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차 ‘0할 타자’의 끝내기 안타…강민성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프로 통산 6안타 무명 선수의 봄날
“상상만 했는데…이런 날 오는구나”
“백업으로라도 우승 반지 끼고 싶다”

“이런 날이 오는구나, 믿기지 않았던 시간이었습니다.”
개나리와 진달래, 목련꽃이 봄을 먼저 알리고 나면 이내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나 세상을 장식한다. 꽃으로 봄이 단장하는 순서가 대개 그렇다. 설렘 가득한 풍경에 사람들의 관심은 절정에 이르지만, 그 화려한 시간이 막을 내리면 무관심도 금세 뒤따른다.
그러나 그런 시간에도 여전히 꽃은 핀다. 주목받지 않아도 저마다의 순서로 피어나는 꽃들이 오히려 더 짙게 마음을 물들일 때가 있다. 28일 야구장에서 그런 일이 벌어졌다.
‘늦게 핀 꽃이 아름답다.’
KT 위즈 팬들은 강민성에게 이런 문구로 응원했다고 한다. 2019년 프로에 입단해 통산 성적이 41경기 5안타 타율 0.094였던 무명의 선수에게 팬들은 든든한 지지를 보내줬고, 자신만의 속도로 기다리던 강민성은 1군 첫 끝내기 안타로 자신의 꽃을 활짝 틔웠다.
강민성은 이날 경기 수원 케이티 위즈 파크에서 열린 2026 KBO리그 LG 트윈스와 KT의 1, 2위 맞대결에서 5-5로 맞선 연장 10회말 2사 1, 2루에서 타석에 들어서 좌익수 앞에 떨어지는 끝내기 안타를 날려 KT에 짜릿한 승리를 선사했다. 스타 선수들이 즐비한 마당에 자신의 이름을 제대로 각인시키며 이날의 주인공이 됐다.

강민성을 간단히 소개하자면 원태인(삼성 라이온즈)과 경북고 동기다. 나이는 강민성이 한 살 많다.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해 2021~2022년 육군 현역병으로 복무했다. 2루수와 3루수가 가능한 멀티 포지션의 선수로 중장거리형 타자로서 능력을 갖췄다. 롤모델은 유한준 타격 코치다.
지난해 1군에서 25경기에 나서며 데뷔 이후 가장 많은 기회를 받았지만 1군에만 오면 평소 밝은 성격과 달리 스스로를 압박하면서 심장이 작아지는 탓에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다. 지난해 36번 타석에 들어섰지만 안타는 딱 1개였다. 지난해의 뼈아픈 부진은 그의 눈물샘을 자극하는 요소다. 다만 힘들었던 와중에도 야구를 포기할 생각은 없었다고 한다.
강민성은 “프로 입단하고 나서 오늘이 제일 짜릿한 순간”이라며 “초등학교 때부터 ‘끝내기 안타 치면 어떤 느낌일까’ 상상했고 2군에 있으면서도 자기 전에 ‘끝내기 안타 한 번 쳐보고 싶다’고 생각했는데 오늘 나오게 돼서 좋다”고 웃었다. 2군에서도 끝내기 안타 경험은 있지만 1군에서의 경험은 차원이 다르다고 했다.
‘어차피 못 칠 수도 있다. 잘 쳐봐야 10번 중에 3번 친다’는 생각으로 타석에 임한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강민성은 “항상 멘털이 2군에서는 과감한데 1군만 올라오면 되게 작아졌던 시간들이 많은데 과감하게 해서 좋았다”고 말했다.

좋은 활약을 펼치긴 했지만 냉정하게 아직 주전을 꿰찰 실력이 아니라는 것은 스스로도 잘 알고 있다. 강민성은 그래서 본인의 역할에 대해 “필요한 순간에 대타나 대수비”라고 언급했다. 프로 8년 차이지만 이제 시작하는 마음이기에 서두르지 않으려는 모습이 보였다.
이날 1, 2위 맞대결이라 많은 취재진이 몰렸지만 첫 인터뷰에서도 강민성은 떨지 않고 자신의 생각을 또박또박 밝혀나갔다. 인터뷰하는 상상 역시 해왔다는 그는 “너무 영광이고 앞으로 이런 날들이 많았으면 좋겠다. 삶이 너무 재밌다”며 활짝 웃었다.
강민성은 “응원해주시는 분들이 ‘꼭 잘될 거다’ 이런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팬분들 덕분에 잘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부모님도 힘드셨는데 이제 많이 호강시켜드리고 싶다”고 다짐했다. 이어 “팀이 제가 군대 있을 때 우승했다”면서 “대단한 선수만 우승을 할 수 있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렇게 엔트리에 있으면서 백업으로라도 우승을 꼭 같이해서 우승 반지를 받고 싶다”는 포부를 밝혔다.
이날 안타로 강민성은 통산 타율이 0.111로 올랐다. 2026 시즌 한정 무려 10할 타자다.
류재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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