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대 극우화’ 걱정된다면, 기성세대가 당장 할 수 있는 일
올해 초 〈시사IN〉에 실린 ‘10대 극우 청소년’ 기획(제959호 ‘내 마음은 극우인데 조금 혼란스러워’ 기사 등)을 인상적으로 읽었다. 기사 속에서 학생들에게 10대 극우화 현상을 막기 위해 무엇이 필요한지 물었을 때 학생들이 직접 제안한 해결책은 다름 아닌 ‘토론’이었다. “특히 학교 안에서 정치를 주제로 토론할 기회가 생기면 자연스럽게 극우도 없어질 것 같다”라는 내용이 눈에 들어왔다. 그 기사를 소개한 ‘편집국장의 편지(‘10대 극우화’에 임하는 어른의 자세)’에 적힌 마지막 문장을 보고 한참 생각에 잠겼다. “미래세대의 이 절박한 목소리에 기성세대는 책임지고 해법을 내놓아야 한다.”
오랫동안 중고등학교에서 사회 교사로 근무하고, 국가교육위원회 민주시민교육 특별위원회 등에 참여해 학교 민주시민교육의 필요성과 방법론을 제시해온 사람으로서 ‘이 또한 지나가게 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다. 10대 극우화 현상을 막기 위해 ‘기성세대가 책임지고 내놓아야 할 해법’에 대해 사회적 토론의 장이 열리기를 기대하며, 그간 궁리해오던 내용을 공유하고자 한다.

사실 학교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필요성은 꽤 예전부터 강조되어왔다. 2017년 문재인 정부는 ‘교육 민주주의 회복’을 교육 부문 핵심 공약으로 내걸었다. 2018년 1월4일 교육부에 민주시민교육과가 설치되고, 그해 12월13일에 ‘민주시민교육 활성화를 위한 종합계획’이 발표됐다.
하지만 여전히 학교 현장에서 민주시민교육은 모호하고 혼란스러운 개념으로 이해되며, 교사 입장에서는 “처리할 공문만 늘어나는” 추가 업무로 생각하기도 한다. 무엇보다 학교에는 민주시민교육을 구체적으로 실현할 제도적 기반이 없다. 아무리 중요하다고 외쳐봤자, 학교 교육의 물질적 기반인 교육과정, 과목, 교과서, 담당 교사, 수업시수가 없다면 아무것도 제대로 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학교 민주시민교육과 관련하여 ‘누가’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에 관한 구체적인 교육과정상의 규정이 없고, 일반적인 학교에서는 이에 대한 교사들의 합의조차 이루어지지 않거나 시도하지 않는다. 즉, 민주시민교육에 대한 필요성은 계속해서 제기되어왔으며 교육과정 총론과 각론에 교육목표로 기술되어 있지만, 실제 학교에서는 민주시민교육이 실행되지 않는 모순이 발생하는 것이다.
‘무늬만 민주시민교육’ 내실화하려면

학교 민주시민교육이라는 말이 나오면 도덕과나 사회과에서 늘 하고 있지 않느냐는 것이 일반적 반응이다. 그러나 ‘비판적 시민성 육성’의 측면에서 이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할 수 있다. 1950년대 이래 한국의 도덕 교과서에는 ‘사회적 도덕’에 대한 내용이 없고, 개인 도덕의 원칙을 교화하기 바빴다. 특히 사회적 강자의 폭력과 횡포에 대해 사회적 약자를 어떻게 보호해야 할지 학생들이 토론할 수 있는 기회를 주지 않았다. (일반)사회 과목 역시 1950년대 이래 정치·경제·사회문화·법 등 사회과학의 분과 학문 영역들을 균분하여, 명시적 개념과 제도의 명칭과 그 기능을 암기시키고 있을 뿐이다. “재래 도덕과목” “재래 사회과목” “갈라파고스의 도덕∙사회 과목”, 심지어 “내란 방치 과목”이라는 비난이 나올 만하다.
그렇다면 학교 민주시민교육을 어떻게 내실화할 수 있을까? 당장 교육부와 교육청이 할 수 있는 일들이 있다. 첫째, 관련 과목을 재구조화해서 과목의 정체성을 명확히 해야 한다. 구체적으로는 기존의 도덕 과목과 (일반)사회 과목의 명칭을 ‘도덕·시민’과 ‘헌법·정치’로 바꾸기를 제안한다. 프랑스와 독일의 ‘도덕·시민교육(Enseignement moral et civique)’ 과목과 ‘정치교육(Politischen Bildung)’ 과목을 참고할 필요가 있다. 청소년 중심의 공론조사를 통해 당사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자. 급변하는 사회를 신속히 반영하기 위해 교육과정을 정해진 주기 없이 필요할 때마다 부분적으로 개정하는 교육과정 수시개정제도를 이용하여 시급히 개정해야 한다. 개정되어도 교육적 효과는 5~7년 이후에나 발생하는 데 비해, 젊은 세대의 정치적·사회적 갈등은 시시각각 심각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1차 교사임용시험 과목에 ‘민주주의’와 관련된 과목을 포함해야 한다. 5차 교육과정 (1987년) 이래 우리나라 교육과정은 교육의 목표로 ‘민주시민의 자질 육성’이라 규정하고 있다. 그런데 교사임용시험에 민주시민교육이나 민주주의에 대한 시험문제가 출제된 적이 있다는 말을 들어본 바가 없다. 교육대학교나 사범대학에서도 관련 강의를 개설하지 않는다. 극소수 대학에서 선택과목으로 ‘민주시민교육’이나 ‘민주주의’ 강의를 개설하기도 하지만 교사임용고시 과목이 아니기에 학생들이 거의 수강신청을 하지 않는다. 교사가 제대로 배운 적 없는데 학생들에게 어떻게 잘 가르칠 수 있을까?
이 외에 교육부와 교육청이 민주시민교육 교수학습 자료를 적극적으로 개발∙보급하고, 교육청별로 ‘시민수첩’ ‘시민상’ 제도를 만들어 ‘함께 잘 살아가기’를 실천한 학생과 학교를 선정해 장려하는 방안 등도 논의해봄 직하다.
지난해 7월13일, 80여 개국 정치학자 3500여 명이 모인 ‘2025 세계정치학회 서울총회 개막식’ 연설에서 이재명 대통령은 “대한민국 국민이 증명해낸 것처럼,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모든 것들로부터 승리하는 방법은 오직 ‘더 많은 민주주의’뿐”이라면서 “우리의 미래를 구할 K민주주의의 핵심 정신은 민주주의의 가치인 자유·평등·연대를 철저히 복원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더 많은 민주주의’를 통해 민주주의를 위협하는 요소들에 맞서고 국민과 직접 소통을 일상화하겠다는 의지를 실행하려면 기존의 ‘무늬만 민주시민교육’을 이제는 끝내야 한다. ‘초중고등학교 시민교육 강화’는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공약 중 하나이기도 했다. 교육의 기득권 세력 역시 검찰이나 법원의 기득권 세력 못지않게 강고하기 때문에, 그 약속을 이루기 위해서는 대통령과 현 정부의 강력한 의지와 결단이 필요하다.
김원태 (성공회대 민주주의연구소 연구위원)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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