앞으론 어렵다는 중복상장..."기존 중복상장도 대책 필요"

이상원 2026. 4. 29. 07: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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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4개 지주사가 219개 비지주사 지배하며 시총 136% 깎아
정부 중복상장 금지원칙에 기존 중복상장 해소에도 목소리
중복상장 내용 공시하고 중복상장 해소비용 세제혜택 줘야

정부가 하반기부터 중복상장을 원칙적으로 금지하기로 하면서 이미 발생한 기존 중복상장에 대한 해소방안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앞으로 발생할 중복상장을 막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미 발생한 중복상장으로 주주들이 피해를 본만큼 상응하는 보상이나 피해의 해소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28일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분석보고서에 따르면 지주사의 경우 중복상장한 종목 수에 따라 주가순자산비율(PBR)의 할인이 확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중복상장이 많을수록 기업가치가 떨어지는 것으로 기존 지주회사 주주의 경우 그만큼 PBR 할인의 피해를 보고 있다는 것이다.

미래에셋증권 리서치센터는 53개 중복상장 집단의 지주사 44개사와 비지주사 219개사를 집단 내 상장 종목수에 따라 3개 그룹으로 나눠 PBR 격차를 조사했다. 

조사결과 두산, 포스코홀딩스, LS, CJ등 중복상장 종목 수가 2~7개인 그룹에서는 지주-비지주간 평균 PBR격차가 0.52배였지만, 현대모비스, HD현대, 한화, LG 등 중복상장 종목 수가 8~12개인 그룹에서는 평균 PBR격차가 0.76배로 커졌다. 특히 삼성물산SK 등 중복상장 종목 수가 13개 이상인 그룹에서는 평균 PBR 격차가 1.16배까지 벌어졌다.

이는 적은 지분으로 많은 기업을 통제하는 지주사 구조에서 비롯됐다. 공정거래위원회와 미래에셋증권에 따르면 코스피 시총의 9%인 지주사 44개사가 시총 74%에 달하는 비지주사 219개사를 지배하면서 중복상장이 많을수록 지주사 최대주주의 지분율은 하락했다.

이에 따라 기존 중복상장의 PBR 할인율을 해소하는 것만으로도 지주사들의 시가총액이 136%나 증가한다는 분석도 나왔다. 

유건호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지주사 PBR이 비지주사 평균까지 회복된다면 44개 지주사 중 저평가된 40개 지주사의 합산 시총이 219조원에서 516조원으로 약 136% 증가한다"며 특히 증가액 기준 잠재력이 큰 종목으로 포스코홀딩스(56조원)와 현대모비스(38조원), SK(34조원), LG(25조원)를 꼽았다.

이미 발생한 이들 기존 중복상장 문제를 어떻게 해소할지에 대해서는 다양한 의견이 나온다.

김수현 DS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현재 정부의 중복상장 규제는 신규 중복상장 억제에 집중돼 있어 기존 중복상장 해소를 위한 대책도 필요하다"며 "순자산가치(NAV) 할인율을 의무공시하도록 하거나 자발적으로 자회사를 합병, 상장폐지하면 세제인센티브를 주는 방법 등이 해결책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제안했다.

김 센터장은 구체적으로 합병시에 발생하는 의제배당과세를 전액 과세이연하거나 합병과정에서 발생하는 취득세와 등록세를 면제하는 방안이 있을 수 있다고 봤다.

실제로 세법상 적격합병이 아닌 경우에는 합병시 발생하는 양도차익을 법인세로 부담해야 하고, 합병법인에서 주식을 교부받은 주주들은 배당을 받았다고 보고 소득세를 부담한다. 적격합병으로 인정되면 세금의 부과가 미뤄지지만, 면제되는 것은 아니며, 적격합병 요건도 까다롭다.

중복상장한 자회사가 배당을 할 때, 배당받은 모회사가 모회사 주주들에게 무조건 일정비율 이상을 다시 재배당하도록 하는 방안도 거론된다. 모회사만 누리는 자회사 배당을 모회사의 주주들에게도 강제로 나눠줘 기업가치 할인의 피해를 상쇄하는 방안이다.

올해부터 의무공시 대상이 된 지배구조보고서 상에 중복상장 관련 내용을 구체적으로 기술하도록 하는 방안도 있다.

나현승 고려대학교 경영대학 교수는 "지배구조보고서에 중복상장의 이유, 중복상장의 해소를 위한 계획과 이행성과, 주주보호방안을 공시하도록 일종의 연성규범을 도입할 수 있겠다"며 "공시는 유가증권시장뿐만 아니라 코스닥 상장사까지 적용해야할 것"이라고 제안했다.

나 교수는 또 "모회사와 자회사 간 거래에서 주주통제를 강화해야한다"며 "기본적으로 모자회사간 거래는 주주총회의 승인을 거치고, 엄격한 규제를 통해 일반주주 간의 이해상충을 방지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기존 중복상장 문제를 해결하고 있는 일본의 사례도 참고자료가 된다.

일본의 경우 자회사 해소를 위해 '스퀴즈아웃'이라는 소수주주 주식 강제매수제도를 회사법에 명시해 폭넓게 열어두고 있다. 주주과세는 이연해주고, 인수 법인도 법인세 부담이 없다.

포괄적 주식교환, 주식매도청구, 액면병합 등 여러 방법으로 소액주주를 정리할 수 있으며, 단주처리 후 현금지급을 통해 사실상 강제퇴출할 수 있는 구조다.

자회사 주식을 모회사 주주들에게 현물로 나눠주면서 모회사와 관계를 끊는 방식도 적용했는데, 현재는 스퀴즈아웃을 보완하는 정도로만 활용된다.

김수현 센터장은 "일본의 경우 직접적인 규제나 금지보다는 법적 절차와 세제 인센티브를 정비하면서 실행비용을 낮춰 자연스럽게 유도하는 방법으로 기존 중복상장을 해소했다"고 설명했다.

이상원 (lsw@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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