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 지적인 연쇄살인자를 만든 것은? [새로 나온 책]

살인자의 정신
올스턴 체이스 지음, 김현우 옮김, 글항아리 펴냄
“유나보머는 하버드가 만들어낸 것일까?”
‘유나보머’로 알려진 테드 카진스키는 가장 지적인 연쇄살인자다. 폭탄을 직접 만들어 세 사람을 살해했고, 23명에게 중상을 입혔다. 그는 뛰어난 수학자이자 전직 교수였다. 하버드 대학을 졸업하고 미시간 대학에서 수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버클리 캘리포니아 대학 종신교수가 되었다. 하지만 2년 후인 1971년 갑자기 교수직을 내려놓고 혼자 오두막을 짓기 시작했다. 1996년 FBI 요원들이 그의 오두막을 덮쳤을 때, 도서관을 방불케 할 정도로 책이 많았다. 살인을 저지르는 와중에도 왕성한 독서를 했다. 철학 교수인 지은이는 한 명의 살인자를 통해 학문·지성의 위기를 해부한다. 그는 카진스키가 학부 시절, 2년간 참여했던 한 심리학 실험이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파고든다.

모든 생명은 지키는 것이다
이동현·김탁환 지음, 해냄 펴냄
“돈이 되고 안 되고를 판단 근거로 두면, 우리가 지켜나가야 할 씨앗을 잃고 맙니다.”
전남 곡성군, 섬진강이 흐르는 들녘에는 농업회사이자 생태공동체 미실란이 있다. 창립 20주년을 맞아, 미실란 대표 이동현과 곡성에서 농사짓고 글을 쓰며 살고 있는 소설가 김탁환이 미실란 이야기를 담아 냈다. 이동현이 쓴 농사일기와 미실란의 과거·미래를 톺아보는 김탁환의 에세이가 교차한다. 이동현 대표는 일본 규슈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미생물 연구자다. 가족의 병을 계기로 사람 살리는 음식을 연구하다가 벼 278여 종을 재배하며 유기농 발아현미를 생산하는 농부가 되었다. 우연히 미실란을 방문한 소설가 김탁환은 2021년 1월 곡성에 정착해 마을 소설가가 되었다. 농업회사를 넘어 문화의 거점이 된 미실란의 특별한 이야기가 담겼다.

마오타이
우샤오보 지음, 홍승직 옮김, 양원준 감수, 싱긋 펴냄
“어떻게 술 한 병이 국가적 자산이 되었는가.”
제아무리 ‘명주’라고 해도 그렇지, 술 하나로 528쪽짜리 벽돌책을 펴낼 일인가 싶었다. 이런 의심을 비웃듯 저자는 술 한 병이 어떻게 한 나라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는지 수백 명의 인터뷰와 자료조사를 통해 추적한다. 게다가 이 책의 저자는 중국 경제 분야의 스타 작가인 우샤오보다. 중국에서도 가장 척박한 땅 구이저우성에서 탄생한 마오타이를 앞에 두고 저자는 이런 질문을 던진다. 전통 수공업이 어떻게 현대 산업으로 변모했는가. 정치 권력은 한 기업의 운명을 어떻게 바꾸었는가. ‘맛’과 ‘향’이라는 감각적 요소는 어떻게 국가적 가치가 되었는가. 술 애호가인 MBC 조승원 기자는 “이 책이 삼국지보다 재미있다”라는 추천사를 썼다. 술 문화에 관심이 있는 이들에게는 과장이 아니다.

디스킬 제너레이션
김재인 지음, 오리지널스 펴냄
“AI에게 일 시키는 사람의 능력은 발전하지 않고 퇴화한다.”
인공지능(AI) 시대에 대한 무서운 경고와 대안을 제시한다. 챗지피티나 제미나이 같은 대화형 AI가 등장한 뒤 당신의 지적 노동과 생활은 어떻게 변화되었는가. 저자는 어린이와 청소년의 ‘AI 의존’이, 특히 뇌의 발달이 완료되지 않은 그들에게 치명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스스로 생각하고 판단하는 능력을 잃어버릴 수 있다는 것이다. 책의 제목인 ‘디스킬 제너레이션(탈숙련 세대)’ 자체가 미래세대에 대한 우려를 담고 있다. 대다수 시민들이 지적으로 탈숙련화한 사회에서 민주적 제도와 좋은 일자리 창출이 가능할까. 저자는 후세대를 막무가내로 AI에 노출시킬 것이 아니라 ‘AI를 다스려 자신의 역량을 증폭하는 방법’을 익히도록 해야 한다며 그 방법론으로 ‘언어력 및 취향 지능 기르기’를 제시한다.

설계된 판
존 Y. 캠벨 외 지음, 김승진 옮김, 생각의힘 펴냄
“운은 그것이 능력으로 착각되면 해로운 결과를 낳는다.”
금융이란 단어는 매끈하고 세련된 느낌을 준다. 이런 ‘느낌’ 때문에 사람들은 금융상품이 중립적이고 안전하다고 생각하지만 실상은 조금 다르다. 2024년 홍콩항셍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주가연계증권)로 한국 개인투자자들은 수조 원대 피해를 입었다. 2019년에 있었던 DLF(파생결합펀드) 사태는 상품의 구조적 위험을 의도적으로 숨긴 ‘사기’에 가깝다. 이런 일은 국경을 초월해 일어난다. 부의 불평등 메커니즘을 증폭시키는 금융시장은 이제 서민들의 노후 자금을 먹고 자란다. 미국·영국의 두 경제학자가 ‘어서 투자하라’고 유혹하는, 금융시장의 환대 뒤에 숨은 자본의 설계를 파헤쳤다.

사진의 별자리들 2
채승우 지음, 보스토크프레스 펴냄
“지금의 사진은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을까.”
사진가의 시선에서 사진책의 역사를 조망한 책이다. 왜 사진책일까? 저자가 보기에 사진책이란 ‘사진의 역사 안에서 던져진 여러 질문들에 대한 의미 있는 답일 수 있다’. 단순한 ‘작품집’이 아니라 작업자들의 역동적 사유와 실천이 펼쳐지는 매개체이기도 하다. 사진과 예술사의 흐름을 정리해보면 사진책이라는 매체가 왜 중요하게 다뤄지는지 이해할 수 있다. 19세기부터 모더니즘 시기의 사진책을 통해 당시 작업자들이 가진 사고의 오류를 짚고, 1960년대 이후 사진책이 어떻게 이전 시기 흐름에 반동하는지 살폈다. 2000년대에 들어서는 동시대 작가들이 던진 질문과 맞닥뜨린다. 이들이 현실 문제를 다루면서도 허구를 도입하는 이유가 흥미롭게 읽힌다.
시사IN 편집국 editor@sisain.co.kr
▶좋은 뉴스는 독자가 만듭니다 [시사IN 후원]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시사I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