자신탁운용 대표이사, 정성혁 신한은행 은행장, 구본욱 KB손해보험 대표이사, 박지선 금융감독원 금융소비자보호처장.[출처= 금감원]](https://img1.daumcdn.net/thumb/R658x0.q70/?fname=https://t1.daumcdn.net/news/202604/29/552778-MxRVZOo/20260429080203064zyxo.png)
금융감독원이 금융소비자 보호 정책을 종합적으로 논의하는 자문기구를 출범시키며 소비자 중심 금융감독 강화에 나섰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3월 서울 여의도 금감원 본원에서 '금융소비자보호자문위원회' 출범식과 제1차 회의를 개최했다.
금감원은 이 위원회를 소비자 중심 거버넌스 강화를 위한 원내 최상위 자문기구로 운영할 계획이다. 금융감독과 검사 과정에서 발생하는 주요 현안과 제도 개선 과제를 종합적으로 검토하고 금융감독 전반에 소비자 관점을 반영하는 역할을 맡는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환영사에서 "위원회 출범은 금융감독의 방향과 철학을 소비자 중심으로 재정립하는 중요한 전환점"이라며 "'본립도생(本立道生)'이라는 말처럼 금융감독의 근본인 소비자 신뢰 없이는 금융산업의 지속 가능한 발전도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금융소비자보호자문위원회는 내부위원 6명과 외부위원 11명 등 총 17명으로 구성됐다. 위원장은 이찬진 금융감독원장이 맡는다. 부위원장은 외부위원인 김우찬 고려대학교 교수가 맡았다. 학계와 시민단체 금융 전문가 등 다양한 분야 인사가 참여해 소비자 관점을 정책에 반영하는 구조를 만들겠다고 금감원은 밝혔다.
◆관치 논란 속, 생존을 위한 체질 개선은 선택 아닌 필수
보험사들의 이러한 전 방위적인 소비자 보호 움직임에는 당국의 압박이라는 외부 요인이 크게 작용한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업계는 단순한 '보여주기식' 행보를 넘어섰다는 평가다. 생존을 위한 체질 개선의 일환이다. 과거와 달리 금융 소비자의 권리 의식은 비약적으로 상승했고, 작은 불신이 기업 전체의 이미지 실추와 막대한 손실로 이어지는 시대가 도래 했기 때문이다.
보험사들은 이제 '상품 개발-판매-유지관리-보험금 지급'으로 이어지는 서비스 전 과정에서 소비자 중심 경영을 실천하지 않으면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인식하고 있다. 손보협회의 협의체 출범, 생명보험사들의 자문 기구 설치와 현장 교육 강화는 업계 전반에 걸친 '신뢰 경영'으로의 패러다임 전환을 시사한다.
업계 전반의 노력은 고객에게는 실질적인 권익 보호를, 보험사에는 지속 가능한 성장의 토대를 제공할 것으로 관측된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지금의 변화가 일시적인 흐름에 그치지 않고, 보험업계의 체질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계기가 되기를 기대한다. 소비자가 믿고 찾을 수 있는 보험 시장, 그 길만이 보험 산업이 직면한 위기를 극복하는 유일한 해법"이라고 밝혔다.
Copyright © EB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