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야구 아이콘’ 문현빈 “손맛만큼 눈맛도 중요…살아나가는 야구 할 것”

이정호 기자 2026. 4. 29. 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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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화 문현빈이 지난 19일 사직 롯데전에서 홈런을 날리고 세리머니를 하며 베이스를 돌고 있다. 한화 이글스 제공
너무 거침없던 지난 시즌
안 좋은 공에 배트 많이 나가
WBC 다녀온 후 폼 간결해져
공보는 게 조금 좋아진 듯
투타 밸런스 붕괴된 팀
반전 이끌 주인공 돼야죠

문현빈(22)은 2025년 한화 야구의 아이콘이었다. 4월5일 대구 한화-삼성전에서 당시 5연패 위기에 빠진 한화를 구한게 문현빈이었다. 한화는 7회까지 1-5로 끌려가고 있었는데, 문현빈이 8회초 타석에서 솔로포로 추격을 알렸다. 그리고 4-6으로 뒤진 9회 2사 1·2루 찬스에서 우월 3점 홈런을 날려 극적인 역전승을 이끌었다.

이날 연패 탈출로 고비를 넘긴 한화는 이후 가파른 상승세를 타며 선두권 싸움을 이어갔다. 한화는 정규시즌 2위로 7년 만에 포스트시즌 진출에 성공했고, 19년 만에 한국시리즈 무대에도 올랐다. 김경문 감독도, 선수들도, 팬들도 문현빈이 뒤집은 그날의 경기를 시즌 터닝포인트로 떠올린다.

문현빈 개인으로도 잊을 수 없는 시즌이 됐다. 문현빈은 프로 3년 차인 지난 시즌에 첫 3할 타율(0.320 528타수 169안타) 12홈런 80타점을 치며 단숨에 팀의 중심타자로 자리잡았다. 그리고 2026시즌에도 한화팬들을 웃게 만든다. 문현빈은 22경기를 치른 현재 타율 0.361의 맹타를 휘두르고 있다. 홈런 5개를 날리며 22타점을 수확했다. 팀 내 홈런 1위, 타율과 타점 2위로 팀 공격을 이끈다.

문현빈은 최근 본지와 인터뷰에서 “당연히 작년보다는 잘해야죠.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다부지게 말했다.

북일고를 졸업한 문현빈은 2023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한화가 2라운드에 지명한 기대주다. 174㎝ 82㎏의 야구 선수로 크지 않은 체구지만 일찌감치 타격 재능과 근성을 인정받았다. 입단 첫 시즌부터 꾸준히 1군에서 기회를 얻었고 지난 시즌 최고의 한 해를 보냈다.

처음으로 밟은 ‘가을 야구’ 무대에서도 문현빈은 빛났다. 플레이오프 5경기에서 타율 0.444(18타수8안타) 2홈런 10타점을 기록했다. OPS(출루율+장타율)는 무려 1.468나 됐다. 한국시리즈까지 문현빈이 올린 16타점은 역대 KBO리그 단일 포스트시즌(PS) 최다 타점인 2009년 박정권의 17타점에 단 1점이 모자란 2위 기록이다.

한화는 문현빈의 급성장으로 외야수와 3번 타자 고민을 동시에 지웠다. 문현빈은 시즌 뒤 태극마크를 달았고, 꿈의 무대인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도 출전하며 꿈 같은 성공을 맛봤다. 새 시즌 개막을 앞두고 문현빈이 중심타선에서 지난해 성공을 어느 정도 재연할지가 한화의 관전 포인트였는데, 현 시점에서 문현빈은 팀의 기대에 어긋나지 않는 활약을 보여준다.

문현빈은 “크게 달라진 것은 없지만 지난 시즌부터 타격 때 불필요한 동작이 많다고 느꼈던 부분이 있어서 자잘한 동작을 줄이며 간결하게 치려고 했다”고 말했다. WBC에서 세계 최고 무대에서 뛰는 도미니카공화국 등 타자들을 직접 본 것도 문현빈에겐 신선한 자극이었다. 그는 “세계 최고의 타자들과 메이저리그에서 뛰는 우리 선배들을 보면서 내 폼도 조금 간결해져야 한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문현빈은 지난 시즌 중반부터 거의 슬럼프 없는 시간을 보내고 있다. 고비라면 WBC를 치르고 돌아온 뒤 치른 시범경기였다. “작년에는 조금 어려울 시기 때마다 행운의 안타가 많이 나왔다”고 겸손하게 말한 문현빈은 “시범경기에서는 마음이 조금 급했다. 대표팀에서는 경기에 계속 못나가는 상황이었고, 시즌 개막이 얼마 남지 않으면서 빨리 결과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렇지만 개막과 함께 문현빈의 방망이는 활활 타오르고 있다.

자신감을 더한 문현빈은 점점 진화하고 있다. 타석에서 차분해지고 여유도 제법 생겼다. 투수들의 유인구에 대처하는 노하우도 조금씩 쌓여간다. 문현빈은 “지난 시즌을 돌아보면 타석에서 너무 거침이 없었던 것 같다. 타격 성적으로 보면 성공이지만 안 좋은 공도 많이 쳤다”며 “올해는 잘 치는 것도 중요하지만 베이스에 살아나가는 야구를 하는데 시선을 두고 있다. 그러면서 공을 보는 것도 조금 좋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내야수에서 외야수로 전향한 탓에 약점으로 꼽히는 수비에서도 여유가 생긴 모습이다.

한화는 올해도 상위권 전력으로 평가받았다. 하지만 시즌 초반 투타 밸런스 붕괴로 스텝이 꼬였다. 지난 시즌 문현빈이 연출한 반전의 장면이 필요하다. 문현빈은 ‘다시 그 주인공이 되고 싶지 않냐’는 물음에 “그때 그 장면이 한 번씩 생각나긴 한다. 하지만 제가 아닌 다른 선수가 해 줄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고 의젓하게 답했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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