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엔 신탁사 선정 ‘편파 기준’ 논란…통합 멀어지는 양지마을 재건축

박순원 2026. 4. 29. 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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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 1기 신도시 선도지구인 분당 양지마을이 재건축 신탁사 교체 과정에서 '편파 선정' 논란에 휩싸이며 두 쪽으로 나뉜 소유주들의 골이 더 깊어지고 있다.

새 신탁사 모집 공고에 특정 업체를 배제할 수 있는 평가 기준이 담기면서 공정성 시비가 불거진 것이다. 주민들이 이미 '주민대표단'과 '준비위원회' 둘로 갈라진 상황이라, 신탁사 선정 이후에도 정당성을 둘러싼 갈등이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9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양지마을 주민대표단이 모집 중인 예비 신탁사 입찰 공고문에는 특정 신탁사에 유리해 다른 쪽에선 불리하게 작용할 수 있는 평가 기준이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공고문을 보면 적격심사표에서 신탁사의 수행실적이나 자산이 아닌 신탁사가 속한 그룹사의 총자산이 50조원을 넘는 곳에 최대 가점을 부여하기로 했다. 이 기준을 충족할 수 있는 곳은 우리자산신탁, KB부동산신탁, 하나자산신탁 등 금융지주 계열 신탁사로 제한된다.

이런 기준이면 부동산 신탁업계 1·2위 사업자인 한국토지신탁과 한국자산신탁이 사실상 배제된다. 업계에서는 이런 평가 항목이 특정 신탁사를 배제하기 위해 설계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양지마을 주민대표단 한 관계자는 "금융지주 계열 신탁사가 그룹 차원의 신뢰도와 안정성이 높다고 판단해 해당 항목에 가점을 부여하려는 것"이라며 "특정 업체를 배제하기 위한 기준이 아니라 사업 안정성을 고려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정비업계 한 관계자는 "신탁사의 사업 수행 능력은 모기업의 자산 규모로 평가할 수 있는 것이 아닌데, 이런 기준을 적용한 것을 보면 의도하는 것이 따로 있어 보인다"며 "실제 정비사업을 수행한 실적을 살펴보겠다는 것이 아니라,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같은 대기업의 시가총액을 기준으로 계열 시공사의 능력을 평가하는 것과 비슷한 구조"라고 설명했다.

실적 평가 방식도 논란이다. 양지마을 주민대표단은 이번 신탁사 모집에서 재건축 사업 분양이나 준공 등 실질적인 사업 수행 실적이 아니라, 시행자 지정 고시 실적까지만을 평가 대상으로 한정했다. 시행자 지정 고시는 정비사업 초기 단계로, 실제 사업 역량을 입증한 실적으로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업계 중론이다.

주민대표단이 이런 기준으로 예비 신탁사를 선정한다고 하더라도 재건축 사업이 본궤도에 오를지는 불투명하다. 현재 분당 양지마을 소유주들은 주민대표단과 준비위원회 두 조직으로 나뉘어 있다. 주민대표단은 양지 3·5단지 금호한양, 추진위원단은 양지 2단지 청구아파트를 주축으로 구성된 조직이다.

준비위원회는 주민대표단이 이런 방식으로 예비 신탁사를 선정하는 것에 반대하고 있다. 준비위원회가 반대하면 예비 신탁사를 선정해도 주민동의 과반을 확보하기 어려울 것으로 관측된다.

양지마을 재건축 준비위원회 관계자는 "주민대표단이 예비 신탁사를 선정한다고 해도 전체 주민동의 50%를 넘기지 못해 신탁사 선정이 무효가 될 가능성이 있다"며 "현재 준비위원회는 이런 방식의 사업 추진을 반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업계는 정부와 지자체가 신탁사 선정에 명확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한다. 재건축 시공사를 모집할 때는 입찰 절차와 평가 기준 등이 비교적 명확히 마련돼 있지만, 신탁사 모집에 있어서는 기준이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부동산 신탁사 한 관계자는 "시공사 선정처럼 신탁사 모집에도 표준 가이드라인이 있어야 한다"며 "이런 기준이 없으면 정부가 목표로 하는 신도시 주택공급 확대에도 차질이 불가피하다"고 전했다.

박순원 기자 ssun@dt.co.kr

1기 신도시 선도지구로 지정된 성남 분당신도시 전경. [성남시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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